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에 대한 '한정 후견심판'...결과 따라 경영권 향배 갈려

조 회장이 막내아들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 추가 상속 함에 따라 '남매간 전쟁' 촉발될 듯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의 향방에 대한 주주와 세간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경영권과 관련해 가장 민감하고도 아쉬운 처지인 조현식 부회장은 '한정후견' 개시 심판에 참여 의사만 밝힌 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4남매 가운데 차녀인 조희원씨는 조양래 회장과 조현범 사장에게 모종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그룹 경영권과 관련한 분쟁은 이미 2라운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조희원씨가 이달 초 법무대리인을 통해 조양래 회장과 조현범 사장에게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자신도 모르게 84억원이 출금돼 그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는 것이다. 

이후 조희원씨가 조양래 회장과 조현범 사장을 만났음에도 원만한 해결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져 향후 조희원씨는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뜻을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의 4남매중 장녀로서  조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심판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희원씨는 현재까지 첫째인 조희경 이사장과 셋째 조현식 부회장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한정후견 심판 절차가 제대로 이행될지 주목된다.

한편 조양래 회장은 2남2녀를 두고 있는데, 두딸 조희경 이사장과 조희원씨가 첫째와 둘째이며, 셋째는 조현식 부회장, 그리고 막내인 네째는 조현범 사장이다.   조회장은 최근 자신의 지분을 막내인 네째 조현범 사장에게 넘기는 등 갑작스레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이어서 나머지 3남매의 반격을 앞둔 상황이다.
 

현재의 구도에 가장 불만 많은 이는 조현식 부회장...하지만 그는 계속 “고민 중”

지난 6월 말 조양래 회장은 ‘기습적으로’ 막내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그 결과 조현범 사장은 단번에 지분 42.9%를 거머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전에는 조현식 부회장이 지분 19.32%를, 조현범 사장이 19.31%를 보유해 두 사람의 지분 차이가 단 0.01%p에 불과했다. 조회장의 갑작스런 지분 매각으로 막내인 조현범 사장이 전체 지분의 절반 가량을 확보하면서 단번에 1대 주주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조양래 회장의 이같은 결정에 가장 먼저 의구심을 표명한 이는 첫째딸인 조희경 이사장이었다. 조 이사장은 “부친인 조양래 회장이 평소 신념이나 생각에 비춰 너무 이상한 결정을 갑작스럽게 내린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막내 아들에게 지분 전량을 넘긴 조회장의 결정이 자발적인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부친인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제동을 걸기에 이르렀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법정후견은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나뉘며, 이 가운데 한정후견은 일부분에서 후견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룹 경영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조현식 부회장도 조 이사장에 일단 동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소식통에 따르면 조현식 부회장은 여전히 재판 참여에 뛰어들지 여부를 놓고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은 25일 미디어SR에 “현재 (조현식 부회장은) 한정후견 심판과 관련해 의견제출 요청서를 보낼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의견서 회신 기한이 2주로 알려졌으나) 그 후에도 의견서를 제출하면 ‘참가인’으로서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법률대리인의 설명에 따르면 ‘참가인’의 경우 향후 재판 진행상황과 재판기일 등을 통보받게 되며, 절차를 거쳐 재판 과정에서 의견을 제출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고 '관계인(또는 참고인)'으로 남게 되면 방관자로서 소송을 지켜보는 수준에 머물게 된다. 

참고로 고(故) 신격호 롯데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은 넷째 동생 신정숙씨가 청구했지만, 장남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은 ‘관계인’으로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은 각각 ‘참가인’으로 사건에 참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고민할뿐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그룹 오너 일가의 한 측근은 이날 미디어SR에 “조양래 회장의 결정과 관련해서는 조현식 부회장이 제일 영향을 크게 받은 이해당사자”라면서 “조 부회장이 본래 신중한 성격이라 아직까지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가장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사람은 두 딸이 아니라 경영권을 뺏긴 조 부회장이라고 보면 틀림없다"고 귀띔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의 향방은?  

