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총수가 있는 32개 대기업집단의 오너일가가 대출을 위해 은행에 담보로 잡힌 계열사 지분이 오너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약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승계를 위한 상속세 납부 등의 이유로 담보 비중이 2017년 대비 5.6%p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 오너일가는 보유한 주식의 90%를 넘게 담보로 잡힌 상태로, 롯데와 금호석유화학, 한진, 유진, 현대중공업 그룹의 오너일가도 50% 이상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대출 금액으로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35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모두 1000억원을 넘겨 순위를 이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는 지난 9월 말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5개 그룹의 오너일가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총수 일가는 보유한 주식의 17.9%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말 12.3%에서 5.6%p 상승한 것으로,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치(9월18일 종가 기준)는 9조206억원에서 14조8328억원으로 64.4%(5조8122억원) 증가했다.

자료. CEO스코어
자료. CEO스코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개인 대출금 규모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351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 이사장은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에게 약 3000억원을 증여한 바 있으며, 정기선 부사장은 30여년 만에 오너체제로 전환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최고경영자로의 바탕을 다지는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2564억원)과 이재현 CJ그룹 회장(1945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340억원)도 담보대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었다. 

다음으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900억원)과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757억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534억원),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500억원)의 순이었다.

개인별로는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과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전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6명이 보유 주식의 100%를 담보로 잡힌 상태다.

이처럼 주식 담보 대출의 규모와 담보로 잡힌 보유 주식의 비율 등을 살펴보면 경영 승계와 연관이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별세로 32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이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달 16일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200억원을 추가 대출한 것으로 재계는 추정하고 있다. 

또한 박준경 전무는 박찬구 회장의 장남으로 2015년부터 그룹 내 임원으로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으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우 조양래 회장이 막내인 조현범 사장에게 '기습' 매각해 경영권 분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미디어SR에 “오너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이유는 경영자금과 승계자금 마련, 상속세 등 세금 납부 등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면서 “담보 비중이 높은 기업을 살펴보니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는 기업이 많아서 (대출금이 승계와 관련됐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을 담보로 설정할 경우 재산권만 대출 담보로 설정되고 의결권은 여전히 행사할 수 있어 담보 대출로는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주식 가치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금융권의 반대매매로 소액 주주가 피해를 입거나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박 대표는 미디어SR에 “사안별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나, 대체로 일반 주주의 피해 가능성이 있어 회사에 대한 주주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담보한 주식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로 주식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룹별 오너일가의 주식 담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두산이었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주식의 96.2%를 담보로 설정된 가운데, 이는 2017년 말 90.4%보다 5.8%p 상승한 수치다. 담보 비중이 90%를 넘는 그룹은 두산이 유일했다.

이어 오너일가 소유의 주식 중 50% 이상이 담보로 설정된 곳은 롯데(65.1%), 금호석유화학(61.6%), 한진(55.6%), 유진(55.4%), 현대중공업(51.8%) 등이다.

또 SK(48.3%), 한화(47.9%), 한국테크놀로지그룹(46.4%), OCI(39.1%), 효성(38.1%), KG(38.1%), CJ(38.0%), 다우키움(28.1%), 코오롱(27.6%), LG(27.2%), 세아(25.5%), GS(25.1%), DB(21.2%), 셀트리온(17.4%), LS(17.1%), 애경(16.5%), 동국제강(13.1%) 등도 두 자릿수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대림, 네이버, 넷마블 등 12개 그룹은 오너일가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이 전무했다.

한편 부영과 중흥건설, 장금상선, IMM인베스트먼트는 그룹 내 상장사가 없어 오너일가가 지분을 담보로 대출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또한 미래에셋과 교보생명, 이랜드, 넥슨, 호반건설, 동원 등 7곳은 오너일가가 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