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CI.
남양유업 CI.

[미디어SR 김다정 기자]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학술적 목적의 발표이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남양유업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발표 과정에서 세포 실험 단계에서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열린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항바이러스 효과분석에서도 불가리스가 인플루엔자를 99.999%까지 사멸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 연구결과는 각각 한국의과학연구원,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에서 개의 신장세포와 원숭이 폐 세포를 통해 도출됐다.

이날 연구결과를 발표한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은 “기존 제약과 의학계 중심의 백신·치료제 개발이라는 통념적인 영역을 벗어나,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완제품에서 항바이러스 및 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현했다는 데 성과가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이 연구결과와 관련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 지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남양유업은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이미지 반전을 꾀했지만 오히려 예상치 못한 역풍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과문에도 ‘후폭풍’ 계속…식약처, 남양유업 고발

비난이 빗발치자 남양유업은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잠재우려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고발에 한국거래소 조사까지 후폭풍은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식약처는 전날 남양유업을 ‘식품표시법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의 연구결과 발표를 단순 학술 목적이 아닌 ‘홍보용’으로 판단한 것이다.

식품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부 업체들은 코로나 예방효과를 앞세운 광고에 열을 올리면서 이는 곧 제품 판매 급증으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이같은 과장광고로 인해 소비자 민원과 피해가 잇따르자 당국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남양유업이 발표한 연구결과 역시 불가리스를 마시면 독감을 99.999% 예방하고, 코로나19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77.8% 덜 걸린다는 식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실제로 이후 불가리스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불가리스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식약처는 “긴급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 및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점을 확인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이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에 대한 홍보를 위해 심포지엄을 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식약처는 남양유업의 생산공장이 있는 세종시에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을 의뢰한 상태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곳으로, 발효유뿐 아니라 분유와 치즈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세종과 천안, 경주, 나주 등 전국 총 5개 남양유업 공장 중 세종공장의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영업이 정지될 경우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롤러코스터’ 탄 남양유업 주가…개인투자자 ‘공분’

이번 연구결과 발표 전후로 오랫동안 횡보하던 남양유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서 거래소도 조사에 나섰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13일 장 마감 30분 전에 급등하며 전날보다 8.57%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간외 거래에서 10% 더 상승해 41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튿날인 14일에도 남양유업의 주가는 요동치면서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전 거래일 대비 28.6%(10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곧 오름세가 꺾이면서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탔다.

고점에 물린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남양유업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는 공분이 쏟아졌고, 거래소는 이와 관련한 조사에 나섰다.

이날 남양유업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상시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인체에 대한 효능을 명확하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임상시험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투자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공정거래 중 하나인 '부정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거래소는 남양유업이 연구결과를 과장해 발표했는지, 또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릴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날 발표 자리에서도 계속해서 세포단계 실험에서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다만 통제할 수 없는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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