공사비 인상, 미지급 등으로 늦어지는 사업장 속출
정비사업 표준계약서 등장... "투명화 되나" 눈길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 = 한나연 기자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 = 한나연 기자

[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국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상당수가 공사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고금리 부담 등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 대립은 물론 시공사 선정에도 난항을 겪는 현장이 늘고 있는 것. 이에 정부가 해결책의 일환으로 표준공사비 계약서 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같은 대책이 향후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사비 인상 문제로 난항 겪는 사업장들

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은 오는 1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마감한다. 해당 구역은 공사비가 3.3㎡당 730만원으로 제시된 가운데, 지난해 11월 1차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물가 대비 공사비가 너무 낮다는 이유다. 노량진1구역은 사업비만 1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노량진 8개 재개발 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총 2992가구로 가구 수도 가장 많은 소위 '노른자' 구역이다.

이에 노량진1구역은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공사비 변동 없이 진행된 2차 현장 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등 6개 건설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현장 설명회에 참여한 건설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는 만큼 2차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원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 원가가 오르면서 수익성을 최대한 감안해 사업을 진행하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입지, 규모 등 사업지의 상징성이 높아도 공사비가 낮으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리포트를 통해 “지난 2021년부터 심화한 건자재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건설공사비 급증은 건설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건설비용 상승이 둔화하더라도 절대적 금액 자체가 2021년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공사비 부담에 대한 문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내다봤다.

공사비 인상안을 두고 갈등이 일자 합의점을 찾고 있는 사업장도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1월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3.3㎡당 공사비를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는 2021년 당시 합의한 금액에서 약 34% 증가한 금액으로, 조합은 지나친 공사비 인상을 문제 삼으며 시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12월 임시 총회를 열고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을 통해 공사비 인상분을 결정하자는 안건을 상정했지만 조합원 과반수가 반대해 부결됐다.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 = 한나연 기자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 = 한나연 기자

공사비를 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한 사업장까지 생겨났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건축 사업은 지난달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현대건설은 공사비 미지급을 이유로 현장에 공사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해당 사업은 은평구 대조동 일대에 총 2451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3조원이 넘는다. 공사비 미지급의 이유로는 대조1구역 조합 내 갈등 및 집행부 공백 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공사가 재개돼야 조합원 분담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공사비 분쟁 해법돼줄까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재건축 공사비 분쟁 예방과 공사비 산출 근거 투명화를 골자로 하는 표준공사계약서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공사비 총액만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앞으로는 시공사에 세부 산출 내역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설계 변동과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기준도 제시했다. 예컨대 지금까지는 실 착공 후엔 물가 상승에 의한 공사비 인상을 반영할 수 없도록 했으나, 착공했더라도 주요 자재 가격이 급등한 경우는 물가 반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표준 계약서는 법적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비사업의 공사계약이 지금보단 명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타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표준공사계약서는 의무 사항이 아닌 권장 사항으로, 한계는 있지만 실무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며 “표준공사계약서에 일부 특약 조건 등을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변형 양식 사용 사례도 예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공사는 사업장마다 다른 특징이나 현황이 존재할 수 있기에 이런 부분은 계약서상에 추가·특약 조건으로 반영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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