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CI.
남양유업 CI.

 

[미디어SR 김다정 기자]남양유업이 57년 역사의 오너경영의 마침표를 찍으면서 줄곧 기업 이미지의 발목을 잡았던 ‘오너리스크’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됐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곤욕을 치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음에도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오너가(家)의 모든 지분을 매각하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문제의 발표 이후 44일 만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전날 최대주주인 홍원식 회장 외 2명이 보유한 남양유업 주식 전부를 한앤코 유한회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51.68%)을 포함해 부인인 이운경(0.89%)씨, 동생 홍명식(0.45%)씨, 손자 홍승의(0.06%)씨 지분까지 합치면 총수 일가 지분이 53.08%에 달한다.

이번에 지분 양도 대상은 남양유업 주식 37만8938주다.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대금 지급 시기는 당사자들이 합의할 수 있지만, 다만 8월 31일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최대 주주는 대금 지급 시점에 변경된다.

남양유업의 각종 악재 ‘잔혹사’…결론은 ‘매각’ 초강수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으로 남양유업은 오너 경영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1964년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회사를 설립한 이후 57년만이다.

그동안 남양유업은 각종 악재로 추락한 이미지를 훼복하지 못하고 ‘갑질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특히 지난 2013년 본사 직원이 대리점 직원에게 폭언하며 물량 밀어내기(강매) 갑질을 했다가 적발된 사건 이후 줄곧 불매운동의 중심에 섰다.

이후 아인슈타인 우유의 디옥시리보핵산(DHA) 함량을 과대 광고하고, 타사에서 판매하는 커피믹스의 카제인나트륨이 유해성분인 것처럼 선동하는 비도덕적인 마케팅 문제도 불거졌다.

남양유업의 경우 폐쇄적인 지배구조 탓에 ‘오너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33)의 마약 범죄 혐의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어 지난해에도 댓글을 통해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한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불가리스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를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했고, 이어 경찰은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남양유업은 이전과 달리 이번 사태에서 만큼은 회장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섰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회장은 남양유업 최대주주로서 절대적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 껍데기’ 뿐인 사과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남양유업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경영 쇄신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남양유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소비자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강도 높은 혁신을 위한 세부 조직 인선과, 외부 자문단 구성 등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 회장의 자진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연이은 쇄신책에도 비난 여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매각이라는 고강도 처방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미디어SR에 “추가적인 경영 쇄신안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아 추후 사태의 분위기에 따라 최후에는 매각까지 고려하는 것 같다”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각에서는 홍 회장이 남양유업의 각종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오너가가 3000억원대의 돈을 챙긴 점에 대해서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영 정상화 기대감 커져 주가 ‘껑충’

이번 오너가의 지분 매각으로 오너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남양유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28일 오전 11시 기준 현재 남양유업은 전일 대비 13만1000원(29.84%) 오른 5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전부터 매수세가 몰리면서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로 치솟은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이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남양유업을 인수하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는 기업체질·실적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한 경험을 앞세워 남양유업의 경영쇄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에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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