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집이다. 그래서인지 집 안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그중 낙상사고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고관절 등을 크게 다쳐 응급실로 향하는 시니어도 많다. / 사진 = 이미지투데이.
시니어들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집이다. 그래서인지 집 안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그중 낙상사고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고관절 등을 크게 다쳐 응급실로 향하는 시니어도 많다. / 사진 =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몇 년 전 출근 준비를 하는데 거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발에 남은 물기를 잘 닦지 않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다가 크게 넘어지셨다. 발가락뼈 두 개가 부러지고 골절되는 바람에 철심을 박는 등 수개월을 고생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시니어 안전사고를 조사해 보니 낙상사고가 62.7%(1만4778건)로 가장 많았고, 주로 집 안에서 발생(1만1055건)했다. 

비슷한 시기 질병관리청도 23개 병원에서 응급실 손상환자를 심층조사해보니 70대 시니어의 손상환자 중 55.2%가 낙상사고였다. 이 조사에서도 역시 낙상은 집이나 거주하는 곳에서 발생(48%)했는데, 거실(17.8%), 계단(16.5%), 방‧침실(15.9%), 화장실(15.8%) 순이었다.

특히 겨울철이 되면 낙상 사고에 유의하자는 말이 나온다. 봄‧여름‧가을(24~25%)에 비해 1~2%정도 낙상사고가 늘어난다. 그러나 계절에 상관없이 시니어라면 낙상에 대한 경각심을 풀지 말아야 한다. 

넘어지는 이유에는 단순 과실 혹은 환경 등도 있겠지만, 치매인 경우 건강한 시니어에 비해 근력이나 균형감각 등 신체기능이 떨어져 낙상 사고를 입을 위험률이 높다.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한다면 어지럼증을 유발해 쓰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다. 시력저하는 당장 눈앞이 안 보여서 넘어지기 때문에 낙상사고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낙상에 대한 반응이 떨어져 손목 등을 다치기보다 대퇴골, 고관절 등이 다치는 비중도 높아진다. 이 경우 당장은 아니더라도 생명에 지장이 생긴다. 인제대학교상계백병원이 낙상사고와 관련해 발표했던 자료도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을 쉽게 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환자 약 20%가 골절에 의한 합병증으로 1년 내 사망해서다. 골절로 인해 움직이지 못해 혈전에 의한 뇌졸중이나 폐렴, 욕창, 영양실조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동반됐다. 예부터 시니어가 화장실에서 다쳐 넘어지면 돌아가신다는 미신이 현대에 들어와 의학적 인과관계로 해석됐다. 

사고 발생 장소가 거실, 계단, 방과 침실, 화장실 순이나 큰 차이는 없다. 집 안 곳곳 어디서든지 사고가 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자료 = 질병관리청.
사고 발생 장소가 거실, 계단, 방과 침실, 화장실 순이나 큰 차이는 없다. 집 안 곳곳 어디서든지 사고가 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자료 = 질병관리청.

‘유니버설디자인(UD)’은 모든 이의 편안한 삶을 위해 고안됐다. 남녀노소, 시니어, 장애인, 임산부 등 누구든지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사회 곳곳에서 이런 노력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주변 누구든지 걸을 수 있는 무장애길로 둘레길을 조성한다든지, 문턱을 없앤 상태로 집이나 시설을 짓는 등 알고보면 UD를 지향하며 설치한 부분이 이제는 자주 눈에 보인다.

이런 수고와 노고를 사회에 알리기 위해 서울시는 3년 전부터 서울유니버설디자인어워드를 만들어 시상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디자인재단 주최로 열린 제3회 서울유니버설디자인어워드에서 UD환경조성 민간부문 서울시장상을 수상한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송도 더샵 더 센터니얼’은 단지 내 단차(段差)를 최소화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실내 마감재와 안전바 등 UD를 적용해 안전한 실내공간을 조성한 점 등을 높이 평가받았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런 정도의 UD 도입은 누구나  적용하고 있어 대단하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지난해 서울시와 민간건설사 최초로 UD 적용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적극적으로 UD 확대에 기여해 왔다. 

포스코이앤씨 ‘송도 더샵 더 센터니얼’ 내부. 화장실 세면대에 점자표기를 하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세면대 하부를 띄워 두었으며, 거울을 낮게 설치했다. 안전성을 고려해 손끼임 방지재를 도입하고, 조명 조작기는 그림 등을 이용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 사진 =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 ‘송도 더샵 더 센터니얼’ 내부. 화장실 세면대에 점자표기를 하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세면대 하부를 띄워 두었으며, 거울을 낮게 설치했다. 안전성을 고려해 손끼임 방지재를 도입하고, 조명 조작기는 그림 등을 이용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 사진 = 포스코이앤씨. 

이렇게 집에 들어설 때부터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준비돼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잡고 일어설 수 있는 안전바나 바닥재 처리만 잘한다면 낙상사고에 가장 위험한 곳이 ‘집 안’이라는 말은 줄지 않을까?

소비자원과 낙상과 관련해 경고했던 병원, 질병관리청,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 등이 제시한 실내 고령자 낙상사고 예방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바닥에 떨어진 물기나 기름기는 바로 닦아내야 한다. 특히 기름에 튀기거나 굽는 등의 요리가 행해지는 가스레인지 혹은 인덕션 주변은 뜨거운 물에 적신 행주와 걸레 등으로 잘 문질러 기름기를 닦아내야 한다. 물기에 젖어 있는 욕실이나 화장실 등 미끄러운 곳에는 미끄럼 방지 바닥재 또는 매트를 설치한다. 최근 나온 타일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몸에 바르는 오일 등을 쓰게 되면 그 어떤 타일이라도 미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미끄러운 바닥을 완화할 수 있게 해주는 분사형 미끄럼 방지액 등이 있다. 

제조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화장실 타일의 물기를 완전하게 제거한 이후 미끄럼 방지제를 뿌리고 15~ 20분 정도 지난 후 깨끗하게 닦아내면 된다. 가격은 용량과 제조 회사, 성분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2만원 안팎이면 500ml 스프레이 화장실 미끄럼 방지제를 살 수 있다. 욕실 밖 발을 닦는 매트도 바닥에 고무나 고정 장치가 돼 마루 표면과 잘 붙어 있는 것을 선택한다. 

시니어들을 위한 욕실의 내부. 문은 안에서 밖으로 열리는 구조이며, 샤워기 옆에는 의자와 함께 안전바가 있다. / 사진 = 이미지투데이.  
시니어들을 위한 욕실의 내부. 문은 안에서 밖으로 열리는 구조이며, 샤워기 옆에는 의자와 함께 안전바가 있다. / 사진 = 이미지투데이.  

화장실 문을 바깥으로 열 수 있도록 재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화장실 내부에 갇히거나 문 쪽으로 넘어져 문을 제대로 열수 없으면,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어서다.

현관과 방 등에 있는 문턱을 제거할 수 있으면 제거하고, 곳곳에 안전바 등을 설치한다. 장애인 화장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용변기용 손잡이 등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어 타공만 할 수 있으면 누구든지 집에서 설치할 수 있다. 바퀴 달린 의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의자에 앉으려다가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집 조명을 항상 밝게 유지하고, 밤에 화장실 갈 것을 생각해 바닥 주변에 센서 등을 켜놓으면 좋다. 위에 열거한 낙상 방지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바닥에 고무 등으로 처리된 덧신 등을 신어서라도 미끄러움을 방지한다. 바깥 출입을 할 때 신발을 신고 벗기 쉽게 현관 신발장 주변에 의자를 놓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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