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본사. 사진. 구혜정 기자
대한항공 본사.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1, 2위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결정으로 마일리지 통합부터 노선 축소 등 소비자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부, 대한항공이 나서서 이번 인수‧합병이 독점 체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화하고 있으나 마일리지와 관련해선 이미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양사 마일리지 통합 문제까지 겹쳐 논란은 한층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거대항공사(FSC, Full Survice Carrier)의 인수‧합병(M&A)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은 마일리지에 쏠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가 통합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7일 산은과 대한항공의 설명에 따르면 두 항공사가 각자의 브랜드를 유지한 채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방식이 아닌 1개 브랜드로 통합돼 운영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백브리핑에서 “두 항공사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마일리지 시스템도 통합된다”며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사용처가 부족해 소비자 불편이 컸는데 이제 대한항공이나 관련 제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반대의 상황을 예상하며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통합 이후 보너스 좌석 예약과 제휴 서비스 이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불만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대규모 노선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항공권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단독 운영했던 몽골 노선이 거리는 짧지만 유럽만큼 가격이 비쌌던 점을 거론하며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마일리지 제도에 불만이 가득한 분위기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을 내놓을때도 소비자들은 “개편이 아닌 ‘개악’”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이같은 불만은 지난 1월 말 법률서비스플랫폼인 ‘화난사람들’을 통해 2000명에 가까운 청구인이 모여 대한항공을 공정위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화난사람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로나19로 인해 공정위에서도 불공정 약관에 대한 답변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한 상황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에도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항공사에 마일리지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마일리지와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M&A에 따른 마일리지 통합이 소비자 불만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한국소비자원이 미디어SR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항공사 마일리지 관련 피해구제를 요구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마일리지’가 제목에 포함된 상담건수를 살펴보면 2018년 114건, 2019년 123건에 이어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의 상담 건수만 147건을 기록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소멸 예정이었던 마일리지의 기한을 내년까지 연장했지만, 본격적으로 마일리지가 소멸되는 데다 원치 않는 마일리지 통합이 이뤄지게 되면 소비자 불만과 피해구제 신청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소비자들이 각 사에 적립한 마일리지로 동맹 내 항공사 티켓을 발권하거나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어 재산권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서로 다른 항공 동맹에 소속돼 있다는 점도 통합 과정에 진통을 예고한다. 현재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이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국토부 김상도 실장에 이어 대한항공 관계자도 이날 미디어SR에 “마일리지 시스템을 통합 운영할 것으로 예상되며, 추후 아시아나항공이 (인수 대상 기업인 만큼)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스타얼라이언스는 스카이팀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타이항공, 에티하드 등 국내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외항사들이 가입돼 이를 노리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소비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소비자 중에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럴려고 아시아나 (마일리지) 모았나"라면서 “조원태만 좋겠지”라고 비꼴 정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 소비자가 이번 통합 계획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적립 소비자가 이번 통합 계획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통합 비율을 고려했을 때도 사실상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아시아나 마일리지 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금액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한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500원당 1마일이 적립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1대1 비율로 산정돼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만일 보유한 마일리지 규모가 기준이 돼 등급 및 혜택의 범위가 조정된다면 보유 마일리지 규모가 감소해 등급 조정에 이를 경우 사실상 손해인 셈이다.

한편 국토부는 M&A 추진 공식화 이후 이들 항공사의 독점 체제로 인한 “급격한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양사의 이익 개선을 위해 통합이 결정된 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일부 노선은 감축이나 폐지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노선의 급격한 폐지보다는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거나 추가 운항이 필요한 노선에 잉여 기관이나 인력 투입해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시간이 지난 뒤 중·장기적으로 운임 상승과 비인기 노선의 축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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