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26일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23.59%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넘겨....업계의 이목끌어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좌),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 사장.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 사장이 부친의 지분을 넘겨 받아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돌연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COO·최고운영책임자)에게 자신의 지분 23.59%를 매각 형태로 넘겼다.

조현범 사장은 당시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통해 조 회장이 보유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매입했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고, 매매금액은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로써 조현범 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의 42.9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이같은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30일 공시했다.

재계에서는 조양래 회장의 이같은 승계 작업을 ‘기습 작전’에 비유하고 있다.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씨는 사전에 아버지의 지분 매각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조 회장의 이같은 급작스러운 지분 승계는 조현범 사장이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의문시된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12월 10년 넘게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 사장이 유죄를 받게 되면 경영 복귀가 어려운데도 굳이 조 회장이 조현범 사장을 후계자로 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의 경우 회사 복귀가 금지돼 있다.

조 사장은 승계 작업이 이뤄지기 직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준비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돼 왔으나 승계를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매달 500만원을 유흥주점 여종업원 명의로 된 차명계좌로 받아왔으며 총 액수는 6억원이 넘는다. 지난 4월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으며, 법조계에서도 죄의 유무를 다투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더해 조 사장의 경영 능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력 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영업이익은 2016년 1조1000억원에서 2017년 7900억원, 2018년 7000억원, 2019년 54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은 조현식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조양래 회장이 난데없이 조현범 사장을 사실상 후계자로 내세운 모양새다. 때문에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장남인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은 19.32%, 차녀인 조희원씨의 지분은 10.82%로 두 사람 지분을 합치면 30.14%에 불과하다. 국민연금(7.74%) 등을 끌어들인다 해도 지분율은 37.88%에 그치며 조현범 사장과의 지분율 차이가 5.02%나 돼 경영권을 빼앗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너 일가의 갈등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최대주주만 변경됐을 뿐 실제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며, “그룹의 현재 경영을 총괄하는 것은 조현식 부회장이며 조현범 사장은 본래의 임원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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