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공공기관의 대응, 디테일에 달렸다

2. 이해관계자는 국민과 정부

3. 과제는 중요성 지도에 있다

4. 협력기업과 함께하는 ESG 대응

5. 지속가능보고서가 성과 높인다

6. ESG평가와 경영평가

7. ESG는 기회, 부문별 성공사례

8. 가치와 명성, 디테일에 있다

 

[서명지 CSR impact 대표] 2021년 보건복지부 예산은 89조5766억원으로 정부 총지출 중 16%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복지지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OECD 평균 20.0% 이하인 12.2%(2019년 기준)로 집계되어 최하위권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복지지출 증가 속도는 OECD 회원국 중 1위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출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복지 분야는 대부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편성해 놓은 복지계획에 따라 노인(노인수당·치매·일자리), 아동(보육·통합돌봄), 여성,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에 사업별 보조금을 전달·관리하는 업무나 복지시설 운영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공기관의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적 가치 활동이 대상별, 이슈별 단순 지원을 지양하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실수요자의 욕구에 기반한 실질적인 지원을 모색한다면 복지정책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사회복지제도 전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 빈곤하지만, 제도의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하거나, 자격조건은 충족하나 정보의 접근성의 한계로 관련 제도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할 때, 또한 행정력이 미처 대상자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의 해소는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과 나아가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 강화와 연결되는 중요한 과제이다. 지금까지 사회보장제도는 소득보장과 의료보장 중심으로 제도의 정비나 전달체계 개편이 핵심적인 정책과제로 논의되어왔다. 제도의 부재로 생기는 복지 사각지대는 제도의 신설과 자격 기준의 완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접근은 오랜 논의과정과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하게 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직 재구조화 중심의 개편보다는 민간자원과 지역의 특성, 주민의 참여를 강화한 민간 협력적 거버넌스가 구축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CSR을 통한 사회문제의 해결은 공적 전달체계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나 특정 인구집단이나 지역에 한정된 사회문제를 새로운 ‘사회문제 재정의’ 과정을 통해 혁신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민관 협력적 거버넌스의 우수 사례이며 2021년 지방자치 경영대전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늘행복 프로젝트’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본다.
 

광산구청 늘행복 프로젝트

2019년 6월,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은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혁신정책 수립을 위해 가장 많은 복지 수요가 있는 광산구 우산동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중앙정부 주도의 복지전달체계 개편이 여러 차례 진행되었으나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직접 의견수렴을 시도했다. 이 실태조사를 통해 복지서비스 공급 대비 주민들의 체감도가 낮았던 기존 복지사업을 재평가하고 주민들의 주거환경, 자립 지원(일자리), 보건의료, 정신건강 등의 생활 욕구, 즉 사회서비스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게 됐다.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통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9년 12월 포럼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한 협력적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테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해마다 보도자료에 많은 지자체와 기관들의 협약 체결이 기사화된다. 그러나 협약은 선언적으로 끝나고 후속 추진 경과와 성과들이 공유되는 것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6개월 정도의 시간만 경과 해도 각 기관의 프로젝트 담당자가 바뀌거나 협약식에 참여했던 공공기관의 대표들도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 속출한다. 지금과 같은 정권교체 시기면 더욱더 그렇다.

광역시도 아닌 자치구에서 추진한 ‘늘행복 프로젝트’는 재원 마련도 문제지만 고도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질적 자원연계가 관건이었다. ‘늘행복 프로젝트’는 취약계층 거주지역에 지역사회통합 안전망을 세워 의료, 돌봄, 주거, 일자리, 공동체 활성화의 5대 전략 사업을 설정했다. 전략 사업 모두 단기간에 추진하기에 어려운 사업들이기에 지구력 또한 요구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택관리공단(주), 광주의료사협준비위원회, CSR impact(주)가 협약을 맺고 지역 복지기관과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 등이 결합하면서 민관 19개 기관이 협업하는 구조이다.

