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내건 행동주의펀드 실효성 의견 엇갈려
毒 "거버넌스 개선 보다 배당확대 등 단기차익 초점"
藥 "이사회 독립·투명성 확보 도움..자금유입 효과도"
학계 "아직은 초기 단계..공과 판단은 아직 시기상조"

[편집자주] 최근 몇년 국내 증시의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입니다. 먼저 행동주의펀드를 자처하는 운용사가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언론홍보나 주주총회 참여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주주이익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펀드에 따라 그리고 기업에 따라 사정과 형편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에 대한 시장 시선은 크게 둘로 갈립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좋은 약'이란 지지와, 기업 경영권에 '독'이 된다는 우려입니다. 그러면 혹시 순기능은 키우고, 역기능은 줄이는 묘책은 없을까? 데일리임팩트는 기획기사를 통해 그 방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글 싣는 순서

①기업 거버넌스 고쳐가는 행동주의펀드 실체와 전망

②행동주의펀드의 양면성, 毒이야? 藥이야? 

③주주행동주의 활성화? "주주가치제고 법제도 개선 우선돼야"

디자인  = 김민영 디자인 팀장
디자인  = 김민영 디자인 팀장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행동주의펀드의 주주 활동을 두고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긍정적 의견과 단기 차익만을 추구하고 실질적으로 거버넌스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의견이 모두 존재한다.

투자자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 활동이 거버넌스 개선으로 이어져 주주환원 확대·주가 상승에 환호하지만, 기업에서는 오너를 표적으로 한 이슈몰이와 평판 하락 등을 우려한다. 

행동주의펀드는 투자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후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비공개 대화, 공개서한 발송, 주주제안, 의결권 행사 등 여러 주주활동에 나선다. 특히 지배주주들의 횡령, 배임, 경영권 분쟁 등의 이슈를 부각시켜 해결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곤 한다.

재계 "단기차익 초점 두고 거버넌스 개선 효과 미미 毒"

이 같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이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재계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이 단기 차익만 고려할 뿐 기업 경영활동이나 '거버넌스' 개선에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기에 '독'이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가장 큰 우려는 주주 이해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행동주의펀드의 과도한 주주환원 요구가 단기 실적만 추구해 장기 성장 잠재력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KT&G를 대상으로 적극 공세를 이어온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다소 현실성 없는 안건을 주주제안하며 눈총을 받았다. FCP측에서는 KT&G 경영진이 제시한 배당보다 2배가 높은 1만원의 현금 배당을 요구해, 당시 사측에서는 회사의 발전계획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배당금이라며 반대했다. 글래스 루이스 등 일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에서도 "설득력이 없다"며 목소리를 같이했다.

또한 인삼사업 관련 전문성 없는 인물들을 인삼공사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후보로 거론하고, 인삼공사의 인적분할 후 이사보수의 한도를 100억원으로 책정했다. 100억원은 인삼공사 영업이익의 약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안다자산운용은 KT&G 주주총회 안건으로 인삼공사의 인적분할 건 등을 상정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으나 결국 기각됐다.

또한 충분한 경영권을 확보 못했을 시 거버넌스 개선 없이 단기 수익만 챙기고 떠난다는 지적도 있다.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해 12월 자회사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6.9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개하며 오스템임플란트 기업가치는 5분의 1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며 주주활동에 나섰지만 이후 사모펀드가 진행한 공개매수에 응하며 투자 수익만 챙겨 떠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적은 지분으로 여론몰이를 통해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행동주의펀드는 최초 투자 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고 주주서한을 보내 거버넌스 개선 요구와 함께 지배주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들의 사임을 요구한다. 이에 따른 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경영진의 주의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KCGI자산운용이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에 보낸 주주서한에서도 최근 법적 문제로 이해상충과 과도한 겸직·보수를 받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행동주의펀드가 내세우는 거버넌스 개선 요구는 장기간 시간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오스템임플란트 사례와 같이 단기에 엑싯하는 경우에는 행동주의펀드 개입이 기업 거버넌스 개선효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펀드 주주활동이 기업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투자자/재계 입장 디자인 = 김민영 팀장
행동주의펀드 주주활동이 기업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투자자/재계 입장 디자인 = 김민영 팀장

투자업계 "이사회 독립·투명성 개선해 주가상승·자급유입 효과 藥" 

반면 행동주의펀드의 주주활동이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하고 주가 상승과 함께 자금유입 효과도 있어 약이된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행동주의펀드가 투자기업에 요구하는 사항들은 문제이사의 사임, 독립된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수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요구사항에 따라 기업의 거버넌스가 개선된다면 주가 상승과 자금 유입의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KCGI가 정관 변경, 독립 사외이사 후보 선출 등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근 4년간 주주활동과 경영권 분쟁에 나섰던 한진칼의 경우 한국ESG기준원의 지배구조 등급이 최초 KCGI가 개입했던 2018년 C에서 엑싯한 2022년에는 A등급으로 3단계 상승했다.

행동주의펀드의 거버넌스 개선 노력에 따라 부수적으로 주가도 상승한다. 주주활동의 여파로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내부거래를 막고 사외이사 비중을 늘린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얼라인파트너스가  첫 주주서한을 보낸 시점 2022년 2월부터 지난 4일까지 약 85% 가까이 상승했다. 

거버넌스 개선으로 기업 입장에서 추가 자금유입 가능성도 기대된다.

현재 국민연금, 캘퍼스 등 주요 국내외 연기금들은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내  ESG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기업 거버넌스를 강조하는 ESG 펀드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행동주의펀드가 개입한 기업들의 거버넌스가 개선되면 관련 지수에 편입되어 추가 자금도 유입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정주주들에게 이익이 집중되거나  저평가된 기업의 거버넌스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행동주의펀드 거버넌스 개선의 최우선 목표"라며 "거버넌스 독립성이 확보되면 회사가 전체 주주들을 위한 행동을 하기에 주주환원과 연기금 투자 확대 및 관련 ESG 펀드 자금 유입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 거버넌스 개선 장기적으로 봐야...역기능 우려는 '시기상조'

학계에서는 행동주의펀드의 거버넌스 개선 효과는 장기간으로 봐야 하고, 이들의 주주활동이 기업에 미치는 부작용은 필연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행동주의펀드의 이슈 메이킹 등 거버넌스 개선 과정에서 기업의 평판 저해, 투자자 유출 등 부작용은 필연적이고 일시적"이라면서도 "다만 이들 기업의 거버넌스가 미흡한 건 사실이기에 현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기업이 거버넌스 개선에 힘써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국내 기업들이 특정 주주들의 사익추구를 위해 움직이고 있고, 국내에선 시작단계인 행동주의펀드의 거버넌스 개선 효과에 의문을 두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여전히 국내기업들은 해외에 비해 특정 지배주주들에게 다수 이익이 돌아가는 등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져 있다"며 "초기단계인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거버넌스 개선효과나 역기능을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KT&G
지난 3월 대전 KT&G 인재개발원에서 '제36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 중이다. 사진. 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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