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도 가꾸며 디지털 강자로 산다 

부천시에서 스마트경로당으로 운영하는 원일경로당의 스마트팜 / 사진 = 부천시청.
부천시에서 스마트경로당으로 운영하는 원일경로당의 스마트팜 / 사진 = 부천시청.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모든 분야가 빠르건 느리건 결국 시류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 분위기에 맞춰 요즘 한창 거론되는 곳이 경로당이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경우)가 목전이다"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경로당에 대한 관심이 달라졌고,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니어세대만의 고립된 공간이 아닌 세상을 알아가는 창구로 변화하는 경로당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스마트경로당’은 시니어가 지금까지 생활해 오던 일반 경로당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 실생활에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는 디지털 기술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건강과 돌봄 기능을 강화하고, 여가와 복지 부문에서도 시니어 세대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디지털 세상으로 빠르게 변모한 사회에 조금이나마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 역시 스마트경로당이 할 일이다. 경로당을 스마트화하는 정부 지원 확대로 최근 서울시 양천구와 동대문구를 비롯해 대구 달서구, 강원 춘천시, 태백시, 충남 공주시, 경북 성주시, 제주 서귀포시 등이 공모사업에 선정돼 경로당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스마트경로당은 부천시와 대전시에서 먼저 시작했다.  부천시와 대전 유성구는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관한 ‘스마트경로당 구축사업 공모’에 당선돼 다른 지역보다 한 발 앞서 운영을 시작했다. 

부천시는 정부 돈 9억2000만 원을 받아 12개 거점 경로당을 비롯해 45개 경로당을 스마트경로당으로 바꿨다. 대전시는 정부에서 받는 9억2000만 원에 구비(區費) 5억원을 더 끌어와 스마트경로당 구축에 썼다. 기술 과학의 도시 ‘대전’ 이미지에 맞게 2016년부터 경로당 스무 곳에 ‘ICT 사업’을 추진했고, 여기에 45군데를 더해 모두 65개 경로당을 스마트하게 새단장했다.

동대문구의 한 스마트경로당. / 사진 = 동대문구청.
동대문구의 한 스마트경로당. / 사진 = 동대문구청.

스마트경로당에서는 실내 IOT 스마트팜, 온라인 여가복지 프로그램, 노인 일자리, 스마트 건강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혈압 체크나 치매 관리, ICT(정보통신기술) 화상 플랫폼 스마트 TV를 이용해 주변 경로당에 있는 시니어와 함께 실시간으로 해보는 웃음 치료 프로그램과 건강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놀이문화도 일반적인 바둑, 장기, 화투에서 벗어나 디지털 게임으로도 많이 이용한다. 화상 연결을 통해 다른 경로당을 이용하는 시니어를 만나고, 새로 접한 기계를 조작하니 디지털 세상으로부터 소외됐다는 생각은 잠시 잊을 수 있다. 도처에 깔린 키오스크 이용에 대해서도 경로당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스마트 보행기기를 들여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의 이동성도 높였다.

‘스마트경로당’ 하면 함께 나오는 얘기가 사시사철 잎채소를 얻을 수 있는 ‘스마트팜’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 등에서 볼 수 있는 스마트팜이 경로당 안에 있으니 획기적이다. 안 그래도 봄이 되면 모종이나 씨앗을 사러 다니며 ‘텃밭에 뭘 심을까?’ 고민하는 시니어들이 꽤 많다. 집 안 작은 화단이 아니라면 도시 외곽 텃밭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이들도 꽤 된다. 스마트팜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사시사철 작물을 실내에서 키울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IOT 스마트팜은 빛·바람·물을 자동으로 공급하고 온도와 조명 등을 원격으로 관리한다.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부천시 발표에 따르면 스마트경로당에서 올 상반기 175회 수확으로, 점심시간에 1376명이 쌈 채소를 나눠 먹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젊은 세대에게 태어나서부터 익숙하다면, 어쩌면 시니어에게 밭일은 크건 작건 손에 익고 그리운 활동일 수 있다.  시니어 스스로 주도적으로 스마트팜을 가꾸고 함께 나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부천시 사례에 힘을 얻어 지난해 9월 강원도 춘천시 스마트경로당 ‘우미린시니어클럽’이 스마트팜을 도입했고, 올 초부터 스마트경로당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양천구 등도 시니어의 재미와 정서 안정을 위해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이외에 지역마다 조금 특색은 있지만 설명하자면, 시니어의 공간인 경로당도 현실에 맞춰 개선하고 보완해 나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해석된다. 

스마트경로당이 도입되기 전에도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경로당을 좀 더 세련되고 안락한 공간, 사람들과 함께하는 친목 도모의 현장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4년 전 둘러봤던 동작구의 몇몇 경로당 중 ‘구립 상도열린복지센터’의 경우 1층에 피트니스 시설이 있고 카페로 활용할 수 있는 모임 장소 등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또 어떤 경로당은 ‘작은도서관’과 한 건물에 있어서 도서관 행사 나 경로당 행사가 있을 때 함께 돕고 참여하며 어울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울리면 좋으련만 손이 멀리까지 닿을 수 없으니, 대안책으로 선택한 것이 스마트경로당이다. 성공적인 시범사업이 반향을 일으켰으니 빠르게 확산할 것이다. 가만히 누워 TV로 시간 때우던 지루한 경로당은 갔다. 최근 스마트경로당이 생기거나 후원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니 경로당의 스마트화는 곧 모든 지역에 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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