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P, 백대표 등 이사 21명에 소 제기
산하기금·재단 출연 자사주 빌미삼아
FCP "자사주 편법 활용 감시못했다"
KT&G "공익법인·근로자 위한 적법절차"

KT&G 사옥 전경. 사진.KT&G
KT&G 사옥 전경.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가 백복인 KT&G 대표이사 등 전·현직 KT&G 이사들을 상대로 소 제기를 청구했다. 자사주 편법 활용을 감시하지 못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KT&G측에서는 자사주 출연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이처럼 양측 의견이 충돌하면서 향후 FCP가 사측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FCP는 지난 10일 KT&G 감사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으로 상법상 주주대표소송 요건 중 하나인 이사 책임 추궁 소 제기 청구서를 발송했다. 대상은 백복인 현 KT&G 사장을 비롯한 전·현 사내외 이사 21명이다.

청구에서 FCP는 백 사장을 비롯해 지난 2001년부터 이사회 이사들이 KT&G 자사주 1000만여주를 소각·매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데 활용하는 대신, 재단·기금에 무상으로 증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손해액은 활용된 자기주식 수(1085만 주)에 KT&G의 최근 주가(주당 9만600원 적용)를 곱해 약 1조원으로 산출했다. FCP는 회사가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FCP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FCP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감사위원회가 적절한 답변을 기한 내 회신 주지 않는다면 대표소송까지 고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와 같이 자사주 편법 활용을 감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외이사에게 소송을 제기한 것은 국내 상장사 중 처음이다. 쉰들러홀딩스의 현대엘리베이터 소송과 KT 소액주주연대 소송 모두 대표이사에 한정했다.

KT&G측에서는 자사주 출연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KT&G는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공익법인과 근로자의 복리후생 증진 목적으로 자사주 일부를 출연했다"며 "출연 당시 이사회는 관련 법령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FCP, "KT&G 기금·재단에 출연한 자사주,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활용"

FCP에서는 KT&G가 무상으로 기금과 재단에 출연한 자사주를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사용했기에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이사들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설명한다.

FCP에 따르면, KT&G는 지난 20여년간 6개 산하 재단과 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해 11% 가량 우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T&G우리사주조합(3.41%), KT&G장학재단(2.23%), KT&G복지재단(0.63%), 사내복지근로기금, 공영기업사내근로기금, 담배인삼공제회 사내근로복지기금 등이다.

FCP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KT&G는 자사주 출연 기관에 대가도 받지 않고 자사주를 출연해 매년 배당을 제공하고, 전·현직 이사장을 기금이나 재단 이사장에 이름을 올렸다"며  "결국 자사주 출연 이유는 경영권 유지 목적이고, 이를 소각하지 않고 출연한 것은 주주 가치 훼손"이라고 말했다.

실제 KT&G장학재단과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백복인 KT&G 대표이사와 민영진 전 KT&G 사장이 맡고 있다. 과거에도 곽영균 전 KT&G 사장이 2010년 사장직에서 퇴임한 후에도 KT&G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다가, 2012~2018년에는 KT&G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이에 FCP는 지난해부터 KT&G가 산하 재단과 기금을 이용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최근에는 KT&G가 남은 자사주도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KT&G 측에 보유한 '자사주 전량 소각'을 주장하기도 했다.

KT&G, 올해 1호 '주주대표소송' 타겟 될까

업계에서는 KT&G 감사위원회가 양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FCP의 요청대로 기한 내 21명의 전현직 사내외 이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다음 달 10일 이후 FCP가 나설 주주대표소송에도 관심이 모인다.

주주대표소송이란 경영진의 불법 행위로 기업이 손해를 볼 경우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내는 소송이다.  주주들이 이기면 손해배상금은 회사로 귀속된다.  국내에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선 상장회사의 소수주주가 총 발행 주식의 0.01%를 6개월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세 차례 담합 행위를 하다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약 320억원을 받은 옛 유니온스틸(현재 동국제강으로 흡수합병)은 주주들이 회사 대표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법원 판결에 따라 회사 대표가 45억원을 배상하기도 했다.

현재 FCP의 경우 KT&G 지분 약 1%를 1년 이상 보유 중으로 주주대표소송 요건에 충족한다. 다만 FCP가 주주대표소송에 나설 경우가 사측이 아닌 전현직 임원 21명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는 것이어서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금 등 직접적 이익은 KT&G로 귀속된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주주대표소송은 이사의 위법행위를 지적하고, 승소할 경우 배상액이 투자한 회사로 귀속되는데 이는 곧 기업 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진다"며 "FCP가 KT&G의 거버넌스 개선과 장기 투자를 함께 고려한다면 주주대표소송은 좋은 선택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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