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 사진. 인터넷 갈무리
미국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 사진. 인터넷 갈무리

[미디어SR 이승균, 정혜원 기자] 대한항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센터를 운영 중인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에 약 1조1161억원 가량을 빌려주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대한항공은 수출입은행의 대출 지원을 받아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 Hanjin International Corporation)에 9억5000만달러(한화 약 1조1161억원) 상당의 자금 대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9억 달러의 차입금이 이달 중 만기도래할 예정이나, 코로나19의 확산 영향으로 호텔·오피스 수요 감소 등 시장상황이 악화하면서 리파이낸싱(Refinancing, 재융자)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한진인터내셔널에 대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대신 지원 자금을 1년 내로 대부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9억달러는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 상환에 활용되며, 5000만달러는 호텔산업 경색에 따른 운영자금 충당에 활용된다.

대한항공은 미디어SR에 “수출입은행의 대출을 통해 한진인터내셔널을 지원하는 것이라 대한항공의 유동성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3억달러(한화 약 3525억원)를 대출해주고, 대한항공은 이를 다시 한진인터내셔널에 대출한다.

다른 3억달러는 내년 미국 현지 호텔·부동산 시장 위축이 해소되고 금융시장이 안정화 되는 시점에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서 대한항공에 이를 상환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억달러는 현재 미국 현지 투자자와 브릿지론(Bridge Loan, 단기차입등에 의해 필요자금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대출)을 협의 중에 있다고 대한항공은 밝혔다.

한진그룹. 사진. 구혜정 기자
한진그룹. 사진. 구혜정 기자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호텔 지분 일부를 매각하기로 현지 투자자와의 협의가 마무리 된 상황이고, (LA 현지) 업황이 개선되면 상환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대한항공으로 신용 위기가 전이될 우려는 적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지분 일부와 연계한 브릿지론을 10월 중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뿐 아니라 여행‧숙박업계가 모두 고사할 위기에 처하면서 한때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이 윌셔그랜드센터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대한항공은 결국 리파이낸싱으로 선회했다.

회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월셔 호텔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으나 매각을 고려한 바 없다”고 일축하면서 “이번 상환금을 1년 이내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연결실적 기준으로는 리파이낸싱 금액이 일부 있는 만큼 신용 리스크로 연결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으나 “적정가 매각이 최선의 선택일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상황이 악화한 만큼 당분간은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이달 말부터 대한항공의 대규모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다수의 신용평가사는 대한항공의 신용도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은 ‘BBB+’다. 다수의 신평사는 대한항공의 신용도를 ‘부정적’ 또는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게 되면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차입 자체가 어려워져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 화물 영업에서의 수익으로 깜짝 흑자를 달성했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업황 개선 시점이 불투명하고 자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던 화물 운임이 평소 흐름을 찾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이에 따라 1조1000여억원을 투입하고, 현지 매각 여건도 좋지 않은 만큼 당분간 한진그룹은 윌셔 그랜드 센터를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다만 대여금 상환이 1년 내로 이뤄지지 않거나 현지 업황 개선이 지연될 경우에는 지분 담보대출에 이어 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편 한진그룹은 지난 1989년 미국 현지 법인인 한진인터내셔널을 통해 윌셔그랜드호텔을 인수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2009년 4월 이곳을 최첨단 호텔·오피스 건물로 변모시키는 ‘윌셔그랜드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8년 간 총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재건축한 건물, 윌셔 그랜드 센터(Wilshire Grand Center)를 LA의 랜드마크로 재탄생시켰다.

센터 개관 당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윌셔 그랜드 센터의 개관은 개인적인 꿈의 정점이자 LA와의 약속을 완성시킨 것”이라며 “윌셔 그랜드 센터는 L.A.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동시에 LA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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