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 28일 주총에 이사선임 등 4개 안건
KCGI운용 "제안 없어..의결권만 사용 검토"
현대엘리, 배당 8배 늘려 주주 표심 선점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사진 =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사진 = 현대엘리베이터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현대엘리베이터 상대로 주주활동에 나섰던 행동주의펀드 KCGI자산운용이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KCGI운용이 우호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현대엘리베이터가 파격적인 배당으로 주주들의 표심을 잡으면서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일 현대엘리베이터는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등 4가지 안건을 오는 28일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현대엘리베이터는 주당 4000원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시가배당율은 8.8%로 배당금 총액은 1444억에 이른다. 이는 주당 배당금 500원이었던 지난해의 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1월 이사회 운영정책과 함께  4개년 주주환원정책(2023년~2027년까지)을 통해 당기순이익(일회성 이익 제외한 경상적 이익)의 50% 이상을 현금배당 또는 자기주식 취득·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환원정책 발표 후 공개한 지난해 실적은 창립 후 최고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05.4% 증가한 884억원, 당기순이익은 291% 늘어난 305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트 측은 "리모델링과 유지보수 부문 성장이 이어지며 매출이 늘었고 원가절감 노력과 원자재 가격 안정화에 따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며 "순이익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주주대표소송 관련 손해배상금 약 1700억원을 받으면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실적 호조와 함께 주주가치제고 차원에서 배당을 확대했다"며 "지난해 공개한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며 추후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전일 4만650원 대비 3.08%(1250원) 상승한 4만1900원에 마감했다.

주주제안 안한 KCGI운용 "제안할 사안 없다고 판단..안건 검토 후 의결권은 행사"

다만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주주활동을 이어오던 KCGI운용은 올해 주총에서는 별도의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다.

KCGI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약 2%를 보유한 주주로서 지난해 6월 지분 확보 후 활발한 주주활동을 벌여왔다. 지난해 8월에는 주주서한을 통해 현 회장의 이사직 사임과 함께 과도한 임원 보수의 적절성, 이를 견제하지 않는 이사회의 개편,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 등을 요구했다. 

3개월이 지난 후엔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배구조 고도화'를 명분으로 현 회장 사임과 이사회 운영 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사측이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여는 과정에서 주총소집일을 활용해 임시주총 내 주주제안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막는 '꼼수'를 썼다고 지적, 현장에서 사측이 제안한 이사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주주활동을 적극 추진해 온 KCGI운용이지만,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정기주총에선 제안할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KCGI운용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주총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에 긴급히  제안할 사안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안한 안건들에 대한 의결권 사용 방향은 내부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 '일시적'으로 늘린 현대엘리...주총 제안 안건 무난히 통과 할듯   

KCGI운용이 이번 주총에서 별다른 안건과 이슈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안한 안건들은 무리없이 통과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재 KCGI운용을 제외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 주주는 △현대홀딩스컴퍼니 등 현대엘리베이 우호세력(27.78%) △쉰들러홀딩스(11.14%) △오비스인베스트먼트(6.90%) △국민연금(6.20%) 및 △외국인 및 소액주주(약 40%) 등이다.

일각에서는 KCGI운용와 2대주주인 쉰들러와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실제 쉰들러는 지난해부터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도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KCGI운용과 쉰들러가 협력해 표심을 합치더라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안한 안건을 저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추천한 이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쉰들러와 KCGI운용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지만, 제안대로 통과됐다.  

여기에 최근 배당금을 크게 높인 상황이어서 실제 표결로 가더라도 기관투자자들과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사측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현대엘리베이터가 고배당과 함께 제안한 안건이 주주들에게 크게 피해되지 않는 안건인 만큼 무리 없이 통과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과 같은 이례적인 배당은 지난해 대표소송 손해배상금에 따라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라며 "KCGI운용이 꾸준히 지분을 늘려가며 지배구조 및 수익성 개선 방안을 요구한다면 다음 주총에서 표심은 바뀔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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