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층 사이에서 '안티 ESG' 움직임 확산
지나친 정쟁..기업·투자자 피해 우려

[편집자주]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고민이 깊습니다. ESG투자와 ESG공시, 연기금 의결권 등 경영과 관련된 ESG 이슈가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창간 5주년을 맞아 국내외 주요 ESG 쟁점을 3차례 기획기사를 통해 짚어봅니다.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미국 보수 우파 사이에서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를 반대하는 '안티 ESG'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에너지기업 등 '굴뚝 산업'과 이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공화당의 안티ESG 움직임은 대세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까? 

확대되는 미국 내 '안티 ESG' 움직임

안티 ESG는 미국 정치권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백악관과 민주당에 반대하는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공화당 영향력이 크고 화석연료 산업이 주를 이루는 곳에서는 반 ESG 규제 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미국 각 주에서 안티 ESG 관련 39개 법안이 제안됐으며, 9개 주정부에서 일부 법안이 통과됐다.

편집 = 김민영 팀장
편집 = 김민영 팀장

실제 텍사스주에서 지난해 에너지 산업과 총기 산업에 적대적인 금융사와 펀드를 연기금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보이콧 법안을 제정했고, 플로리다주는 지난달 주 기금을 운용할 때 ESG 투자는 규제한다는 법안을 제정했다.

공화당 안티ESG를 주도하는 플로리다주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12월 ESG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블랙록으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5000억원)의 주 기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돈을 무기 삼아 반 ESG투자에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자 미국 내 자산운용사들이 공화당 눈치를 보고 있다. ESG투자를 한다는 이유로 운용자금을 빼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지난해 12월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NAZM)를 탈퇴했다. 업계에서는 뱅가드가 인덱스펀드에 ESG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공화당의 반 ESG 공세에 부담을 느껴 탈퇴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규제에 이어 안티 ESG ETF 상품도 등장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스트라이브 자산운용(Strive asset management)은 지난 8월부터 ESG에 반하는 종목으로 구성한 안티ESG ETF를 운용 중이다. 상품 중 엑손모빌, 셰브론 등 탄소 다배출 기업 비중이 50%가 넘는 'Strive U.S. Energy ETF (DRLL)'은 출시 한 달 만에 운용자산이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돌파했으며, 올해 1월 연간 수익률은 21.55%에 달했다.

미국 정부와 공화당의 ESG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1월 미국 노동부는 ESG를 퇴직연금 투자전략에 반영할 수 있도록 투자 지침을 개정했으나, 이에 반발한 공화당이 개정 지침을 무효화하는 법안을 상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원점으로 돌렸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임팩트에 "미국 내 정치·경제·산업 방면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 끝날 이슈는 아니다"며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 안티 ESG를 지지하는 정유기업 등 이해관계자가 많기에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외 영향은 미미...지속된 정쟁화는 경계해야    

안티 ESG 규제와 ETF 상품이 늘어나곤 있으나 실제 국내외 ESG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ESG 공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ESG가 글로벌 의무·규범·법제화 되고 있어, 기회와 리스크 측면에서 대응중인 기업이나 투자회사들이 쉽게 전략을 수정하진 않는다는 이야기다. 

ESG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안티 ESG) 이슈를 알고 있지만 기존 수립한 ESG 전략을 수정 할 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보진 않는다"며 "수출시 무역장벽이 될 유럽연합(EU)의 CBAM 등 ESG 규제 대응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ESG에 대한 정치적 반발로 타격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ESG 투자 반대 영향으로 40억 달러의 자금 유입이 줄었으나 전체적으로는 운영자산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미국에서만 2300억 달러가 추가 유입됐다”며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ESG로 정쟁화가 장기화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속적으로 특정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ESG를 활용한다면 성장 동력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행방법과 속도에 대한 이해관계자간의 차이가 있기에 정쟁화는 ESG가 성숙하기 위한 성장통"이라면서도 "다만 정치권에서 새롭게 만드는 법과 제도로 인해 기업과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민호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장은 "ESG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역할은 ESG 공시 체계 구축과 그린워싱 방지 방안 마련 등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ESG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ESG을 활용해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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