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좌),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 사장.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조희경 한국타이어재단 이사장이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가운데 조현식 부회장이 누나인 조희경 이사장과 손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 회장의 한정후견 신청 문제에 대해서는 가족 일원이자 그룹 주요 주주로서 고민하고 있다"라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앞으로 행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조현식 부회장의 누나인 조 이사장이 같은 날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감독(한정후견)인 선임을 청구하자 조 부회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조희경 이사장은 조양래 회장이 막내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넘긴 주식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 정확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장녀 조희경 이사장은 "조 회장이 평소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을 갑작스럽게 했는데, 자발적 의사결정을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양래 회장은 적극적으로 장녀의 말에 반박했다. 31일 조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2녀2남 중 막내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조 회장의 지분을 몽땅 넘긴 데 대해 "충분한 검증을 거친 판단"이라며 "딸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놨다.

조 회장은 앞서 6월 말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인 소유 지분 전량을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다고 밝혔다.

조현범 사장이 가진 지주사 지분은 총 42.9%에 달해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조 사장이 쥐게 됐다.

반면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이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각각 19.32%, 0.83%로, 차녀 조희원의 10.82% 지분을 합하더라도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3명의 지분은 30.97%에 불과하다.

설령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7.74%)의 지지를 받는다 해도 조 사장의 지분율과의 격차는 4%p를 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식 사장이 반기를 들게 되면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하루만에 조 회장이 직접 나서서 조 이사장의 주장을 반박했지만 조현식 부회장이 ‘여러 가능성을 고민한다’면서 분쟁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명박 전 대통령의 3녀 이수연씨와 부부관계이기도 한 조현범 사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0년 넘게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이 유죄를 받게 되면 경영 복귀가 어려운데도 굳이 경영권을 조 사장에게로 넘긴 상황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의 경우 회사 복귀가 금지돼 있다.

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달 500만원을 유흥주점 여종업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로 받아왔으며 총 액수는 6억원이 넘는다.

지난 4월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며, 법조계에서도 죄의 유무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조 사장의 경영 능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 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1000억원에서 2017년 7900억원, 2018년 7000억원, 2019년 54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입장문에서 막내 조현범 사장을 향한 일편단심의 신뢰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조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는데, 그 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에 대해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또한 조 회장은 본인의 건강이상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도 받고 하루에 4~5km 이상씩 걷기운동도 한다"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재계에서는 조양래 회장의 이같은 승계 작업을 ‘기습 작전’에 비유하고 있다.

앞서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씨는 사전에 아버지의 지분 매각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형제 경영에 변함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조현범 사장으로의 주식 매매가 공시됐을 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최대주주만 변경됐을 뿐 실제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그룹의 현재 경영을 총괄하는 것은 조현식 부회장이고 조현범 사장은 본래의 임원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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