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기금 옥스팜의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한겨레 1.17)

 

[이종재 데일리임팩트 고문 겸 PSR대표] #7억1000만명. 연 700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전 세계 절대 빈곤층의 숫자로 전세계 인구의 9%다. 절대 빈곤층은 2015년을 기점으로 매년 최대 3000명까지 줄어드는 추세에 있었으나 코로나 2년 동안 이 숫자는 1억9400만 명이나 늘었다(세계은행, 2021.12.27).

#33억명. 연 2000달러, 하루 5.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전 세계 빈곤층의 숫자로 전세계 인구의 42%에 달한다. 국제구호기금 옥스팜은 2020년3월부터 2021년11월까지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빈곤층의 인구가 1억6300만 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2022.1.17.).

코로나 태풍 2년이 몰고 온 잔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우리 돈 6000원도 안 되는 벌이로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처참한 상황에 처한다. 문제는 코로나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이다. 태풍이 휩쓸고 간 이후 어려운 계층이 겪게 될 참혹한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끔직하다.

6000원 vs 1조3000억원

코로나에 휩싸인 지난 2년간 전세계 인구 99%의 소득이 감소했다. 이에따라 빈곤층으로 전락한 인구가 한해평균 8000만 명을 넘었다. 옥스팜이 지난 21개월 소득변화를 분석한 내용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세계10대 부자의 자산은 코로나 이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2020년 1분기 10대 부자의 자산은 7천억 달러였는데 2021년말 1조5000억 달러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중 불어난 이들의 자산은 하루 13억달러, 초당 1만5000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거론된 세계 10대 부호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창업주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버나드 아르노 루이비통 모에헤네시(LVHM)회장 일가 등이고 빌게이츠(MS 창업자), 래리 엘리슨(오라클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구글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스티브 발머(전 MS CEO),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엘론 머스크의 자산은 코로나 이전보다 10배 늘어난 2942억 달러이고 10위 워런베핏의 자산은 1015억 달러였다. 이들 10명의 총 자산은 인구의 40%에 달하는 자산기준 하위 31억 명 자산의 6배에 달한다. 옥스팜은 자산 10억달러 이상 갑부들의 자산은 코로나 이전 14년(2007년~2020년)보다 지난 2년간 더 많이 늘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2% vs 76%

전 세계 억만장자들이 코로나 기간동안 더 많은 부를 축적했다는 분석결과는 ‘세계불평등연구소(WIL)’에 의해 더욱 구체적인 숫자로 밝혀졌다. WIL은 프랑스 파리 경제대학 부설 연구기관으로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 교수의 주도로 설립됐다.

연구소는 지난해 12월7일 ‘세계 불평등보고서 2022’를 통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1995년 1%에서 2021년 3.5%로 늘었는데 2020년 한 해에만 1.5%포인트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가별로 소득, 부, 성별, 탄소배출 등 4가지 측면에서 불평등 수준을 측정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상위 10%의 소득은 전체의 52%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8.5%라고 밝혔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한 총 자산 기준으로는 상위 10%가 76%를 차지한 반면 하위 50%의 자산은 2%에 그쳐 188배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자산격차 52배

같은 기준 우리나라의 양극화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세계 불평등보고서는 한국 상위 10%가 보유하고 있는 부가 하위 50%보다 52배나 많다고 밝혔다. 금융자산과 부동산 등을 모두 포함한 자산기준 한국의 상위 10%는 평균 105만1300유로(12억2508만 원)로 전체의 58.5%를 차지했다. 반면에 하위 50%는 평균 2만200유로(2364만 원)로 5.6%에 불과하다. 한국의 소득 수준은 선진국인 서유럽 국가와 비슷하지만 부의 불평등은 이들 국가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비교도 제시됐다.

소득의 경우 2021년 기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에 달하는 46.5%를 벌어들이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에 그쳤다. 상위 10%의 1인당 소득은 15만3200유로(약 1억7850만 원)로 하위 50%의 1만600유로(1233만 원)보다 14배 많았다. 연구소는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이 10%포인트 늘어난 반면 하위 50%의 비중은 5%포인트 감소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핫 이슈로 대두된 부유세

세계적인 부호로 평가되는 102명의 ‘애국적 백만장자들’은 지난달 17일부터 화상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포럼에서 ‘우리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라’고 주장했다(영국 가디언 2022.1.18.). 이들 슈퍼리치에는 월트 디즈니가의 상속자 에비게일 디즈니와 벤처투자가 닉 하나우어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현 조세체계는 공정하지 않다”며 “부유세를 걷어 코로나 19 대응과 빈곤층 지원에 사용하자”는 취지의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국제 사회운동단체 '불평등투쟁동맹'과 미국의 진보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 옥스팜, 그리고 애국적 백만장자들은 공동 보고서를 통해 부유세를 연간 2조5200억달러를 거둘 경우 23억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전 세계에 보급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빈곤층에 의료·사회보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옥스팜은 특히 100만달러 이상 세계적인 자산가 6216만 명에게 재산 수준에 따라 연간 0.6%~8.3% 의 부유세를 부과할 경우 소득금액의 1.5%를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고 이 재원으로 교육과 보건 기후변화 대응 등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산 10억달러 이상 갑부들의 경우 코로나 대유행 2년간 급격한 자산증가를 이뤘기 때문에 이 기간 벌어들인 수익의 99%에 일회성 세금이 부과돼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미국상원에 발의된 부유세 역시 관심이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보유 주식·채권의 미실현 이익에도 최소 20%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걷겠다는 내용이다. 임금 대신 주식으로 보상받으며 과세를 피해 온 부자들에게 세금을 매겨 대규모 사회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법안인데 세수규모는 276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리치들이 사회를 위해 좀더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세계 전문기관들의 요구에서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불평등 투쟁동맹 등의 공동 보고서는 60억 원이상의 재산을 가진 한국의 부자들에게 2~5%의 부유세를 매기는 방식을 상정했다. 보고서는 ‘한국에 자산 500만 달러이상 개인이 7만2640명이며 이들의 총 순자산은 1조3500억달러(1611조원)로, 연간 358억달러(42조7000억원)의 부유세를 걷을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이후 분명해진 환경이슈나 양극화문제는 ESG경영의 당위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슈퍼리치의 책임인식을 요구하는 사회의 촉구는 날이 갈수록 거세다. 목소리를 높이는 전 세계 99%의 목표는 자본주의의 건강한 생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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