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

1. 공공기관의 대응, 디테일에 달렸다

2. 이해관계자는 국민과 정부

3. 과제는 중요성 지도에 있다

4. 협력기업과 함께하는 ESG 대응

5. 지속가능보고서가 성과 높인다

6. ESG평가와 경영평가

7. ESG는 기회, 부문별 성공사례

8. 가치와 명성, 디테일에 있다

 

[이종재 데일리임팩트 고문 겸 PSR 대표] ‘협력기업에 ESG관련 교육을 실시하거나 진단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모기업에게는 동반성장기금을 활용해 지원한다. 협력사에 대한 ESG 경영 지원실적은 동반지수 평가에 반영된다. 공공기관 협력사의 ESG 관련 인증 및 대응 역량강화 지원 실적도 경영평가 대상이다.

ESG 경영 우수 중소기업에게는 공공조달 낙찰자 선정 시 신인도 평가에 가점을 부여한다. ESG 관련 포상을 확대하고 포상기업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의 재정사업 지원 시 우대한다.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ESG 경영지원 관련 비용을 연구개발 세액공제 대상으로 추가하기 위해 관련 법도 개정한다’.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ESG 경영의 조기 확산을 위해 내놓은 기본 정책의 골자다. 특히 협력기업에 대한 ESG 지원은 공공기관 ESG 경영 활동의 주요 항목이다. 내년도 경영평가에서는 협력사의 지속가능경영 관련 인증 및 평가 대응역량 강화 지원 등 협력업체 지원 실적이 평가대상이다. 공공기관의 ESG 경영이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에 집중토록 한 것이다.

이를 반영해 일부 기업들에는 구체적인 활동이 제시됐다. 수출입은행은 평가모형에 ESG 관련 모델을 개발해 대출에 활용하며 기술신용보증기금은 ESG 경영 우수기업에 대한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보증료율을 우대한다. 중소벤처진흥공단은 넷제로(탄소 배출량= 감축량) 유망기업에 대한 융자대책을 마련한다.

새 정부 ESG정책 목표는 공공기관의 협력업체 지원

‘공공부문이 ESG 확산을 뒷받침한다(2021년 8월 26일)’는 정부의 기본방침은 새 정부의 정책에서도 크게 변함이 없다. 새 정부의 구체적인 ESG 정책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으나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배출량 40% 감축’을 확인하고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자체 ESG 역량 강화는 물론 민간 협력업체 ESG경영 지원 목표‘를 내세웠다. 공공기관의 ESG 경영이 협력업체와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중소 중견기업의 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정책은 지난해 부처 간 첫 합동발표에서 분명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한 ESG 교육 컨설팅을 강화하기로 하고 수출기업 및 하도급 기업 등 글로벌 규율 강화에 큰 영향을 받는 기업과 ESG 초기 진입 기업에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저탄소 경영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경영혁신 바우처 확대와 환경과 안전 노사파트너십 강화 등이 주요 목표다.

이를 위해 ESG 우수기업에 대한 세제 금융상 인센티브를 개발하고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 권장, 정책자금 금리 보증료 인하, 그린 스타트업 2000 등 선정 시 우대 등을 속속 내놨다. 특히 협력업체의 CEO를 대상으로 준법 환경교육, 임금 격차 해소 지원 등의 형식으로 공급망 ESG를 관리하는 대기업에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조달정책 등이 반영되는 공공기관은 정부의 중소 협력기업 ESG 지원사업의 핵심 대상이다.

정부의 이 같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배경에는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공급망 실사가 있다. 공급망 실사는 모기업뿐만 아니라 가치사슬 내에 있는 전 수급업체가 ESG 관련 항목을 실천하도록 하는 국제 규범이다. 중소기업들도 ESG 경영에 나서야 하는 배경이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중소기업의 ESG 경영 역량강화 미션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ESG 경영 실행과정의 핵심이슈는 공급망 실사

공급망 실사는 거래관계에 있는 협력기업에서 ESG 핵심지표 중 문제를 초래할 경우 해당 기업과 협력기업 모두의 거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ESG 주요 이행항목이자 평가대상이다. 유럽의 경우 국별로는 이미 공급망 실사를 법제화 해놓고 있으며 EU차원의 법안도 윤곽을 드러냈다. ESG경영에 관한 공급망 실사는 ‘납품 하청관계에 있는 모든 기업 간 공동운명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공급망 실사는 EU집행위원회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으로 국제적 이슈가 됐다. EU는 2019년 공급망 실사법의 도입을 예고했고 2020년 4월 법안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EU집행위는 공급망 실사 결의안을 채택했다. 올들어 지난 2월 발표된 지침은 초안 성격으로 의회와 이사회의 표결 등을 통해 구체화한 뒤 2024년부터 시행된다.

