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제주항공이 여전히 이스타항공과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인수 합병 절차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고의로 인수 계약을 위한 선결 조건을 지연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바 있으나 제주항공은 필요한 조치는 다 취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26일 인수계약 시한(29일)을 사흘 앞두고 나란히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제주항공은 이날 오전 제주 시리우스호텔에서 김이배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기 위한 주총을 연다.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김이배 대표는 지난 1일 취임했다.

이스타항공은 이날 오전 강서구 서울 본사 건물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발행 주식을 1억주에서 1억5000만주로 늘리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안도 상정되지 않았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임시주총이 끝난 후 "제주항공이 임금 체불과 관련해 이스타홀딩스가 제안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회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체불, 이스타항공 인수의 뇌관

이스타항공이 임직원들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250억원대에 육박한다. 인수 금액(545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으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이 임금의 부담 주체를 서로 떠넘기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임금 중 일부를 부담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이 문제는 이스타항공의 현 경영진과 오너 일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에 이스타항공노조는 이스타항공의 창립자이자 실질적 소유주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실질적 소유주가 직원 임금체불 문제를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상직 의원 아들 이원준씨(66.7%)와 딸 이수지씨(33.3%)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주 초 이스타항공은 주총을 앞두고 제주항공에 인수대금을 110억원 가량 낮춰주겠다는 최종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대금 545억원 중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몫은 410억원 가량이다. 이중 전환사채(CB) 등을 제외한 110억원은 받지 않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에게 돌아갈 순수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수 불발과 임금 체불을 놓고 창업주인 이 의원과 그 일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면피성 제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항공은 이같은 이스타항공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로 취임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취임사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 않아 이날 열린 주총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 관련 발언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제주항공 측, 인수도 안 끝났는데 이사 후보 제안? '어불성설'

당초 양측의 인수계약상 제주항공이 지명하는 인물이 신규 이사와 감사로 선임되어야 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사실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제주항공 측은 반박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신규 이사와 감사 후보자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 시점은 제주항공에 경영권이 넘어오고 계약이 종료된 이후의 문제”라면서 이와 관련해 “이스타항공 측에서도 이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인수를 빠르게 진행하자는 의미에서 발언했다고 해명한 상태”라면서 이사진 후보 명단을 제출해야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고 못박았다.

앞서 4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4월 29일에서 100억원 규모의 CB 납입일을 6월 30일로 변경하면서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이 계약 종결 시점임을 공시했다.

업계는 CB 납입일을 기준으로 오는 30일이 계약 종결 시점으로 봤지만 제주항공 측은 종료 시점을 언급한 바 없으며 아직 베트남에서의 기업결합심사가 끝나지 않았으므로 선행 조건이 미충족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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