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공공기관의 대응, 디테일에 달렸다

2. 이해관계자는 국민과 정부

3. 과제는 중요성 지도에 있다

4. 협력기업과 함께하는 ESG 대응

5. 지속가능보고서가 성과 높인다

6. ESG평가와 경영평가

7. ESG는 기회, 부문별 성공사례

8. 가치와 명성, 디테일에 있다

 

[이종재 데일리임팩트 고문 겸 PSR대표] “과제발굴이 어렵습니다. 국제기준은 다양한 과제들을 실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다 따를 수도 없고 과제를 많이 설정한다고 좋은 것도 아닐 것이고 사내 회의를 거쳐 과제를 정해놓기는 했습니다만 실행 가능성이 의문입니다”

기업의 ESG 관련 회의에 참석해 듣는 가장 일반화된 질문이다.

ESG경영의 첫 단계인 과제도출은 정해진 기준에서 출발한다. 국제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기준은 GRI나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 새롭게 부상한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변화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이 중심이다. 과제도출은 기업이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국제표준이 이행하도록 규정한 E,S,G 부문별 이행과제를 찾는 작업이다.

국제적인 기준이 6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고 내용 역시 방대해서 기업들이 제시 기준을 모두 따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국제적인 기준이 국제지속가능기준위원회(ISSB)로 수렴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분야별 모범규준을 내놨고 정부차원에서는K-ESG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K-ESG 가이드라인은 국내외 주요 13개 표준 및 평가기관의 3000여개 지표를 반영해 마련됐다. 국내 90% 이상의 기업들은 K-ESG 가이드라인만으로도 필요한 과제를 1차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SG경영 실행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두 차례의 중대성 평가작업을 거치게 된다. 국제 표준이 제시하는 업종별 중요도 평가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중대성 평가가 그것이다.

과제도출의 1차 중요성은 SASB

기업은 다양한 표준기구에서 제시하는 기준 중 자신의 업종에 맞는 중요도를 감안해 실행과제를 정리한다. E와 S, G 각 분야별로 모든 기업이 동일 기준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금융사와 유화업종 간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의 실천 비중이 똑같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참고할 기준이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의 산업별 중요성 지도(Materiality Map)다.

SASB는 11개 분야의 대분류에 77개 각 산업별로 기업을 구분한 뒤 환경과 사회자본, 인적자본, 비즈니스모델, 리더십(지배구조) 등 5개 항목의 중요도를 제시했다. 중요도는 3가지 색깔로 구분해 섹터 내 산업의 50% 이상에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구분하는 방식이다. 50% 이상 중요한지, 그 이하인지, 아니면 아예 중요도가 없는지를 구분하는 방식이다(표1). 동일한 업종 내에서 지속가능성 위험과 기회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특징을 갖고 있다.

(표1) SASB의 산업별 중요도
(표1) SASB의 산업별 중요도

표에서 보듯 소비재의 경우 환경 분야에서는 거의 중요도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이나 광물가공업에서는 환경 부문의 중요도가 높다. 헬스케어 업종의 경우 사회자본 항목의 개인정보, 지역사회와의 관계, 적정가격, 소비자 복리 등의 과제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중대성 반영은 이해관계자

업종내 E와 S,G간 중요성을 파악한 뒤에는 개별 기업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중대성평가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관심과 주문을 포함하는 과정으로 이 역시 국제 표준인 GRI 등이 적용 방식을 적시해놓고 있다.

중대성 평가를 통한 과제도출 과정은 대략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과제 이슈풀을 구성한다. 주요 기준들이 제시하는 표준과 회사의 중장기 전략 경영과제, 회사의 ESG 실행과제 등을 망라하는 작업으로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대략 50개 내외의 과제를 발굴한다.

