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규정 개정..임기만료 앞둔 백 대표 4연임 '안갯속'
FCP "백 대표 임기 9년간 낙제점..검증된 외부인사 뽑아야'
KT&G "이달 중 사장 후보 선임..선임 절차 투명하게 공개"

KT&G 사옥 전경. 사진.KT&G
KT&G 사옥 전경.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놓고 행동주의펀드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와 대립 중인 KT&G가 최근 사장 연임 우선 심사 규정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백복인 KT&G 대표이사의 4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현직 사장이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후보자에 우선해 심사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사장 선임 관련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현재 KT&G 사장 후보 검증 과정은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이사회' 등 총 3단계로 진행된다. 

상설위원회인 지배구조위원회는 사장 후보자에 대한 심사 기준 제안과 사장 후보자 군 구성 및 심사 대상자 물색 및 추천 등을 담당한다. 이를 기반으로 비상설위원회인 사추위는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고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후 이사회의 후보자 선정 및 주주총회 안건 상정 결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주주 전체의 의견을 반영해 사장 선임이 결정된다. 지배구조위원회 및 사추위 위원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전원 구성된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근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며 "이달 중 지배구조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 과정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FCP는 지난 1일 KT&G 이사회에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 개선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KT&G가 FCP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KT&G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이사회 규정 변경은  FCP측으로부터  주주서한을 받기 전 논의 중이던 안건"이라며 "주주서한이 이번 이사회 규정 변경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FCP "사장 선임, 상식·투명·공정 원칙"..검증된 외부 후보 영입 등 강조

FCP는 이번 KT&G 이사회 결정을 두고 제안한 요구가 일부 반영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대표이사 후보 추천 과정을 공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FCP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KT&G의 결정은  '외부인사도 대표이사 심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는 FCP가 제안한 내용과 완벽하게 부합한다"면서도 "다만 사측이 외부 후보자 추천을 어떻게 받을지, 실제로 외부에서 후보자를 받을 생각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 KT&G의 대표이사 추천 방식은 과거부터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사장 후보 공모 당시엔 11일만에 백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고, 앞선 2018년에는 사장 자격 후보를  KT&G 전현직 임원과 자회사 대표이사 등으로 제한을 두기도 했다.

한편 FCP는 지난 7일 자사 유튜브에 'KT&G 사장 후보 선정 정상화 제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백 사장에 대한 문제점과 대표이사 선정 프로세스에 대해 지적했다.

유상규 FCP 상무가 'KT&G 사장 후보 선정 정상화 제안' 영상에서 FCP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유튜브 갈무리 
유상규 FCP 상무가 'KT&G 사장 후보 선정 정상화 제안' 영상에서 FCP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유튜브 갈무리 

유선규 FCP 상무는 영상을 통해 "백 사장의 지난 9년은 어떻게 봐도 낙제를 면할 수 없다"며 "외형만 커지고 이익과 주가는 폭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취임 이후 지난 9년간 코스피 지수가 26% 오를 때 KT&G 주가는 19%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KT&G의 사추위의 대표 후보자 선정 프로세스도 지적했다. 유 상무는 "KT&G 이사회는 지난 2021년 3연임 당시 11영업일 만에 백 사장을 단독 후보로 추대했다"며 "이 기간에 타 후보들을 인터뷰는 커녕 연락이라도 할 수 있었겠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KT&G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인 KT와 포스코에서 대표이사 후보 선정 기간으로 각각 4개월, 2개월씩 소요된 것과도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유 상무는 내년도 KT&G 주주주총회 전에 신임 사장 후보 선정 기준으로 상식·공정·투명 등 3가지 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KT&G 이사회가 외부에서 글로벌 소비재 전문가로 검증된 후보를 영입하고 사후 검증이 가능하도록 모든 평가기록을 엄정히 보존할 것을 제안했다.

KT&G관계자는 "사장 후보 선임은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돼 왔으며 후보자 모집 과정에 공모, 전문기관 추천 등 여러 방법을 병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구조 고도화 프로젝트를 통해 사장 선임 프로세스를 체계화해오고 있고, 향후 선임 관련해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절차가 진행되면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규정 폐지에 행주펀·국민연금 압박까지...백 사장, 4연임 도전 나설까?

이번 KT&G 이사회의 '연임자 우선심사 조항' 삭제 결정에 따라 백 사장의 연임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졌다.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사진제공 = KT&G
백복인 KT&G 대표이사 사장/사진제공 = KT&G

특히 경영권을 겨냥한 FCP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데다 '소유분산기업 CEO의 셀프연임' 개선에 나선 대주주 국민연금도 최근 지분 일부를 매도해 2대 주주(지분 6.20%) 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지난 2015년 처음 취임한 이후 2018년과 2021년 2차례 연임했다. 백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아직까지 백 사장은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이사회 규정이 삭제되면서 백 사장이 연임에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백 사장의 (연임)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지난 3연임때와 달리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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