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 여행할 자유를 찾은 사람들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여행은 인생에 있어 언제 떠나는 게 가장 알맞을까? 생애주기를 생각한다면 대학부터 직장에 들어가기 전까지가 가장 알맞고, 그다음은 아마 은퇴 후가 적당할 듯하다. 직장 다닐 때처럼 이 눈치 저 눈치 볼 것 없이 배낭 하나 메고 떠나는 홀가분한 기분이 좋지 않을까? 코로나를 전후해 여행유튜버들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니 시니어 세대에게도 여행 바람이 불었다. 젊은이들 여행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속시원히 알려줘 공감대를 이뤄가는 시니어 유튜브 여행 채널을 찾아봤다.

사진 = 수길따라 채널 갈무리
사진 = 수길따라 채널 갈무리.

50개국 세계여행 마치고 다시 떠나는 ‘수길따라’

시니어 여러분 “가슴 떨릴 때 떠나세요. 다리 떨리면 못 갑니다.”

구독자가 6만 명이 조금 넘는 최수길(62) 씨의 채널 ‘수길따라’의 최초 채널 개설은 2016년 1월이다. 여행 유튜버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것은 2021년 10월 20일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수길따라’는 아마추어 성악가의 취미와 일상 등을 담아냈으나, 2021년 6월 최씨가 강원도청에서 정년퇴직하면서 ‘세계여행하는 60대 은퇴자’ 콘셉트로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게 됐다. 은퇴 후 첫 여행지는 튀르키예였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문을 걸어 잠궜지만 튀르키예는 백신접종 이력만 있으면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바로 짐을 싸서 튀르키예로 날아갔다는 최씨. 혼자 여행 온 것이 미안해 촬영 영상을 딸에게 보내줬더니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에 힘을 얻어 전격 여행 영상을 올리게 됐다.

마침 전 세계적으로 나라 간 이동이 금지돼 있던 때라 여행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자마자 구독자가 빠르게 늘었다. 60대가 해외여행 유튜브를 한다는 것이 꽤나 신선해 보였던 것 같다. 많은 국가를 도장찍기 하듯 섭렵하기보다 한 달 살기 등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더 알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꽤나 진지했다. 외국 여행을 다닐 때 꼭 필요한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필리핀 어학연수를 가고,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끄집어내면서 여행 유튜버다운 면모를 다져 나갔다.

몇 주 전 연락이 닿은 ‘수길따라’는 코카서스3국으로 불리는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시니어 여행 전문가로서 은퇴자들에게 외국 자유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떨쳐볼 것을 권했다. 해외여행에 필요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인 항공(스카이스캐너), 숙박(아고다, 에어비앤비, 호텔스닷컴), 교통(우버, 볼트, 그랩, 얀덱스 등 나라마다 다름), 길 찾기, 맛집(구글맵), 번역(구글 번역기) 은 조금만 노력해 사용 방법을 익히면 영어보다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중요한 건 영어실력이 아니라 여행하는 마음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수길따라는 “웃는 얼굴과 보디 랭귀지라면 어디든 다 통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친절하고 무엇 하나라도 더 도와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경제, 문화, 예술 분야의 10대 강국이 되었으니, 여행비 좀 아껴서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쌀독에 쌀 한 자루 채워주고 떠나는 나눔의 여행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행복 채널 갈무리.
여행복 채널 갈무리.

여행과 행복이 만나 ‘여행복’이 되다

2020년 4월에 개설된 ‘여행복’ 채널은 공군 장교로 예편한 뒤 시니어 여행작가로 변신에 성공한 한경표(67) 씨가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가 3만여 명. 그는 이미 시니어계에서 인기 스타다. 2020년 ‘트래블 그레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시니어들에게 자유여행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다양한 인터뷰, 50플러스센터 등 강연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여행복 채널은 일반적으로 유튜브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여행 유튜버 형식이 아닌, 여행에 관한 강연 등을 모아놓은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유튜브를 염두에 두고 촬영되지 않아 영상이 다소 흔들리는 감은 있다. 중간에 계속해서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향후 여행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특히 영상마다 꼼꼼하게 여행과 관련한 글을 소개해주어 가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는 2020년 올린 영상에서 시니어가 자유여행을 가지 못하는 진짜 이유에 대해 “두렵고, 방법을 모르고,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한씨는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용기를 내어 당신만의 여행을 즐기고, 행복할 권리를 누리라”며 “지금까지 수고한 모든 보상을 여행을 통해서 받았으면 한다”고 도움을 주겠노라고 선언했다. 강연은 물론 시니어와 함께 하는 여행 프로그램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반올림라이프  채널 갈무리
반올림라이프  채널 갈무리.

