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부회장, 후견심판에 참가인으로 공식 참여
조현범 사장 vs 조희경-조현식 -조희원 3남매 구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왼쪽),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왼쪽),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히면서 한국타이어가(家)의 경영권 분쟁 구도가 한층 뚜렷해졌다.

조현식 부회장의 법률 대리인은 6일 미디어SR에 “조현식 부회장이 성년후견 심판의 ‘참가인’으로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면서 “후견 청구에 대한 자세한 입장은 향후 절차를 진행하면서 밝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이로써 조현식 부회장은 청구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동등한 자격으로 성년후견 심판에 참여하게 됐다. 법률대리인의 설명에 따르면 ‘참가인’의 경우 향후 재판 진행 상황과 재판 기일 등을 통보받게 된다.

조현식 부회장은 성년후견 심판과 관련해 법무법인 로고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성년후견 심판에 임한다.

4남매의 막내로 이번 후견 심판에서 남매 3명과 다툼을 벌이게 될 조현범 사장도 지난달 말 법원에 의견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의 의견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에 반대하는 입장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사조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사조사 명령은 재판장이 법원 조사관에게 성년 후견의 필요성 등에 대해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통상 4~5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안으로 심판 기일이 잡힐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양래 회장 슬하의 4남매 중 차녀인 조희원씨는 법무대리인을 통해 조양래 회장과 조현범 사장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조현범 사장과 나머지 3남매(조현식-조희경-조희원)의 대립 구도로 향후 한정후견 심판이 팽팽한 줄다리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오너 일가의 한 측근은 미디어SR에 “조희원씨는 아직 별도 입장을 밝힌 것이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원씨 간 소송 관련 의견 교환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타이어가(家) 맏딸인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7월 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감독(한정후견)인 선임을 청구한 바 있다. 조 이사장은 “평소 아버지인 조회장 께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고민해오시던 분이라, 최근 (막내아들에게 갑자기 경영권을 넘긴) 결정이 본인의 자의적 판단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이사장은 “대기업집단의 경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해관계자 및 가족 간 소통이 충분히 이뤄진 뒤 결정되어야 하지만 (조양래 회장의 결정은) 과정과 시기, 절차 모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청구 심판이 경영권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한편 조양래 회장은 2남2녀를 두고 있는데, 두 딸 조희경 이사장과 조희원씨가 첫째와 둘째이며, 셋째는 조현식 부회장, 그리고 막내인 넷째는 조현범 사장이다.

지난 6월 말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 23.59% 전량을 ‘기습적으로’ 조현범 사장에게 넘겨 갑작스레 그룹 경영권이 조회장에서 막내아들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현범 사장은 현재 지분 42.9%를 거머쥔 최대주주다. 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기 전에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간 지분 차이가 단 0.01%p에 불과했다.

조양래 회장은 맏딸인 조희경 이사장이 한정후견을 청구하자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면박에 가까운 입장을 밝힌 뒤에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번에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조현범 사장, 2심 기소 진행 중...경영권 쥐게 돼도 문제

단박에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12월, 10년 넘게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협력업체로부터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달 500만원을 유흥주점 여종업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로 받아왔으며 총 액수는 6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이 유죄를 선고받게 되면 경영 복귀가 어려운데도 왜 이같은 상황에서 경영권을 조 사장에게 넘긴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의 경우,  회사 복귀가 불가능하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며, 법조계에서는 죄의 유무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이에 더해 조 사장의 경영 능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 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1000억원에서 2017년 7900억원, 2018년 7000억원, 2019년 54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자신의 건강에 큰 이상이 없으며,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딸이나 장남이 아닌 차남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오래 전에 이미 굳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후견제도 소급 적용 안되지만...조 사장 대출금이 관건

조희경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으나 이 대로 조양래 회장의 한정후견인이 지정된다고 해도 효력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조현범 사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다만 재계는 조현범 사장의 주식매입대금을 변수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은 아버지의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해당 지분을 담보로 NH투자증권, KB증권 등에서 2200억원을 대출한 바 있다.

이 또한 아버지인 조 회장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상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후 한정후견 효력이 발생하면 대출 상환과 관련해 법리 다툼이 펼쳐질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한정후견 심판 청구 후 대출 상환을 위한 증여가 이뤄지게 되면 증여는 취소될 수 있으며, 또한 조 사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일부 처분하게 되면 법적 분쟁의 여지가 남게 된다는 얘기다.

차녀 조희원씨가 보유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10.82%로, 조현식 부회장 보유 지분 19.32%와 조희경 이사장의 지분 0.83%를 합하면 이들 3남매의 지분율은 30.97%에 이른다. 다만, 현재 그룹 최대주주인 막내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42.9%)과 비교하면 여전히 10%p 이상 차이가 난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이 6.24%의 지분을, 소액주주가 17.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3남매의 지분에 국민연금이 가세한다고 해도 조 사장보다 5.69%의 지분이 부족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소액주주의 표가 경영권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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