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공공기관의 대응, 디테일에 달렸다

2. 이해관계자는 국민과 정부

3: 과제는 중요성지도에 있다

4. 협력기업과 함께하는 ESG 대응

5. 지속가능보고서가 성과 높인다

6. ESG평가와 경영평가

7. ESG는 기회, 부문별 성공사례

8. 가치와 명성, 디테일에 있다

 

[이종재 데일리임팩트 고문 겸 PSR 대표] “ESG경영이 대세라는데 공공기관은 다르지 않나요? 상장기업도 거의 없고 대부분 공기업은 투자받을 일도, 은행에서 돈 빌릴 일도 없습니다. 평가도 이미 정부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공공기관과 ESG가 얼마나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ESG팀에 새로 발령받은 공공기관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혼란스럽기는 관련 업무를 5년째 맡고있는 나름 전문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외부 교육도 두 세차례 들었고 임직원들과 함께 전문 강사를 초빙해 ESG 전반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으나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자본시장 투자자 중심의 대응이 ESG경영의 배경인데 정부는 왜 공공기관에게 ESG경영을 선도하도록 하고 있는지, 기존 사회가치 구현과 어떻게 호응해야 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공공기관에게 ESG는?

경영현장에서 ESG경영이 불가피한 직접적인 이유는 자본시장의 투자논리 때문이다. 정부도 ESG에 대해 ‘자본시장의 투자자 관점에서 주요 의사결정 요인이자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라고 정의해 자본시장 중심의 해석을 뒷받침한다. 대부분 비상장사이자 투자유치와는 거리가 먼 공공기관들이 ESG경영을 다른 세상 얘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ESG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권은 이자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경영하는 공공기관은 전국 1600개의 5%도 되지 않는다. 이자율이 높건 낮건 관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ESG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경영진을 문책한다고 하지만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와 임원진 임면은 완전 별개의 트랙이다. ESG등급을 매겨 기업을 평가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평가는 전적으로 정부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에게 ESG 경영이 ‘남의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반 기업과는 다른 트랙이며 오히려 더 날카로운 메스로 대응해야 하는 디테일한 이슈다. 공식 발표된 정부의 방침은 ‘공공기관의 ESG 경영선도와 공공부문의 ESG 투자활성화를 통해 공공부문이 국내 ESG 확산을 뒷받침하도록 한다’로 집약된다.

자산 2조원이상 상장사에 2025년부터 지속가능보고서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미 공공기관의 ESG공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연기금의 ESG투자를 늘리도록 하고 정책금융기관의 ESG 금융도 활성화하고 나섰다. 특히 ESG경영계획 수립을 제도화하고 ESG경영 항목 일부를 이미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거래 기업들에 ESG 관련 포상과 인증에 가점을 부여하고 ESG 우수거래 기업에 대해서는 조달에 가점을 부여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거래 기업들까지 ESG를 매개로 더욱 단단하게 협력해야 하는 입체적인 대응이 ‘공공기관형 ESG경영’이다.

ESG경영, 국제적인 룰이 정한다

탈탄소 환경경영과 포용사회, 공정경영을 강조하는 ESG경영은 사회적 가치와 불가분의 관계다.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고유목적인 경제적 가치와 대비되는 용어로 돈보다는 사람, 개인보다는 공동체로 정의될 수 있다. 사회적 가치에 대해 UN은 2030년까지의 지속가능발전 목표를 제시하면서 17개 과제 169개 목표로 상세히 정의했고 지난 정부는 13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이는 기업이 돈벌이에만 몰두하면서 초래된 환경파괴와 양극화, 불공정 등 다양한 폐해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기업에게 요구하는 가치다. 즉 기업의 경제적 가치추구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근로자나 소비자, 시민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각종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으니 이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조화에도 책임있게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실행하는 방법으로 제시된 이론과 실행방법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고 공유가치 창출(CSV)이다. ESG역시 지난 2006년 UN의 책임투자 원칙에서 환경과 사회, 투명경영 등 사회적인 이슈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면서 등장했던 용어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 추구활동이 2020년을 기점으로 ESG로 수렴돼 ‘대세 ESG경영’으로 자리하고 있다.