부부가 같이 혹은 따로 차박하는 ‘반올림라이프’

'차박'하는 시니어 부부 이은총(62) 씨와  황재원(70) 씨의 채널 ‘반올림라이프’. 올라온 동영상은 50여 개이나 구독자가 5만 명을 훌쩍 넘었다. 8월 14일  MBC TV를 통해 이들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아내는 1년차 남편은 3년차 캠핑족이다. 이 채널은 위로와 마음 챙김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씨가 혼자 나서는 차박 여행이 대부분이고 남편은 가끔 등장해 40년 된 부부의 환상적인 조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씨는 차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퇴직하고 나서 무기력하고 우울해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며 "이것저것 시도하며 1년을 보내다 차박을 시작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상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이씨는 우울했던 마음에 대해 떨어놓는다. 구독자들과 댓글을 톻해서 대화해왔고 그 과정을 통해 치유와 마음의 안정을 얻어갔다. 이씨가 몰고 다니는 차는 남편 소유로, 캠핑카 내부 리모델링은 남편 이, 인테리어는 아내가 도맡아 꾸몄다. 이씨는 전국의 바다로 산으로 들로 다니며 맛있는 요리도 해 먹고, 살면서 힘들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듯 심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세련된 기교나 멋진 장식은 없지만, 40년 함께 살아온 시니어부부의 인생이 잘 녹아있다.  사방 어디든 다 다녀보고 싶은 것이 이씨의 꿈이다.

’무울 H2O' 채널 갈무리.
’무울 H2O' 채널 갈무리.

시니어 홀로 캠핑족 ’무울 H2O‘

왜 이제야 알아봤나 싶은 채널이 바로 ’무울 H2O‘다. 구독자 수는 1만4000명이 다 돼간다.  '무울'로 불리는 채널 주인장은 홀로 캠핑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채널 소개를 통해 기록해 두었다.

그는 "정년퇴직 후 추위를 이겨낼 천조각 몇 개, 한 끼를 해결할 생활필수품만으로 간소하게 준비해, 자연 곁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 캠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눈이 가지 않던 책을 조금 보기도 하고, 남는 시간이 있으면 숲속에서 그저 멍때리기 위해 캠핑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혼자 자연 속에 있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고.

이어 ”왜 우리는 그처럼 필사적으로 경쟁하고 서두르며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풀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홀로 가니 마음도 편안해 힘이 닿는 날까지 계속하려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강정마을을 시작으로 축령산, 곳곳에 있는 자연휴양림 등을 다니며 홀로 텐트를 치고, 스테이크를 굽거나 닭갈비를 해 먹으면서 자신만의 캠핑을 즐긴다.

특히 무울의 영상은 드론으로 촬영한 자연경관 등이 예술이다. 영상이 시원하고, 빗소리 등 자연의 소리는 물론 요리할 때 나는 소리까지도 영상으로 깊은 감도로 표현했다.

들깨의 차박수채화 채널 갈무리.
들깨의 차박수채화 채널 갈무리.

50대 여성의 단독 여행 ‘들깨의 차박수채화'

“안녕하세요, 들깨입니다”로 내레이션을 시작하는 유튜브채널 ’들깨의 차박수채화‘는 구독자가 1만5000명이 조금 안 되지만, 알고보면 스마트 스토어가 결합돼 유튜브 수익 외에도 다른 수익을 내고 있는 채널이다. 차박에 알맞거나 필요한 물품을 직접 펴보고 시연하는 등의 모습을 통해 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게 하고 있다. 이 채널의 주인은 50대 아짐이라고 본인을 지칭하지만, 건강하고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매 영상은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분위기로 흐른다.

굳이 스마트 스토어에 관한 정보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구도는 물론 색감, 음악 등이 뛰어나 영상을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차박에 필요한 설치는 물론, 각종 공구 사용을 들깨 아짐이 직접 실행하고 결과물까지 보여준다.  댓글을 보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거나, 실제 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등 감사 인사를 보내는 시청자도 적지 않아 보였다. 여성 혼자 차박을 하거나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등의 영상이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었는데, 주로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들깨의 차박수채화'는 50대의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이 더해진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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