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시니어가 시니어를 돕는다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노케어’라는 말이 생소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게 말이 되냐 했는데, 점점 맞는 말이 됐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가속 폐달이 밟히고 보니 초고령사회가 코앞이다. 노인문제는 해결 당면과제가 됐다. 부양(扶養)의 의무 혹은 책임을 다음 세대에 물리기보다 비슷하게 나이들어 가는 이들 중 건강한 시니어가 덜 건강한 시니어를 돌본다는 의미에 방점이 찍혔다. 초고령사회까지 앞으로 2년. 급한 마음 때문인지 노노케어에 기대었고. 그사이 전국 노인 복지 정책의 한 장을 담당하고 있다. 

 3월에 열린 2023 어디나지원단 발단식. / 사진 = 서울시청.
 3월에 열린 2023 어디나지원단 발단식. / 사진 = 서울시청.

공식적으로 노노케어가 정책 프로그램으로 도입된 시점은 2005년이다. 고령화로 발생할 노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보고자 2004년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정책적으로 추진된 데 이어 2005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설립돼 취약 노인 생활 지원 활동을 돕는 공익활동 영역으로 노노케어가 재편됐다. 노인인력개발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노노케어는 서두에 언급했듯 건강한 시니어가 거동하기 불편하거나 몸이 아픈 시니어를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말벗이나 책을 읽어주는 등의 정서적 지원, 빨래, 설거지 등 가사 지원, 약물을 복용하거나 병원, 약국 등에 갈 때 동행하는 보건의료 지원을 제공한다고 돼 있다.  65세 이상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노노케어는 다르다. 정책에서뿐만 아니라 해석을 다각화해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프로그램과도 접목했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익 연계 프로젝트로 변모하고 위상도 높아졌다.

어디서든 편하게, 서울디지털재단 ‘어디나지원단’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디재털재단이 운영하는 ‘어디나지원단(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은 2019년부터 5년째 활동하고 있다. 노년층의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해 서울디지털재단이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 교육 사업이다. 서울시의 전폭적 지원에다 어디나지원단이 되고 싶은 수요가 늘어 지난해에 비해 50명 많은 150명을 모집했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스마트폰 이용은 물론 키오스크가 다양한 방식으로 곳곳에 설치되고,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할 일이 생기는 등 더 많은 디지털 지식이 시니어에게도 요구되고 있다. 

어디나지원단의 핵심 목표는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던 시니어는 디지털 기기에 위축돼 있다. 자녀나 손주 등 젊은 세대에게 물어봐도 도무지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시니어라면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텐데 어디나지원단이 고민 해결을 해준다. 

초기에는 3대 1 혹은 4대 1 등 소규모 모둠 교육이었으나 2020년부터 1대 1 밀착 교육으로 전환했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올해 초 서울디지털재단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어디나지원단에 소속된 강사 470명에 시니어 총 2만7632명이 디지털 교육을 받았다. 

특히 올해 8월에는 서울시 산하기관 최초로 '어디나지원단' 사업이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 공식 프로젝트로 인증받기도 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2011년부터 추진해온 ‘유네스코 ESD 공식 프로젝트’는 한국 사회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지속가능발전교육(ESD) 사례를 발굴해 한국형 ESD 모델을 개발하고 국제사회에 소개하는 게 목표다. 5년차에 들어선 올해는 강사단의 질적 향상을 위해 ‘디지털 분야 자격증’ 보유 여부를 지원 자격에 추가했다. 꼭 나이가 젊은 시니어만 뽑는 게 아니라 디지털사회에 뒤떨어지지 않는 74세 시니어도 어디나지원단으로 선발됐다.

올해 교육은 4월부터 25개 전 자치구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목표였던 1만 명의 두 배인 시니어 2만 명에게 무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올해로 7년 째 활동 중인 찾아가는 역촌 노노케어 봉사자들./ 사진 = 은평구청.
올해로 7년 째 활동 중인 찾아가는 역촌 노노케어 봉사자들./ 사진 = 은평구청.

혼자사는 시니어를 위한 ‘찾아가는 역촌 노노케어’

서울시 은평구 역촌동 주민센터의 ‘역촌노노케어’는 올해로 7년 째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 지원 사업이다. 2016년 행정자치부의 ‘어르신 및 아파트 공동체 공모사업’에 역촌동이 선정돼 은평구는 이듬해 특별교부세 3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은평구 역촌동은 65세 이상 노인과 기초수급자 비율이 높다. 그래서 돌봄 시스템을 지탱하는 한 축으로 봉사할 수 젊은 시니어에 눈길을 돌렸고, 노노케어 담당 인력으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노노케어를 담담할 봉사자는 매년 30명을 기준으로 선발했으나 정원을 채우지 못하다가, 노노케어의 활약이 점차 알려지자 2021년부터 30명씩 선발돼 활동하고 있다. 초반에는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 30세대를 선정했으며, 해마다 점차 수혜 인원을 늘려 현재는 90세대가 ‘찾아가는 노노케어’의 혜택을 받고 있다.

매주 화요일 집에 직접 방문해 도시락에 담긴 반찬을 가져다주고 있다.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 등도 확인하고 말동무로 정서 교감을 나누면서 고독사를 예방하는 등 돌봄서비스를 병행하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함경도 출신 실향민 집단촌 '아바이마을'을 지나는 도보여행길 표지판. / 사진 = 권해솜 기자.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함경도 출신 실향민 집단촌 '아바이마을'을 지나는 도보여행길 표지판. / 사진 = 권해솜 기자. 

속초시 노인 일자리 사업, 실향민 고독사 예방에 기여 

지난 4월, 시(市) 승격 60주년을 맞아 ‘고독사 제로 도시’를 선포한 강원도 속초시는 시니어의 우울감과 고독사 예방에 노노케어를 활용하고 있다. 3월에 운영을 시작한 ‘공공이불빨래방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시니어들이 이 일을 맡고 있다. 

5월까지는 관내 85세 이상 혼자 사는 시니어 70세대에 우유를 배달했으나, 6월부터 우유 배달은 100팩이 늘어 170팩을 지원하고 있다. 85세 이상 홀로 사는 시니어에서 80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춰 1700세대의 집 앞에 우유가 놓이고 있다. 혹시나 우유가 쌓여 있을 경우 건강상 문제를 우려해 안부를 확인하고 돌보는 활동을 한다. 

속초시는 이밖에도 홀몸 시니어 세대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AI(인공지능) 돌봄로봇을 60세대에 지원했으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1400세대,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응급장비 698세대에 설치, 노인일자리 노노케어(공익형) 90세대 지원, kt 안심플러스사업(안부전화) 400세대 확대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니어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속초시에는 한국전쟁 당시 잠시 북에서 남으로 피해 있을 생각으로 왔다가 분단돼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이 집단정착촌을 이뤄 살고 있다. 고향 가까운 곳이니 어디에도 가지 않고 살고 있다. 2023년 3월 말 현재 속초시 인구 8만 3000명 중 1700여 세대가 80세 이상 홀로 사는 시니어이다. 그래서 고령으로 인해 홀로 생활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안부 확인을 위한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하게 됐다.  

인터넷에 최근 뉴스와 블로그를 검색하면 ‘진주경찰서 ‘노노케어’ 교통안전 캠페인‘, 경기도의 ’어르신중심형‘ 4대 돌봄정책 등 단기 혹은 중·장기적 노노케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글들이 많다. 살고 있는 관할 시, 구, 군청  등의 어르신 관련 부서에서도 쉽게 노노케어 관련 일자리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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