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나눔재단 이사장 “조현범 사장은 중대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해 회사에 큰 손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전경.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본사 전경.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국타이어가(家)의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맏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26일 “중대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해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조현범 사장이 아버지(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올바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미디어SR에 심경을 밝혔다.

미국에 거주하는 조희경 이사장은 가사 조사를 받기 위해 최근 귀국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지난 25일 법원에 출석해 가사 조사를 받았다.

조 이사장은 조사에 응하면서 “왜 이런 일들이 생겼는지, 어떻게 해야 바로잡혀갈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하면서도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모든 것이 바로 잡히고, 아버님의 뜻과 백년대계인 기업의 경영철학이 올바로 지켜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조 이사장은 이어 “아버님의 신념과 철학이 무너지는 결정과 불합리한 의사소통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비밀리에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갑자기 이뤄졌다”면서 “한국타이어 후계자가 된 조현범 사장의 부도덕한 비리와 잘못된 경영판단은 회사에 금전적 손실은 물론 한국타이어가 쌓아온 신뢰와 평판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해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하셨고 능력있는 전문경영자들을 발탁해 (한국타이어를) 세계적인 타이어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면서 "특히 부친인 조양래 회장께서는 전문적인 식견을 존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회사를 이끄셨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공사 구분이 명확해 조 회장이 해외 출장에 부인을 동반할 경우 부인의 비행기 티켓은 반드시 개인 카드로 지불하도록 지시하고,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 현지 지점 직원이 공항에 의전을 나오면 근무시간에 딴짓한다고 불호령을 내렸던 일화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 이사장은 조현범 사장에 대해 “부도덕한 방법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중대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면서 “직원들이 그를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조 이사장에 따르면 지주사 사명 변경도 내부 반대 의견을 무시한 조현범 사장의 독단적 결정으로 인한 불상사라는 것이다.

또한 조 이사장은 평소 조현범 사장이 자신의 의견만 추종하는 임원만 곁에 두는 경영스타일을 고집해 능력있는 직원들이 많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사내 조현범 사장에 대한 평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조희경 이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소속)재단 사업들, 헌신해온 직원들, 새로운 삶을 찾고 만날 수혜자들이 저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들”이라면서 조현범 사장의 선택과 행동으로 인해 조양래 회장의 신념과 철학이 무너지고, 재단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점을 가장 큰 아쉬움으로 표현했다.

조희경 이사장은 그간 그룹 산하의 공익 재단인 한국타이어나눔재단과 ‘함께걷는아이들’에 많은 애정과 공을 들여왔다.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기업 소속 재단 중에서도 뛰어난 사업 운영 능력을 보였다. 재단의 총 자산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은 11.3%에 달한다. 이는 재단의 사업 역량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다.

다른 기업 소속 재단들의 목적사업비 지출은 1% 내외, 비교적 운영이 잘 되는 재단도 지출 비중이 5%를 넘기는 곳이 매우 드물다.

조 이사장은 이와 관련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원하셨던 아버님은 두 재단을 10년동안 후원해오시면서 사업을 하나하나 챙기시고 시간의 축적에 따른 성과를 정말 자랑스러워 하셨다”면서 “재단이 기금만으로 성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무척 잘 알고 계신 덕분에 아버님의 열정과 헌신이 더해져 가장 모범적인 재단으로 성장해올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원선 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도 조양래 회장이 재단의 행사에 즐겨 참석하면서 재단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운영방안을 늘 고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재단 운영과 재단 관계자의 입장을 종합했을 때 조 회장의 의지와 관심이 재단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밀작전' 방불케 한 조현범 사장의 기습 주식 매도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 7월 말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조부 조홍제 회장부터 이어오는 가업을 승계하는 중요한 문제를 가족에게 비밀로 하고, 조현범 사장에게 갑자기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조 이사장이 생각하기에 평소 건강한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라고 확신해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장은 또 “아버지가 생각했던 소유와 경영의 분리, 기업의 승계 과정은 투명하고 회사와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신념을 지켜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조양래 회장은 그에 앞선 6월 말 자신의 지분 23.59% 전량을 ‘기습적으로’ 조현범 사장에게 넘겨 갑작스레 그룹 경영권이 조 회장에서 막내아들로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현범 사장은 현재 지분 42.9%를 거머쥔 최대주주다. 조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기 전에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간 지분 차이가 단 0.01%p에 불과했다.

한편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심판 신청 직후 조양래 회장이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쓴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이사장은 이후로는 우선 성년 후견 심판에 집중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도 지난달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으며 차녀 조희원씨도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범 사장, '유죄' 확정...경영 복귀 사실상 무리

한편 단박에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선 조현범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12월, 10년 넘게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협력업체로부터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달 500만원을 유흥주점 여종업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로 받아왔으며 총 액수는 6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양래 회장은 조현범 사장이 유죄를 받게 되면 경영 복귀가 어려운데도 굳이 경영권을 조 사장에게로 넘겨 이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의 경우 회사 복귀가 금지돼 있다.

지난 20일 그는 2심에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며 재판부가 "조 사장의 지위, 이 사건 범행 경위 및 제반사정을 살펴보면 1심 형이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검찰과 피고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해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만 유지할 수 있을 뿐 사실상 경영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경영권 분쟁에서도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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