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횡포’ 논란에 뒷짐지던 홍원식 회장…"많이 부족했다" 뒤늦은 사과

경영진 공백 우려…이광범 대표도 "모든 책임 제가 지겠다" 사의 표명

남양유업 CI.
남양유업 CI.

[미디어SR 김다정 기자]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최근 논란이 된 ‘불가리스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른 지 44년만이다.

홍회장은 특히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홍원식 회장은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과 직원,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 회장은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대국민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2019년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이후 세 번째다. 8년 전엔 김웅 당시 남양유업 대표와 본부장급 임원 등 10여 명이 고개를 숙였지만 홍 회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홍 회장은 “(과거)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며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런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으로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 저감 효과가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 논란 초기만 하더라도 남양유업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통제할 수 없는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사실상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이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대국민 사과에 이은 회장 사퇴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번 홍 회장 사퇴로 남양유업은 경영진 공백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전날인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하며 퇴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광범 대표는 임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이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며, 저의 실책에 대한 비난은 무엇이든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다”며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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