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구본무 전 회장 부인·두 딸, 상속회복청구 소송
구광모 회장 상대로 “상속재산 다시 분할하자“ 요구
LG “가족 간 합의 따라…경영권 흔들기 용납 안돼“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LG.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 LG.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LG그룹이 상속 분쟁에 휩싸였다.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어머니, 여동생들이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재벌 총수일가가 상속을 둘러싼 분쟁을 벌일 때에도 LG그룹은 잡음 없이 4세 승계를 마쳤다. 창업 75년 만에 처음 벌어진 가족 간 상속 분쟁인 만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그룹은 ’경영권을 흔드는 행위‘로 규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향후 지분 취득 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LG의 주가는 전날보다 4000원 이상 올랐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 여동생인 구연경·구연수씨는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고 요구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법률상 상속권이 없는 인물에게 권리를 침해받은 상속권자가 권리 회복을 위해 제기하는 소송이다. 해당 소송을 냈다는 건 구광모 회장의 상속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구광모 회장을 적법한 상속자, 나아가 가문의 대표이자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적임자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고(故) 구본무 전 LG그륩 회장의 조카였다. 구본무 전 회장은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자 2004년 구 회장을 양자로 들여 후계자로 삼았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을 따르기 위해서다. 이후 2018년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하면서 구광모 회장은 그룹의 수장이 됐다. 

LG그룹은 총수일가가 지주사인 ㈜LG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특히 사업 초기 허씨 가문과 동업한 까닭에 상속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해왔다.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경영권 관련 재산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5개월 간 가족 간 협의를 거쳐 ㈜LG 지분을 나누는 데 합의했다. 구광모 회장 8.76%를, 연경씨 2.01%, 연수씨 0.51%씩  ㈜LG 지분을 상속했다. 대신 김 여사와 연경·연수씨는 구본무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LG그룹은 모든 상속인들이 LG가의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제척기간(3년)도 지난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2조원 규모로, 모든 상속인이 총 99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에 대해 약 7200억원을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고 있다. 올해 말 1번 내면 상속세 납부가 끝난다. 

LG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일관된 원칙과 전통을 바탕으로 집안 어른들의 양해와 이해 속에서 경영권을 승계해 왔다. 75년 동안 경영권은 물론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이유”라면서 “가족 간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가풍이 흔들리지 않고 지켜져 왔기에 그룹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지 5년이 되어 시점에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드리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LG그룹의 전통과 경영권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에 따라 LG그룹의 회장은 대주주들이 합의·추대한 이후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총수가 보유한 ㈜LG 지분은 일가를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구광모 회장이 ㈜LG 최대주주라 해도 지분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실제 LF, LX 등 계열분리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었다. 

LG그룹 측의 설명과 달리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사자 간 합의를 기반으로 했다 해도 분쟁의 소지는 있기 때문이다. 법정 비율대로라면 배우자가 1..5, 자녀가 1씩 분할해야 한다. 이를 적용할 경우, ㈜LG 지분은 김 여사 3.75%, 구광모 회장과 자녀들이 2.51%씩 나눠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재벌가의 상속은 기업 경영,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까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율을 조정하기도 한다”며 “다만 지분율을 놓고 첨예하게 갈등하면서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에, 법정 비율을 기반으로 상속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대표적 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생명을 제외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았다.

이 관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측면에서도 상속 분쟁은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재계 여성들도 대외활동에 나서는 등 환경이 달라진 점을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상속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오너 리스크로 이어지므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은 앞으로 지분 경쟁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LG의 주가는 이날 8만5900원으로 올랐다. 전날 대비 6.5% 급등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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