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만 3차례 매각...1년새 15.5% →11.44%
작년 경영권 노리다 불발..투자금 회수 해석도
2대주주는 유지..KCGI운용과 연대 여부 관심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사진 =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사진 = 현대엘리베이터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 쉰들러홀딩스(이하 쉰들러)가 최근 한달 간 세 차례에 걸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만주 이상을 내다팔았다.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쉰들러의 지분율이 지난해 초 15.5%에서 현재 11.44%로 낮아진 상황인 만큼 매각 의도와 방식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지분 매각에도 여전히 2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고 있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예상되는 행동주의펀드와 사측 중 쉰들러가 어느 편에 설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 23일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7241주(지분율 0.01%)를 매도했다. 쉰들러는 앞서 지난 16일에도 1만2091주(0.04%)를 팔았고, 9일에는 1만1303주(0.02%)를 팔았다. 한달 사이 총 3만635주(0.07%)를 매도했다.  

연초부터 지속된 쉰들러의 지분 매도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도 하락 중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지난 24일 전날보다 700원(1.75%) 내린 3만935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올들어 10% 이상 하락했다.

쉰들러는 스위스의 글로벌 승강기 기업으로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보유 주식이 늘어나지만 쉰들러는 오히려 지난해 초 15.5%였던 지분율이 현재 11.44%까지 떨어졌다.

앞서 쉰들러는 지난 2014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지난해 3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지연이자를 포함해 2700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받고 이를 강제집행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가져오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 회장은 선수금과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배상금을 바로 지급해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이에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보유 지분을 수 차례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통한 반대매매를 노리기도 했다. 실제 쉰들러는 지난해 6~9월 3개월간 2.07%에 달하는 80만주 가량을 매도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는 주가가 떨어져 보유가치가 하락하면 담보 주식이 강제로 매각되는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가를 유지했다.

이후에도 쉰들러의 지분 매도는 이어졌다. 지난해 9월 말부터 12월까지는 3개월여간 65만주 가량을 매도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리스크였던 현 회장도 지난해 사임하고 현재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현 상황에선 쉰들러가 경영권 분쟁을 이어갈 명분이 없는 만큼 지속된 지분 매각은 단순 투자금 회수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록딜 아닌 장내 매도하는 쉰들러 왜?

연간 4%이상 지분을 매각한 쉰들러가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방식이 아닌 장내 매도 방식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에도 관심이 모인다. 

블록딜은 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 놓고 특정 주체에게 일정 지분을 묶어 장이 끝난 이후 일괄 매각하는 기법이다. 폐장 후 거래되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고 매각 주체 입장에서 거래 수수료 등의 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 일가에서 계열사 지분을 매도할 때 블록딜을 선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딜의 수수료 혜택에도 불구하고 쉰들러가 택하지 않는 이유는 현대엘리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12월말 기준 현대엘리베이터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최대주주인 현대홀딩스 컴퍼니와 현대네트워크 등 27.76%다. 만약 블록딜로 10% 남짓한 쉰들러의 지분을 갖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갖지 못한다. 그만큼 매수자들이 블록딜에 참여할 명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블록딜도 매수자가 있어야 거래가 성사 될 수 있는데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는 지분을 매수할 만큼 현대엘리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분 매도에도 2대주주 위치 '견고'...연대 원하는 'KCGI운용' 지원할까

쉰들러가 지속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매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다. 이에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측을 상대로 주주 활동에 나서고 있는 행동주의펀드 KCGI운용에 힘을 실어 줄지도 관심이 모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약 3%를 보유한 KCGI운용은 지난해 8월 주주서한을 시작으로 사측에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후 현 회장이 사내이사직을 내려놓고 사측이 지배구조 개선정책을 발표하면서 일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가 되는 감사위원 선임을 두고, 사측이 주주제안을 막고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임의로 선정하는 등 '꼼수'를 부리자 이를 비판하며 작년 12월 개최된 임시총회에서는 사측이 추천한 두 후보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현재도 현대엘리베이터 측과 주주활동 진행 중에 있다.  

KCGI운용은 지난해 몇 차례 쉰들러와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운용팀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쉰들러 등 주주는 KCGI자산운용과 같은 주주라고 생각한다"며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사측과 여전히 관계가 좋지 않은 쉰들러가 정기주주총회에서 KCGI운용과 손을 잡을지도 관심이다. 특히 쉰들러의 경우 현대엘리베이터와 경영권 분쟁에도 나선 바 있어 사측에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사측이 추천한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가 되는 감사위원 선임 건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쉰들러가 KCGI운용을 지지한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이에 오는 3월 현대엘리베이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측과 KCGI운용 중 어느 편에 설지 관심이 모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쉰들러의 지속된 지분 매도는 사측과 지속된 대립보다는 엑싯을 선택한 가능성이 큰 것으로도 해석된다"며 "현대엘리와 주주 활동에 있어 우호 지분이 필요한 KCGI운용 입장에서 결코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