2단계 중요성 분석은 사회적 관심도와 기업 차원의 업무적 영향도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사회적 관심도는 1차 도출한 50개 각 이슈가 외부 이해관계자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과 관심도를 분석하는 것으로 각종 지표의 가이드라인 분석과 이해관계자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된다. 특히 외부 이해관계자 설문조사는 지역사회와 투자자, 주요 협력업체 등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기업에 직간접 영향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에게 ESG경영 실행과제의 우선순위를 묻는 형식이다.

비즈니스 영향도는 산업 전반과 내부 전략 등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도를 분석하는 것으로 동종 및 유사업체의 과제 분석과 회사의 설립목적,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며 CEO 경영방침과 임원 회의자료 등 경영전략을 담는다. 아울러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도출한 실행과제의 중요도를 설문한다.

비즈니스 영향도를 X축에 놓고 사회적 관심사를 Y축에 놓은 뒤 각각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작업이 핵심이슈 후보군 선정과정이다. E와 S, G 각 부문에서 공통적인 우선순위 과제로 대략 20개 남짓 도출한다. 이들 우선순위 과제 후보군을 놓고 사내 ESG팀을 주축으로 경영진이 판단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개 내외의 우선순위 실행과제가 최종 결정된다. 과제는 핵심 이슈별로 성과지표(KPI)를 확정하고 KPI정의서로 정리돼 외부 전문가 및 경영진으로 구성된 ESG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과제로 공식화한다.

국내 상장사인 K사의 중대성 분석과정과 과제 선정 작업은 공공기관에게 적지않은 참고자료다. 1차 중요성 분석 지침은 K-ESG가이드라인과 한국 지배구조원 지표 등 국내 기준과 GRI, MSCI, TCFD, SASB 등 국제기준이다. 이를 반영해 기업의 1차 도출과제 44개를 뽑아놓고 적정성 여부를 판단했다.

외부 이해관계자 분석은 시민과 전문가 그룹 30명을 대상으로 1차 도출과제에 대한 중요도를 물었다. 이메일로 진행된 설문에 70%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애널리스트 등 기관투자자 10명에게도 과제의 중요도 설문을 벌였는데 60%의 응답률이었다. 두 설문 작업을 통해 E와 S, G의 분야별 과제 우선순위가 조사됐다.

이후 동종 유사업체의 ESG 경영 주요 이슈를 분석했다. 아울러 산업표준을 제시하는 국제기준의 가이드라인을 재차 참고한 뒤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ESG경영과 회사의 전략적 영향력을 분석했다. 업의 특성과 ESG경영의 일체성을 추구한 것이다. 아울러 회사의 비전 2030 등 중장기 전략경영 계획상 ESG 연계항목을 반영하고 CEO의 경영방침, 신년사 등을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ESG경영 인식도를 포함해 진행한 과제 선정 작업이다. 응답률은 20%를 약간 넘는 수준에 그쳤지만 ESG실행을 위한 최종 과제는 상대적으로 치밀한 과정을 거쳐 최종 11개로 확정됐다.

(표2) 도출과제의 중대성 예시. LG생활건강 2021 지속가능보고서. 

중대성 평가를 반영한 ESG 실행과제 선정과정은 지속가능보고서에 반드시 담도록 규정돼 있다. 지속가능보고서 검증의 4대 원칙 중 중대성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ESG경영 과정에 얼마나 중요하게 반영했고 이해관계자의 의견과 판단을 보고서에 충분히 포함시켰는지를 따진다. 주요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내·외부 환경분석 및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슈를 파악했는지, 관련성이나 중대성 평가를 통해 중대 이슈 우선순위를 결정했는지 등이 고려대상인 것이다.

공공기관의 과제도출 과정에서는 이 같은 기본과정과 함께 정부의 정책과 국민의 판단을 반영해야 한다. 특히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경우 지역사회 및 지자체와의 밀접한 관계를 담아야 한다. 공공기관의 ESG경영이 일반 기업보다 디테일해야 하는 이유다.

*시리즈는 이종재 PSR 대표와  서명지 CSR impact 대표의 협의와 집필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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