차녀 조희원씨가 부친인 조회장과 의견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경영권 관련 분쟁은 조희경 이사장과 조희원씨, 조현식 부회장이 막내 조현범 사장에게 이번 지분매각과 관련해 해명을 요구하는 '3대1 구도'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양래 회장은 맏딸인 조희경 이사장이 한정후견 신청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면박에 가까운 입장을 밝힌 뒤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7월30일에 이어 8월25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한뒤 다시 급락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25일 오후 1시 기준 주가는 1만5900원을 기록하고 있다. 3대1 구도에서 양측이 지분확보 경쟁에 들어갈 경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희원씨가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10.82%로, 조현식 부회장 보유 지분 19.32%와 조희경 이사장의 지분 0.83%를 합하면 30.97%에 이른다. 다만 현재 그룹 최대주주인 막내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인 42.9%에 비하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이 6.24%의 지분을, 소액주주가 17.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3남매의 지분에 국민연금이 가세한다고 해도 조 사장보다 5.69%의 지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소액주주의 지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희경 이사장이 청구한 대로 조양래 회장의 한정후견인이 지정되더라도 효력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조현범 사장이 그대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계는 조 사장의 주식매입대금을 변수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은 아버지의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해당 지분을 담보로 NH투자증권, KB증권 등에서 2200억원을 대출한 바 있다.

이 또한 아버지인 조 회장으로부터 받아서 상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후 한정후견 효력이 발생하면 대출 상환과 관련해 법리 싸움이 진행될 수 있다.

한정후견 심판 청구 후 대출 상환을 위한 증여가 이뤄지게 되면 증여는 취소될 수 있으며, 조 사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일부 처분하게 되면 법적 분쟁의 여지가 남게 된다는 것이다.

조희경 이사장이 주도하는 공익재단의 향후 운영에도 영향 미칠듯

앞서 조희경 이사장은 “대기업집단의 경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해관계자 및 가족 간 소통이 충분히 이뤄진 뒤 결정되어야 하지만 (조양래 회장의 결정은) 과정과 시기, 절차 모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이사장은 “평소 아버지인 조회장 께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고민해오시던 분이라, 이번 결정이 본인의 자의적 판단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한정후견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조 회장의 결정이 오너 일가와 주주들에게는 경영권 분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재단 관계자들은 재단 자체의 명운과 명예가 달려있다면 절치부심 하는 분위기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산하에는 한국타이어나눔재단과 사회복지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이라는 2개 재단이 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개의 재단, 즉 한국타이어나눔재단과 재단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전 이사인 송경용 신부는 미디어SR에 지난달 14일 한정후견 청구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작금의 한국타이어 경영권 승계  분쟁에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송 신부는 “사회공헌 사업은 사회와 시대의 필요에 선도적이고 창조적으로 응하면서 등대의 역할을 해야하므로 고도의 전문성과 헌신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면서 “회사의 경영과 승계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기업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을 승계하는 과정과 그 이후의 경영에도 조 회장의 뜻이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단 홈페이지의 숫자로 보는 재단. 사진. 한국타이어나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재단 홈페이지의 숫자로 보는 재단. 사진. 한국타이어나눔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함께걷는아이들'의 유원선 사무국장도 “조양래 회장께서는 2015년부터 매년 20억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해 오셨다"면서 "본인의 국민연금 수령액까지 재단해 기부해 주신 분 "이라고 언급했다. 유 사무국장은 "다만 이번 지분 매각 결정은 지난 10년간 경험한 조회장님의 평소 모습과 너무 달라 의아하다"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사무국장에 따르면 조 회장은 재단의 행사에 즐겨 참석하면서 재단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영방안을 늘 고민하는 등 나눔과 봉사의 정신이 매우 투철했다는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소속 2개 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운영이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의사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내심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기업 소속 재단 중에서도 뛰어난 사업 운영 능력을 보여준바 있다. 재단의 자산 규모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이 11.3%에 달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다른 기업 소속 재단들의 목적사업비 지출은 1% 내외, 비교적 운영이 잘 되는 재단도 지출 비중이 5%를 넘기는 곳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재단 운영과 재단 관계자의 입장을 종합했을 때 조 회장의 의지와 관심이 그만큼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조현범 사장은 10년 이상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지난해 12월부터 구속 기소된 상태다. 조사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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