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CI.
남양유업 CI.

 

[미디어SR 김다정 기자]홍원식 회장의 ‘눈물의 사퇴’에도 여론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통해 경영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곤욕을 치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최대 주주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계속되자 여론을 의식해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남양유업은 지난 7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10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비대위원장은 정재연 세종공장장이 맡는다. 정재연 공장장은 남양유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직원급 중 최고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연 공장장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는 향후 경영 쇄신책 마련과 함께 대주주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을 요청할 예정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내부 혁신을 속도감 있게 대응하려면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며 비대위원장 선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비대위원장만 선출이 됐고 이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대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이광범 현 대표이사는 법적 절차에 따라 후임 경영인을 인선할 때까지만 대표이사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남양유업 경영진 총 퇴진은 57년 남양유업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남양유업은 이전과 달리 이번 사태에서 만큼은 회장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사태수습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최대주주로서 절대적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빈 껍데기’ 뿐인 사과라는 지적이다.

홍 회장은 회사 지분은 물론 이사회까지 장악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던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남양유업이 이번에 경영 쇄신책을 내놓겠다며 마련한 이사회를 여전히 홍 회장이 주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더욱이 비대위가 지배 구조 개선을 대주주에 요청한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결정을 홍 회장의 결단에 맡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사회를 누가 소집하고 어떻게 진행됐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이번 긴급이사회에 회장님은 전화로만 참석했고 나머지 3명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빈껍떼기’ 뿐인 사과…오너일가 지분 처분으로 진정성 증명할까

재계에서는 남양유업을 휘청이게 한 잇단 논란들이 ‘오너리스크’와 무관하지 않았던 만큼 홍원식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어떤 구체적 내용이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

공석이 된 사장 자리에 기업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하고 홍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남양유업 지분 정리하지 않는 한 홍 회장의 사과는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51.68%)을 포함해 부인인 이운경(0.89%)씨, 동생 홍명식(0.45%)씨, 손자 홍승의(0.06%)씨 지분까지 합치면 총수 일가 지분이 53.08%에 달한다.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상장사 중 50% 넘게 지분 보유한 개인주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출 5000억원이 넘는 상장사 중 개인 최대 주주 지분이 50%가 넘는 곳은 남양유업이 유일하다.

남양유업이 보유한 계열사도 관심사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 계열사인 금양흥업과 건강한사람들에서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개 계열사 모두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남양유업의 지분 절반 이상을 거머쥐고 있는 홍 회장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홍 회장이 두 아들에게 기업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지분을 일가에게 양도한 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일절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꼼수’를 부린다면 지금보다 더 큰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

실제로 2013년 지역 대리점 물건 밀어내기 논란이 퍼지면서 남양유업이 ‘갑질’ 기업으로 낙인찍혀 불매운동의 역풍을 맞았던 당시에도 홍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을 세웠다는 이유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폐쇄적인’ 이사회 구성…“경영 쇄신 핵심은 이사회”

특히 남양유업의 경우 이사회 구성에서 오너 일가가 임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폐쇄적인 이사회’ 운영으로도 유명한 만큼 향후 오너일가의 이사회 비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남양유업의 오너가를 견제하면서도 투명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려면 이사회의 변화는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남양유업의 최근 보고서 기준 이사회에 활동하는 인원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으로 총 6명이다.

이 가운에 오너가는 홍원식 회장을 포함해 지송죽 이사, 홍진석 상무 세 명이다. 이사회 중 50%인 절반이 가족 구성원으로 채워진 셈이다.

홍원식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이사는 올해 93세로, 경영에 나설 수 있는 연세로 보기 힘들다. 지 이사의 최근 이사회 참석률은 0%이다. 최근 3년 간 단 한 번도 이사회에서 참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홍진석 상무는 홍 회장의 아들이다. 홍 상무는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를 시키는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보직 해임된 상태다.

한국CXO연구소는 최대주주 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혁신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오너가의 이사회 비율을 대폭 낮춰 좀 더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 이외에 뚜렷한 대안책이 없다고 보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미디어SR에 “오너가가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실상 현재의 남양유업 이사회 구성은 오너일가의 잘못된 부분을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이번 경영쇄신책에는 기본적으로 이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내용이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없다면 사실상 ‘알맹이’가 빠진 쇄신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