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인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성과가 부각되는 시대다.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는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기업 평가의 표준이 된 ESG 활동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구혜정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 지난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 출범 2년 차를 맞은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그룹 차원의 ESG 경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 작업에 주력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22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DJSI(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본 평가에 대응해 이르면 올해 아시아 퍼시픽(Asia pacific) 지수 편입을 목표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출범 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함께하는 든든한 금융'을 경영 미션으로 삼고 그룹사 확충 등 외형 확대와 동시에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져왔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8월 1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작은 결실 가운데 하나다. 

또한 바로 두 달 뒤인 10월 본격적인 지속가능경영 체계의 시작을 선포하면서 DJSI 편입을 위한 모의대응 평가를 갖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올해 혹은 내년 중 아시아 퍼시픽 지수 편입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 2~3년 내 월드 지수 편입까지 추진하고자 한다"고 귀띔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ESG 관련 활동으로 △ '유엔(UN) 책임은행 원칙' 서명기관 참여,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권고안 이행 기관 참여 등의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손태승 회장은 그룹사 임직원들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UN 책임은행 원칙에 가입하는 서명식을 하고 올해 지속가능경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한바 있다.

다만 TCFD 권고안을 이행하겠다는 계획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동하고 그룹 전략 방향도 일부 수정되면서 미뤄진 상태다. 

TCFD는 G20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이 위임해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든 임시 조직이다.

지난 2017년 6월 기후 관련 위험을 '저탄소경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전환 위험'과,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물리적 위험' 두 가지로 구분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DGB금융그룹 등이 TCFD 지지를 선언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TCFD 권고안 이행을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기후 변화 시나리오 분석 등 그룹의 전략 방향과 리스크 관리를 연계하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상반기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사적 재난 대응 및 경영 환경 급변동에 대한 리스크 관리 대응이 매우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단순히 참여 선언에 그치지 않고 그룹 내 실질적인 이행 가이드라인이 갖춰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한 후 추후 TCFD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우리금융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 진행하는 ESG 등급 평가 대상에도 오르기 때문에 ESG 소관 부서를 새롭게 지정하는 등 관련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원덕 부사장이 전략부문을 총괄하면서 ESG 경영의 큰 틀을 지휘하고 있다. 지주 전략기획부가 주관해 주요 자회사와 유관 부서의 ESG 대응을 총괄 관리하며 DJSI 편입 준비 등 ESG 업무를 주도한다. 그룹 경영전략과 연계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한편 우리금융그룹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은행은 기존 서민금융, 중소·중견 혁신기업 지원 등의 금융지원 부문과 사회공헌활동 중심으로 진행하던 ESG 경영을 올해부터는 여신, 투자 등 핵심 업무에 ESG 요소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 내 자산운용 자회사들은 ESG를 고려한 중장기 투자 및 운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 녹색·사회적·지속가능채권 관리체계 수립

올해부터 ESG 경영 평가 대상에 들어가는 만큼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에서는 올해 ISO14001 인증을 받아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아울러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업무용 전기차를 도입하고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중 '전기 절약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은 '녹색, 사회적, 지속가능채권 관리체계'를 수립하고 ESG 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야 종합금융그룹의 외형을 갖췄지만 이미 국내외 지속가능채권 경험을 모두 보유했다.

지난해 2월 우리은행은 2000억원 규모의 원화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성공하고, 3개월 뒤 한국물 최초로 4억5000만달러 포모사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포모사 채권으로 확보한 자금은 태양열 발전과 같은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대출과 중소기업,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대출 등 친환경·사회공헌 용도로 쓰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우리카드가 2억달러 규모의 소셜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영세·중소 가맹점 카드 결제대금 지급에 사용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올해에도 시장 상황 및 사회적 요구 등을 고려해 적정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할 것"이라면서 ESG 채권 발행에 꾸준히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2022년까지 혁신금융에 19.9조 지원

우리금융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 SDGs)와 연계해 포용적 금융, 미래세대 육성, 취약계층 지원, 메세나 확산, 환경 보존이라는 5대 전략을 추진해 이에 따라 ESG 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손태승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그룹사 CEO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혁신금융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분야별 전문성 확보를 위해 위원회 밑에 여신지원, 여신제도개선, 투자지원, 핀테크지원 부문의 4개 추진단을 구성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혁신성장기업에 2조6340억원의 여신을 지원했으며, 올해 총 6조3200억원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22년까지 3년간 혁신금융지원 목표액은 총 19조9000억원이다.

또한 지난달 손태승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함께 이끄는 그룹 디지털 부문 컨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한 바 있다. 우리금융은 디지털혁신위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디노랩'을 그룹 공동 사업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그룹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의 협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일 2020년 '디노랩'에 참여할 15개사를 선발해 내달 새로 오픈하는 디노랩 통합센터에 입주 시켜 우리금융 사내벤처팀과 함께 시너지를 내게 할 계획이다.

# 과점주주 체계로 주주가치 극대화

우리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과점주주 지배구조 체계로 유지된다. 과점주주 지배구조는 각각의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이루는 형태로, 유럽 선진은행 등에서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범적인 지배구조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금융 지분은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와 국민연금공단,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하고 △IMM PE(5.62%) △푸본생명(4%) △한국투자증권(3.81%) △키움증권(3.74%) △동양생명(3.74%) △미래에셋자산운용(3.47%) △한화생명(3.18%) 등 과점 주주들이 나눠 갖는 형태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 과점주주들이 한 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를 구성한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노성태(한화생명), 박상용(키움증권),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첨문악(푸본생명), 전지평(동양생명), 장동우(IMM PE) 6인의 사외이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추천한 김홍태 비상임이사, 손태승·이원덕 사내이사 총 9인으로 이뤄져 있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사회 내 위원회가 적고 과점주주 체계이다 보니 사외이사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지주 이사회에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지배구조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우리금융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선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통제관리위원회는 내부통제기준 유효성을 검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며 실효적인 내부통제기준 등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과 노성태, 정찬형, 박상용 사외이사 3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로써 우리금융 이사회 내 위원회는 총 6개가 됐다. 감사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내부통제관리위원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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