ESG는 다양한 기관이 다각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구현 항목을 환경(E)과 사회(S) 지배구조(G)로 재구성한 것이고 ESG경영은 CSR, CSV 등으로 유도했던 사회적 가치추구 활동방식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ESG가 2020년 이전의 사회가치 추구활동과 다른 점은 이행과제들이 규범화 제도화 되면서 안하면 안되는 ‘의무사항’이라는 점이다.

2050년까지 탄소의 배출량과 감축량을 같도록 하는 탄소중립, 넷제로의 구체적인 목표와 국제적인 선언이 의무화의 결정적인 출발중 하나다. 각국은 선언한 감축목표를 지키기 위해 부처별로 각종 법과 제도를 속속 내놓고 있고, 자본시장은 목표에 맞게 활동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투융자와 이자율로 분명하게 가르고 있다.

ESG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외부에 완전히 공개돼야 하고 활동내용은 등급 판정의 기준이다. ESG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된 기업의 경영진은 더 이상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ESG경영이 제도와 돈의 힘을 배경으로 기업의 존폐(투자회수)는 물론 경영진의 진퇴까지 결정(스튜어드십 코드)하는 ‘대체불가 경영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ESG경영은 과제도출-실행-공개-평가-실행체계 재구축 등으로 이어지는 연례 순환구조다. ESG경영을 뒷받침할 별도 조직(ESG위원회)을 만들어 과제를 도출(중요성 지도)한 뒤 실행에 옮기고 이를 수시, 혹은 연례적으로 외부에 낱낱이 공개(지속가능보고서)한다. 지속가능보고서와 언론 등의 평가, 국제적인 활동(글로벌 이니셔티브 가입여부) 등을 바탕으로 기업은 ESG평가를 받는다. ESG등급(비재무적 평가)은 신용등급(재무적 평가)과 함께 경영능력과 투자자의 판단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표1).

표1. 기업의 ESG경영 실행과정과 단계별 규정
(표1) 기업의 ESG경영 실행과정과 단계별 규정

ESG경영을 실행하는 각 단계에는 따라야 하는 규칙이 있다. 기업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국제기구들이 세세하게 정한 규정들을 준수해야 한다.

우선 과제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따라야 하는 기준은 국제적으로 지속가능보고기준(GRI)과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기후변화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 등이 있다.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S), 탄소공개프로젝트(CDP) 등 크고작은 관련 기준은 전세계적으로 600여개에 달해 기업들의 어려움이 크다. 이를 반영해 재무기준을 주도적으로 제시해온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로 통일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ISSB는 올 3월31일 통합기준의 초안을 발표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ISSB는 연내에 구체적인 ESG경영 기준을 발표할 예정인데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돼 온 GRI와 함께 ESG기준의 양대축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한국ESG경영원, KCGS)이 재정리한 ESG모범규준과 정부합동으로 정리한 K-ESG가이드라인이 과제도출과정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특히 K-ESG가이드라인은 전세계 주요 표준기관과 평가기관에서 제시하는 3000여개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한 뒤 국내 관련 기관과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61개 과제로 정리한 ESG경영 기본지침이다.

K-ESG 가이드라인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에게 정부가 부담을 주고있다’는 현장의 오해를 받고 있으나 강제화하기 위한 짐이 아니라 혼재된 각종 규정을 재정리한 ‘모범 참고서’로 이해해야 한다. ESG경영을 계획하고 있는 단계의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지침서다.

공개단계에서 의무화되고 있는 지속가능보고서는 기준 제시기관의 ESG 분야별 실행내용을 담되 제3자검증기관의 검증기준이 고려돼야 한다. 대표 검증기관은 영국 비영리단체 AA와 국제회계사 연맹 산하의 ISAE(국제인증업무기준)인데 국내 보고서의 경우 AA 검증표준이 주축이다.

