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물건너 갈 듯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항공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이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이사(현 AK홀딩스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 간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당초 제주항공이 체불 임금에 대해 책임이 없으며 이스타항공 경영에도 개입한 적 없다는 의견과 배치되는 내용의 대화다. 제주항공은 7일 이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6일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최종구 대표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지급된 급여를 제주에서 다 줘야 한다”면서 “(임직원들이) 그것(임금체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자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딜 클로징(인수‧합병 계약 종료)을 빨리 끝내자”면서 “딜 클로징하면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말했다.

녹취 내용은 제주항공이 지속적으로 ‘체불임금 해소는 이스타항공의 몫’이라고 주장해온 것과는 배치된다.

이날 이스타 노조는 6분35초 분량의 통화 녹취파일 전체를 공개했다.

대표 간의 대화가 그대로 공개되면서 제주항공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한 이날 녹취 내용에 따르면 최 대표가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나 이석주 당시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그간 비밀 유지 의무로 인해 이스타항공이 제대로 해명을 못한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이 난도질 당해오지 않았나”라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제주항공 경영진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회의록 내용 일부를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해당 회의록엔 405명에 이르는 구조조정 인력, 규모, 금액과 관련한 세부안들이 기재돼 있었다.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조치로 인해 임금 체불 문제가 심화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9일 국제선 운항을 중단했으며, 같은 달 24일부터는 국내선마저 아예 운항을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셧다운’에 돌입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 이르렀고 유동성 위기가 극심해져 3월부터는 직원 급여를 아예 지급하지 못한 채로 4~6월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은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을 지시한 바 없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조업비, 유류비 등을 징기 연체해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와 관련 AK홀딩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 대표 명의의 입장 표명은 준비하지 않으며 제주항공에서 M&A 관련 입장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측은 “7일 이후 입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른다”면서 “이날 공개된 녹취록과 관련한 입장 표명이 포함될 지에 대해서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당초 제주항공은 10영업일 이내에 인수‧합병(M&A) 선결 조건을 이행하라고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진. 제주항공 제공
사진. 제주항공 제공

한편 이스타항공 노조가 공개한 녹취 및 사진 자료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제주항공은 법적 권한이 없는 인수 후보임에도 이스타항공의 노사 문제에 개입한 것으로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다만 M&A 과정에서 계약서 상 비밀 유지 계약 조건에 따라 법적 책임 여부는 뒤바뀔 수도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M&A 과정에서 잡음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항공업계의 업황이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고,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경우 1600여명이 실직하게 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나서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이상직 의원과 면담을 갖고 항공산업의 발전과 고용안정을 위해 인수합병이 당초 계획대로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녹취록을 둘러싸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M&A 무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타항공 고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상황이 매우 녹록지 않지만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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