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좌),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좌), 조현범 사장. 사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조현식 부회장이 25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아버지) 성년 후견 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은 미디어SR에 “조 부회장이 성년 후견 심판 절차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조 부회장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회장 본인을 위해서뿐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조 부회장은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할 것"이라며 "향후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이 평소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을 갑작스럽게 했는데, 자발적 의사결정을 내린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양래 회장이 같은 날 적극적으로 “딸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일침과 함께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 조 이사장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조희경 이사장, 한정후견 효력은 소급 적용 안되는데...왜?

이같은 가족 간 설전은 조 명예회장이 지난 6월 말 이미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인 소유 지분 전량을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매각한 뒤에 벌어졌다. 조 사장이 쥔 그룹 지분은 이제 총 42.9%에 달해 사실상 그룹 경영권은 조 사장 손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조 이사장이 청구한 한정후견 효력이 개시되더라도 과거로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해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주는 제도다.

법정후견은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나뉘며, 이 중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로 일부분에서 후견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조 사장의 주식매입대금을 변수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은 회사 주식을 담보로 2200억원을 대출한 바 있다.

이 또한 아버지인 조 회장으로부터 받아서 상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후 한정후견 효력이 발생할 경우 대출 상환과 관련해 법리 싸움이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정후견 심판 청구 후 대출 상환을 위한 증여가 이뤄질 경우 증여는 취소되고 조 사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을 일부 처분하게 되면 법적 분쟁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나아가 조 회장의 자녀 간 소유 지분율을 비교해보면 경영권 다툼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조 이사장의 보유 지분은 0.83%에 불과하고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도 19.32%에 불과하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차녀 조희원 씨의 10.82% 지분을 합하더라도 30.97%에 그치고, 설령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7.74%)의 지지를 받는다 해도 조 사장의 지분율과의 격차는 4%p를 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 이사장은 아버지가 '빌 게이츠' 같은 기업인으로 남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미국 페어리디킨슨대 교수로 강의를 하며 회사 경영과는 떨어져 지내다가 2018년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직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 남편은 노재원 전 주중 대사의 아들인 노정호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다.

이와 관련 조 이사장의 대리인은 “조 이사장은 아버지의 사회공헌 동참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 상속할 재산이 있으면 재단에 기부해달라고 했고 조 회장도 그렇게 약속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바 있다.

또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재단 관계자도 “(조 회장이) 2016년에 주식 기부가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했으며 2017년 주식기부를 받도록 성실공익법인 인증을 갖춘 뒤 보고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자문도 했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조 이사장 측은 “그러나 조현범 사장이 구속되고 경영능력과 윤리성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며 궁지에 몰리자 판단이 흐려진 아버지를 부추긴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현범 사장, 2심 기소 진행 중인데다 경영능력도 의문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3녀 이수연씨와 부부관계이며 지난해 12월, 10년 넘게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협력업체로부터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달 500만원을 유흥주점 여종업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로 받아왔으며 총 액수는 6억원이 넘는다.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이 유죄를 받게 되면 경영 복귀가 어려운데도 굳이 경영권을 조 사장에게로 넘긴 상황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의 경우 회사 복귀가 금지돼 있다.

지난 4월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며, 법조계에서도 죄의 유무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조 사장의 경영 능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 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1000억원에서 2017년 7900억원, 2018년 7000억원, 2019년 54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으며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도 딸이나 장남이 아닌 차남에게 물려주겠다는 뜻을 오래 전 굳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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