평가 역시 각 기관마다 고유의 모델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평가기관은 전세계적으로 1000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기관으로 모건스탠리 산하 MSCI와 다우존스 계열의 DJSI가 있으며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나 S&P 등도 ESG평가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CGS와 ESG경영원 서스틴베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민간기업의 ESG경영은 각 단계별로 세세하게 적시된 각종 기구의 규정을 따르는 자체가 ESG 경영이다.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이같은 규정들을 규범화 제도화함으로써 ESG경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사항으로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

공공기관의 디테일 대응, 정책에 달렸다

공공기관의 대응은 민간기업과는 다르다. 이유는 공공기관의 성격이 일반기업과 달리 업무 내용은 물론 시장과의 밀접도 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5월기준 1605개다. 중앙정부차원의 공공기관 350개와 지방 공기업과 출자 출연기관 1255개로 나뉜다. 중앙 공공기관은 다시 36개 공기업과 94개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220개로 구분된다. 구분 기준은 자산규모와 매출 및 자체수입비중, 종업원 수 등이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출자 출연과 지원으로 설립 운영되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가장 큰 이해관계자는 정부다. 또한 설립목적 자체가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국민 모두가 이해당사자다. 소비자와 투자자 중심의 대부분 일반 기업과의 근본적인 차이다(표2).

공공기관은 또 경영내용 하나하나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상징적인 통제 방법은 연례 경영평가다. 공공기관은 중앙단위 기관이든 지방 공기업이든 사실상 모두 평가를 받는다. 중앙단위 130개 공공기관은 모두 기획재정부의 평가대상이고 나머지 기타공공기관은 관할 부처의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일반기업에 비해 이해관계자가 특별하고 수행과제 및 공시대상이 일반기업과 다르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ESG대응은 복합적이다. 특히 민간의 투자가 필요치 않고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는 대부분 공공기관의 ESG대응은 정부의 정책과 평가지침이 가장 큰 고려대상이다. 1차적인 공시도 정부의 관리 내에 있는 알리오(중앙관리 공공기관)와 클린아이(지방공기업)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

 

(표2) 공공기관의 ESG경영 실행과정과 단계별 규정
(표2) 공공기관의 ESG경영 실행과정과 단계별 규정

자체수입이 전체의 50%를 넘는 공기업 중 한전과 가스공사 등 주식시장에 상장된 8개 공기업의 경우 일반기업의 대응과 공공기관으로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석탄에너지 비중이 높은 한전이 세계 주요 투자기관으로부터 투자배제 대상으로 떠올라 대응에 고심하는 등 상장 공기업들은 금융기관의 투융자 정책과 국제적인 ESG기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상장공기업은 물론 상당수 공공기관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연례보고서 형식으로 발행하거나 자체 홈페이지에 상시 게재하는 방식을 포함해 ESG활동의 정기적인 보고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공기관이 선도하는 ESG경영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ESG경영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공식화했다. 지난해 8월 정부 부처 종합으로 밝힌 ‘ESG 종합대책’을 통해서다. 정부는 당시 ‘ESG 경영확산 및 투자활성화의 선순환 체제 구축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충하겠다’면서 ‘공공기관의 ESG경영선도와 공공부문의 ESG투자 활성화’를 양대 축으로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이미 공공기관의 ESG관련 공시는 확대됐다. 알리오 및 클린아이의 경영공시 항목에 녹색제품 구매실적, 온실가스 감축실적, 안전경영책임보고서, 봉사 기부실적 등이 1차로 추가됐고 올부터 물 사용량과 에너지 사용량, 개인정보보호 현황 등이 포함됐다.

지속가능보고서에 대한 정책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2025년부터 단계별로 의무화해나가되 상장 공기업을 시작으로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확대해 나가도록 했다.

올부터 공공기관 및 지방 공기업의 특성에 따라 ESG경영 중점 목표 및 추진과제를 선정해 실행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공공기관별 혁신계획 수립시에는 ESG 요소를 강화해 주무부처가 이행상황을 점검토록 했다. 공공기관의 혁신 가이드라인에는 탄소중립 등 ESG과제가 추가된다. 지방공기업은 ‘사회적 가치 실현 실행계획’을 ‘ESG 실행계획’으로 확대‧개편하고 경영평가에 반영해 ESG 이행력을 높이도록 했다. ESG 실행계획 수립여부, 추진성과 등 ‘ESG 실행 노력과 성과’에 대한 가점이 신설됐다.

경영평가에는 이미 ESG요소가 추가됐다. 지방 공기업의 경우 특히 윤리경영, 지역상생 발전 등 ‘사회적 가치’ 배점이 35점에서 38점으로 늘었다.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와 ESG관련 항목과의 일치는 공공기관의 경영에 핵심이슈로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시리즈는 PSR 이종재 대표와 CSR impact 서명지 대표의 협의와 집필로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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