지침이 본격 시행되면 실사는 인권과 환경 관련 기업 활동의 전 공급망에 걸쳐 이루어진다. 실사는 감사나 조사와는 달리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식별하고 예방 또는 완화·제거 조치 등에 촛점을 맞춘다. EU집행위는 기업이 협력사와 ‘실사준수 계약’(추후 표준 계약조항 마련 예정)을 체결토록 유도, 협력사가 기업의 실사정책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실사내용은 크게 6가지다. 우선 실사의 내재화로 근로자 및 자회사와의 행동강령, 실사 접근방식, 이행 프로세스 등 실사 내용을 기업 정책에 반영해야 하며, 매년 업데이트한다. 기업은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식별, 예방, 완화, 최소화 또는 제거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협력사와 실사준수계약을 체결하고, 실사가 원활히 이행되지 않는 경우 비즈니스 관계를 한시적으로 중지하거나 종료 가능토록 했다. 기업은 제 3자 검증 또는 산업 이니셔티브(협약가입) 등을 적용해 실사계약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EU 공급망 실사법의 우선적인 적용대상 한국기업은 EU를 활동무대로 하는 대기업에 중간재 등을 납품하는 협력사로, 무역보험공사는 국내의 고위험군 해당 수출기업 110여개 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확산일로 공급망 실사

EU 회원국 중에는 이미 관련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는 국가도 적지 않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다국적 기업이나 기관투자자들은 환경과 인권에 대한 실사 증명을 거래 기업들에게 제출토록 요구하고 있다.

가장 구체적으로 공급망 실사를 진전시키고 있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2023년 1월부터 공급망 실사법(LkSG: 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z)을 본격 시행한다. 인권과 환경 보호 강화에 초점을 둔 법안으로 2021년 6월 25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승인됐다.

실사 의무의 핵심은 인권 침해 및 환경 피해의 위험을 식별, 예방 또는 최소화하기 위한 위험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다. 독일에 근무하는 고용 인원 3000명 이상인 900개 대기업에 우선 적용되며, 2024년부터는 고용 인원 1000명 이상 기업으로 확대된다. 적용되는 기업에는 독일에 지사를 둔 외국계 기업도 포함된다.

독일은 공급망 관리를 위한 전담 감독기관까지 두고 있다. 독일연방경제·수출관리청(BAFA: Bundesamt für Wirtschaft und Ausfuhrkontrolle)이란 이름의 이 기관은 공급망 관리 모니터링에 관한 광범위한 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기업은 매년 BAFA에 실사 의무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공개해야 하는 이 보고서는 기업의 인권 및 환경 피해 위험의 식별 여부와 식별한 경우 어떤 위험인지, 기업의 실사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 조치의 효과와 영향에 대한 평가, 개선계획 등을 담는다.

기업이 공급망 실사법을 어기면 벌금도 부과된다. 벌금은 최대 800만 유로(약 110억원) 또는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2%까지인데 매출 기반 벌금은 연매출이 4억 유로 이상인 기업에만 적용된다. 전경련은 독일에서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이 본격 시행되면 폭스바겐과 지멘스, 아디다스는 물론 BMW, 딜리버리 히어로 등 독일의 시총 20대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파트너사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163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 중 145개는 중견·중소기업으로 분석했다.

협력관계에 있는 거래기업들과 ESG경영 이행 협약을 맺고 대응 방안을 교육하는 등의 조치가 공급망 실사법에 대한 1차적인 대응이다. 공동대응의 핵심은 협력회사의 ESG 실천을 위한 평가-피드백-개선지원-사후관리에 이르는 체계적 프로세스 구축이다. 특히 고위험 협력회사의 경우 별도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을 지원해야 한다. 일부 앞선 기업들은 협력회사에 ESG 실천 가이드를 제공해 공급망 리스크를 예방하고 있다. 공급망 실사 관련 규정을 내부 지속가능 평가항목으로 분류해 놓고 관련 협력기업의 실행체계를 구축토록 하는 지원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표1).

(표1) SK그룹 공급망관리 실천도. SK그룹 지속가능보고서 발췌
(표1) SK그룹 공급망관리 실천도. SK그룹 지속가능보고서 발췌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공급망 관리를 위한 협력기업과의 긴밀한 협업체제 구축은 긴요하고도 시급한 ESG 대응 방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많게는 수만에서 최소 수십 개 이상 직간접 협력업체와 함께하고 있는 공공기관에 협력업체와의 ESG 공동대응은 기업 가치와 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기이자 기회가 되고 있다.

*시리즈는 이종재 PSR 대표와  서명지 CSR impact 대표의 협의와 집필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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