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주주환원 강화 넘어 기업 중장기 가치제고 방안 도출 해야
‘먹튀-적대적 M&A’프레임 여전…극복하기 위한 성과도 필요해
문어발식 확장 등 일부 이슈는 행주펀도 관심 가져야

​11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행동주의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구혜정 기자.
​11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행동주의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 초 주주총회 시즌 당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국내 행동주의펀드가 단순 주주환원 강화가 목적을 넘어,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순기능 제고와 기업의 중장기 가치 제고를 위한 의제 설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적대적 M&A 추구’라는 프레임에 갇힐 경우 자칫 주주와 시장의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국내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비판적 평판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의미한 성과의 도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진행된 ‘행동주의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토론회’에서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여전히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소위 ‘먹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환원 증가 요구를 설득시킬 수 있는 기업의 중장기 가치제고에 대한 의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이 교수는 지난 2018년 등장한 토종행동주의펀드인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이하 KCGI)’의 사례를 들어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올 초 KCGI가 DB하이텍에 보낸 서한을 통해 DB하이텍 저평가 원인으로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불투명한 경영 및 내부통제 미비 △무시받는 주주 권익을 지목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토종행동주의펀드의 노하우가 쌓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내 재벌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인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를 저평가의 본질로 지목하는 것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일부 주주의 피해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 지배주주를 제외한 일반주주들만의 표결,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매입 후 즉시 소각 등 한국적 맥락에 맞는 적합한 개선방안을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또 KCGI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사 대표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요구한 것 또한, 국내 재벌구조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토종행동주의펀드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행동주의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토론회 / 사진=구혜정 기자.
11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행동주의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토론회 / 사진=구혜정 기자.

이 교수는 “당시, KCGI는 현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의 근거로 현 회장의 높은 연봉과 과다한 수준의 겸직, 이해관계 상충 등을 지적했다”며 “이는 해외에서는 찾기 어려운 사례로 국내 재벌 특유의 문제이자, 반드시 개선돼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KCGI를 포함해 토종행동주의펀드가 본연의 순기능을 강화하고 세간에서 우려하는 역기능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몇 가지 개선점을 제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행동주의펀드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적대적 M&A’ 그리고 ‘먹튀’ 논란 극복이다. 실제로 올 초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당시, SM측은 ‘카카오’ 편에 섰던 얼라인파트너스를 ‘적대적 M&A 세력’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친 바 있다.

특히, 당시 SM은 얼라인파트너스에 대해 ‘행동주의펀드를 빙자한 이익집단’이라는 또 다른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는데, 사실 이같은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행동주의펀드에서도 발견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SM 사례 뿐 아니라 소위 ‘먹튀 논란’에 빠졌던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등은 국내행동주의펀드가 넘어야 할 비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를 극복하는 것이 국내행동주의펀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먼저 국내행동주의펀드가 비판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주주와 시장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의제를 선정하고, 성과를 쌓는 ‘트랙레코드(Track Record‧입증된 실적)’ 위주의 전략 마련을 제안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가흐름이다. 행동주의펀드의 거버넌스 개선 활동이 궁극적으로 주주환원 제고의 목적인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주가의 긍정적 흐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행동주의펀드의 참여 이후, 오히려 해당 기업의 중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사례가 상당수였다”며 “중장기적인 상승모멘텀은 아니라 하더라도,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행동주의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구혜정 기자.
11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행동주의펀드와 상장기업 거버넌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구혜정 기자.

또 하나 강조된 부분 역시 ‘중장기적 관점’의 가치 제고 방안이다. 이는 토종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환원 증가 요구에 대해 상대적으로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들은 주주환원 보단 그 자본을 설비투자, R&D 등 재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 강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주주환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 행동주의펀드의 경우, 기업 생산성 저하를 자본투자의 문제가 아닌 독과점, 지배구조, 단일거대기업화 등 다른 요소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낮은 배당률 대비 설비투자와 고용도 줄어드는 추세인 만큼 ‘자본배치’에 대한 연구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행동주의펀드가 자칫 배당강화만 강조할 경우, ‘먹튀’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문제로 지적돼 온 소위 ‘문어발식 확장’ 등은 행동주의펀드가 주목해 볼 만한 이슈라는 주장도 첨언했다.

이밖에 이 교수는 해외행동주의 펀드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권고적 주주제안 제도(찬성표를 많이 받아도 회사가 이를 따를 법적 의무가 없는 제도)’의 전향적 활용, 노조 등 주주 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ESG 관점의 접근 전략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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