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정부 기안기금 투입됐는데 회생불가 기업? 모순

시민단체, 양사 노조 "소비자 후생 후퇴, 하청·협력업체 피해 우려"

15일 오후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 정혜원 기자
15일 오후 서울 종로 참여연대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구조 문제점 점검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 추진과 관련해 시민단체 및 전문가, 양사 노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 기업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된다면 소비자 후생 감소, 하청업체 피해 등의 위험을 보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노조, 참여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은 15일 오후 서울 종로 참여연대 건물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구조 문제점 점검 긴급 좌담회’를 열고 이번 합병 추진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배제한 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국내 항공업계 1, 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양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무려 75%에 달해 공정위 심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한다. 예외적으로 효율성 증대가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 보다 큰 경우와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 결합할 경우에는 허용된다.

하지만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좋지는 않지만, 지난 9월 정부는 이 회사에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투입했다”면서 “기안기금의 투입 조건이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유동성 위기’였으므로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한 기업으로 보고 기업결합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소장은 이어 “2018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항공정책연구소가 함께 발표한 '항공여객운송산업에 대한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도 항공여객운송산업에서의 건정한 경쟁체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코로나19 직전에는 경쟁체제의 필요성을 주장했음에도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하게 되면 상당한 모순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심규덕 아시아나항공노조위원장도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의 기안자금을 투입한 점을 거론하며 “유동성과 자본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제고한 뒤 재매각하겠다는 계획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관리 하에 독자 생존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산은이 일방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 가능성을 배제한 채 이번 합병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심 위원장은 이 같은 산은의 일방적 행태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양호한 영업 흐름을 보이며 바닥을 찍고 올라갈 일만 남았는데도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다시 바닥으로 처박는 행태”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럼에도 이상훈 소장은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불허하는 대신 또 다른 예외 조항인 ‘효율성 증대효과’를 주된 판단기준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 경우 경쟁제한의 피해로 야기될 인력 구조조정, 소비자 후생 감소, 협력하청업체의 피해 등을 기업결합으로 인한 효율성 확대와 비교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토론을 진행한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추진위원장은 “현대‧기아차의 기업결합의 경우는 (기아차가 회생불가 기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기아차 수준인가”라고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기업결합이 승인될 경우 소비자 후생의 후퇴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대‧기아차의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으면서 국내 자동차 가격이 같은 사양의 미국 수출 자동차에 비해 20~30% 비싸졌다”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결국 항공운임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도 “이미 대한항공은 최근 비상구 좌석 등 소비자 선호 좌석의 배정권에 대해 최대 15만원까지 추가 요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대한항공이 ’가격인상은 없다’고 밝혔으나 M&A 완료 전부터 이처럼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켜 항공운임료 인상이 예견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윤 대표는 이어 “실제 통합항공사가 출범하게 되면 비수익노선의 비용을 높이고 기존 무료 서비스를 유료서비스로 전환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배진교 정의당 국회의원도 참석해 “이번 합병 건에 대해 산은으로부터 자료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우려하면서 “구조조정과 하청협력업체 피해, 소비자 후생 후퇴가 예상되므로 정확한 자료에 근거해 실질적인 분석 및 대안을 면밀히 논의해 본 뒤 합병의 적설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송민섭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 지부장은 이와관련, “산은과 대한항공이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정작 양사 4개의 노동조합이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자는 요구에는 묵묵부답”이라며 “합병으로 정말 좋은 기업을 만들 자신이 있다면 정부와 회사, 노동조합이 함께 대화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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