 

(그림1)
​(그림2) 광산구청 늘행복 프로젝트 파트너십 구조도.(그림1) 광산구청 늘행복 프로젝트 사업 구조도.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효율성과 영향력 확대

지난 10여년전부터 CSR분야에서는 집합적 영향력(Collective impact)이 다양한 포럼, 컨퍼런스의 화두로 등장했다. 일반적인 파트너십과 Collective impact는 확연한 차별점이 있다. 비단 광산구의 임대아파트만이 아닌 모든 지자체의 현안이기도 한 취약계층의 문제들은 매우 다층적이며 복합적이어서 새로운 방식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다자간의 협력구조가 잘 작동되기 위한 구성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래의 사업 구조도의 복잡함이 보여주듯이 ‘늘행복 프로젝트’의 구성요소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늘행복 프로젝트’ 협력기관에 참여한 지자체와 공공기관, 지역 복지기관은 각각의 고유의 목적사업을 가지고 있어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특별히 공공기관의 지역혁신도시 이전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본사를 진주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나주에 두고 있어 전국의 권역별 지역본부의 사회적 가치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분주한 상황에서 광주전남지역본부의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그림1) 광산구청 늘행복 프로젝트 사업 구조도.
(그림1) 광산구청 늘행복 프로젝트 사업 구조도.

 

처음부터 재원을 확보하고 시작하지 않았기에 협력기관으로 원팀을 구성하여 중앙정부의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영구임대아파트 전수조사 결과로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서비스가 현금지원(44.2%), 밑반찬 지원(17%), 가사 지원 등 돌봄서비스(8.3%)여서 여기서 단발적인 현금지원방식을 제외한 밑반찬 지원과 돌봄서비스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늘행복 일자리가 나왔다.

소상공인들의 창업에서도 임대료, 인건비, 원자재가 가장 중요한 리스크여서 처음 기획부터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기획을 했다. 주민들로 구성된 반찬가게를 창업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사회적경제 육성지원사업에 지원하여 1억원의 재원(국비7, 구3)이 선정됐다.

건강밥상 협동조합을 2021년 1월 창립하고 주민역량 강화 교육과 메뉴개발, 시설관리, 생산프로세스, 인력운용, 인허가 절차 등의 실질적인 컨설팅 지원을 받았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유휴공간을 지원받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역의 로컬푸드마켓의 유휴 신선식품을 공급 받기로 했다.

처음 계획처럼 유휴 식자재만으로는 반찬가게를 운영하기에 효율적이지 않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직원들이 모은 1천만의 후원금도 요긴하게 쓰여졌다. 영구임대아파트 주민은 복지 서비스 수혜대상을 넘어 자신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건강밥상 협동조합은 기반을 구축하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안정화 수순을 밟고 있다.

해마다 육성되고 사라지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많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문제를 재정의하고 그에 맞는 육성을 하면 조금 더 생존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반찬 지원에서 시작하여 지역아동센터, 방과후 돌봄기관의 급식 제공, 병의원 입원 환자 및 보호자 대상 상품개발 등을 통한 B2C 계획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9년에 시작된 ‘늘행복 프로젝트’는 초기 협약했던 공공기관의 대표들은 변경되었으나 로켓 추진체의 분리 과정처럼 궤도 안에 안착되어 2022년 현재에도 진화하는 프로젝트다.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자원연계와 성장의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정부 부처의 분절된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여 주민들이 지역사회 문제해결 과정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의미가 크다. 지역 내에서 지역민의 힘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참여와 협력의 성공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사회적경제 육성사업과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 사업비와 공간지원을 하지만 지역의 현안을 토대로 기획되지 못할 경우 지원사업이 끝나면 육성기관은 소멸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획된 협력적 거버넌스가 사회문제 해결의 중요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는 이종재 PSR 대표와 서명지 CSR impact 대표의 협의와 집필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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