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변론준비기일 열려…유언장 인지‧제척 기간 쟁점

구광모 LG그룹 회장. / 사진 = 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 사진 = LG그룹.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LG그룹 75년 역사상 처음 제기된 가족 간 상속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8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에서는 고(故)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은 원고인 세 모녀가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변론준비기일로 양측 법률대리인의 의견을 들었다. 소송 당사자들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세 모녀 측은 상속 재산 분할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구 회장 측은 4년 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재산 분할을 완료했다고 반박했다. 향후 유언장 인지 여부와 제척기간 등이 논란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유언장 있는지 몰랐다 VS 적법한 절차로 상속했다 

앞서 지난 2월 28일 LG가의 세모녀는 서울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소장을 내고 5개월 만에 재판이 시작됐다.

원고측 대리인은 “상속 협의 과정에서 둘째딸 구연수씨를 제외한 일부 상속인들과만 협의됐고, 나머지 협의에 참여한 상속인들도 이해와 동의 없는 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진 것”이라며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처럼 기망하고 속여서 김영식씨와 구연경씨가 협의서를 작성했다” 주장했다.

구 회장 측은 “구체적인 분할과 관련해 전원 의사에 따른 분할 협의서가 존재하고 작성 과정에서 어떤 문제도 없었고 누구도 4년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협의서가 완성된 후 한남동 자택에서 원고들에게 분할 협의서를 읽어줬으며 이는 원고들도 동의한 부분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2018년 12월 재산의 이전, 등기, 명의 이전, 공시, 언론보도 등도 했는데 4년도 훨씬 지났고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도 지났으므로 사건이 부적합하다"고 했다.

민법 999조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구본무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원 규모로, 구광모 회장은 구 전 회장의 지분 11.28% 중 8.76%(약 1조4000억원)를 물려받았다. 구본무 전 회장의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구연수씨 0.51%)를 상속받았다. 김영식씨는 주식을 받지 않았다. 대신 세모녀 앞으로 구본무 전 회장의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 개인 재산인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이 돌아갔다. 

이번 사태는 LG그룹이 고수해왔던 장자계승원칙으로 인해 벌어졌다.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구본무 전 회장의 아들이 없어 구 회장이 양자로 입적된 후 후계자가 됐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상속 전까지만 해도 구 회장과 세모녀의 지분은 각각 6.24%, 5.26%였으나 상속 이후에는 구 회장 15%, 세모녀 7.78%로 구 회장 지분은 2배가 됐다. 

세모녀 측 주장대로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협의 분할 혹은 법정 비율로 상속이 이뤄진다. 법정 상속 비율은 배우자 1.5대 자녀 1의 비율이다. 

이번 소송에서 만약 법원이 세모녀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구 회장의 지분은 약 9%대로 크게 줄게 되는 반면 세모녀 지분은 14%대로 구 회장의 지분을 훨씬 웃도는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화합으로 커나간 회사의 '상속 미담' 막 내려

LG는 1947년 같은 마을 출신인 구인회와 허만정이 공동 창업한 락희화학공업이 전신이다. 처음부터 화합을 통해 큰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으며, 2005년에 LG그룹과 GS그룹으로 나뉘었다.

회사를 둘로 나눈 이유 중 하나가 자식들이 늘어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상속 분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정유와 건설 등 알짜 사업체를 GS그룹이 가져가 ‘화합경영의 유종의 미’로 평가 받았다. 장자 승계가 이뤄질 때마다 동생들은 분쟁을 피하고자 아워홈, LF, LIG, LS 등 계열사를 분리해서 나갔다. 특히 LX그룹은 구본무 전 회장의 셋째 동생 구본준 회장이 구 회장 취임 후 독립해 나간 계열사다. 

현대그룹을 비롯해 롯데그룹의 ‘왕자의 난’, 한진그룹 조원태, 조승연(조현아) ‘남매간 상속 다툼’ 등 선대 회장의 서거는 자식들 상속 분쟁으로 번졌다. 강력한 장자계승원칙이 빚어낸 ‘상속 미담’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막을 내렸다.

한편 원고와 피고 양측은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원고 측은 주장을 입증할 증거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발췌해 제출하겠다고 했으며 피고 측은 전체 파일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변론 기일은 10월 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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