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주총에 주주제안 포함 5개 안건 상정
IBK은행·FCP서 각각 사외이사 후보 제안
KT&G "후보 전문성 중복·주주 대변 어려워"
외부 추천 사외이사 CEO 견제 위해 필요

KT&G 사옥 전경. 사진.KT&G
KT&G 사옥 전경.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KT&G가 다음 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와 행동주의펀드를 상대로 이사 선임을 두고 표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사측에선 제안 받은 이사 후보들에 대해 전문분야 중복 문제로 반대를 권고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선 CEO(최고경영자) 영향력이 큰 소유분산기업 견제를 위해 외부 추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는 주주들의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G는 전일 공시를 통해 다음 달 28일 대전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KT&G는 정기주주총회에 △ 재무제표와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 △ 정관 일부 변경 △이사 2명 선임(집중 투표)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안건 등 총 5개 안건을 상정했다.

이 가운데 KT&G 이사회는 주주들의 제안에 따라 이사 2명 선임의 건에 대해 4명의 후보 중 2명을 집중 투표 방식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표이사 사장 방경만 선임의 건과 사외이사 임민규 선임의 건, 최대주주인 중소기업은행의 주주 제안 안건인 사외이사 손동환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선임의 건, 아그네스(Agnes)의 주주 제안 안건인 사외이사 이상현 FCP(플래시라이트캐피탈)  대표 선임의 건을 상정했다. 

KT&G 관계자는 "회사는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항상 존중하며, 이번 주주총회에도 주주 제안의 취지를 존중해  이견 없이 주주 제안 안건을 모두 상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주주들로부터 제안을 받은 사외이사 후보 안건을 상정하면서 지난해에 KT&G는 작년에 이어 또 다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치게 됐다.

현재 지난해 9월 기준 KT&G의 주요 주주는 IBK기업은행(지분율 6.93%), 국민연금공단(6.31%), 우리사주조합(3.41%)이고 외국인을 포함한 소액주주는 60%에 달한다.

방경만 대표이사 후보·주주 추천 이사 선임 두고 주총서 격돌 예고

이번 KT&G의 5가지 주주총회 안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 선임 건이다. 방경만 대표이사 후보를 포함해 후보로 추천된 4명 중 2명만이 주주총회에서 표결로 선임되는 만큼 표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사내이사로 추천된 방 후보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2개월간 사장후보 선정 절차를 거쳐 지난 22일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됐다.  방 후보는 지난 1998년 당시 한국담배인삼 공사였던 KT&G에 입사해 글로벌본부장,  사업부문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두루 지낸 정통 ‘KT&G 맨’이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 사진=KT&G.
방경만 KT&G 대표이사 후보 / 사진=KT&G.

KT&G는 보도자료를 통해 "방 후보는 국내 브랜드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기업가치 제고는 물론 차별화된 전략과 강력한 실행력을 통해 성과를 창출해 온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내부 출신' 방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KT&G가 지난 2002년 민영화된 후 선임된 사장 4명은 모두 내부 출신이다. 방 후보가 3월 말 주총을 거쳐 사장 자리에 오르면 내부 출신 관행이 또 이어지게 된다.

이에 최종 후보 선정 전부터 FCP 등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KT&G 사장 자리가 사실상 '세습'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FCP는 최근 국민연금에  KT&G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하는 등 주주총회를 앞두고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KT&G는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KT&G는 사외이사로 임 후보가 OCI머티리얼즈·SK머티리얼즈의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대규모 상장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조직운영과 리스크 관리 및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은 법·규제 관련 전문가인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를 후보로 추천했다. 손 교수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할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의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 씨 1심 선고를 내리는 과정에서 과거 미흡한 수사를 꾸짖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21년부터는 성대 로스쿨 공정거래법 담당 교수로 지내왔다.

아그네스에서는 이상현 FCP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아그네스는 이 대표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다. 아그네스는 이 대표가 칼라일 그룹 등 투자업계에서 20년을 근무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선진 거버넌스를 경험해 필요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하며, KT&G의 거버넌스를 개선 할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KT&G "분야 중복·주주 대변 어려워" VS  최대주주 "독립성 위해 외부 추천 이사 필요" 

KT&G는 주총 전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통해 일찍이 표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전일 공시를 통해 IBK은행과 아그네스가 추천한 두 사외이사 후보의 전문분야가 사측이 추천한 후보 및 기존 이사들과 중복된다며 주주들에게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KT&G는 공시에서 "사외이사 전문적 정합성과 이사회 다양성 제고를 위한 후보 심사·검증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주주 제안 후보가 선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사회 전문성, 운영 효율성 및 합리성 저해를 야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IBK기업은행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손 후보의 경우 사측이 올해 제안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곽상욱 후보(법무법인 화현 고문 변호사)와 전문분야가 중복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그네스가 추천한 이상현 대표의 경우 대표자 본인이 후보로 나선 '셀프추천' 사례로 전체 주주이익 대변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은 KT&G와 같이 오너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에서는 CEO를 견제할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 KT&G 이사진의 경우 모두 사측에서 추천해 선정된 이사로 구성되어 있어, 주주가 아닌 사측에만 유리한 결정을 할수 있기에 외부 추천을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가 필요하다는 것.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에선 경영권한이 CEO에 집중 될수 있어 이사회 역할과 견제가 매우 중요하다"며 "외부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되어 KT&G 지배구조가 더욱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라도 내부 추천을 받는 경우 추천자의 관계나 연임을 생각해 사측 의견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KT&G의 전·현직 이사들이 자사주를 주주환원이 아닌 재단 기금에 무상 증여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판 받는 사례도 외부 추천 사외이사가 있었다면 견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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