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자산 2조 이상, 30년 전체 상장사로 확대 적용
EU·미국은 지난해부터 적용 시작..25년 전체로 확대
재계 "의무 시점 늦춰야" VS 당국 "주요국 대비 늦어"

[편집자주]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고민이 깊습니다. ESG투자와 ESG공시, 연기금 의결권 등 경영과 관련된 ESG 이슈가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일리임팩트는 창간 5주년을 맞아 국내외 주요 ESG 쟁점을 3차례 기획기사를 통해 짚어봅니다.

 사진 = 데일리임팩트 DB
 사진 = 데일리임팩트 DB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오는 2025년 본격 시행되는 상장기업에 대한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 구조)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해당 기업들이 분주한 모습이다. 기업 재무성과 연관 데이터 추출과 관련 공시 전담 부서 구성 등 준비할 게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 내부에서 자산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서는 의무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국내 일부 업종에서는 기업 현실을 감안해서 공시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SG 정보공시란 기업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말한다. 비재무 정보란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보호 투자액 등 정량부터 넓게는 탄소중립 달성 시점 등 정성적 정보도 포함된다.

과거 ESG 정보 공시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사회적 책임 보고서, 지속 가능 보고서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산업재해 등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재해 등 사건 사고가 늘면서 주요국에서 공시 정보와 방법을 제안하는 '의무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ESG 공시 의무화, 미국· EU는 2025년인데... 한국은 5년 늦은 2030년

일찍이 ESG 공시를 추진해온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는 오는 2025년 전체 상장사로 확대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2024년 회계연도)부터 대형 상장사 대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 했으며, EU는 지난 2022년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ESRS)을 통해 공시할 ESG 정보의 범위와 기준을 공개 했다.

편집. 김민영 기자
편집. 김민영 기자

국내에서도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2025년부터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대상으로,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이사회 전문성·독립성 등 기업 지배구조 공시사항을 담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도 2019년부터 자산 규모에 따라 확대 중이다. 현재는 자산 1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이며, 내년부터는 자산 5000억원, 2026년부터는 전 코스피 상장사 대상으로 지배 구조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환경부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용수 사용량 등 환경정보 공시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는 자산 2조원 규모 상장사 대상이며,  2025년에는 5000억 이상, 2030년에는 코스피 전 상장사로 확대한다.

국내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은 공개됐으나 주요국에 비해 5년 가량 늦은 편이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상장사 자산규모별 ESG 공시시점을 앞당기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ESG 공시 의무화 시점을 2025년 자산 2조원, 2027년 자산 1조원, 2029년에는 자산 5000억원, 2030년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단계적으로 확대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ESG 공시대상, 항목, 범위나 보고 방식을 담은 'ESG 공시 로드맵'을 올해 3분기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무화 시기 느린데도... 국내 기업 “공시시기 늦춰야”

일부 기업들은 ESG 공시 관련 규제가 쏟아지면서 공시시기를 늦춰달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위가 공시 의무화 시점을 앞당김에 따라, 기존 2030년 공시 의무화로 예상한 자산 1조~5000억 원 사이 코스피 상장사들은 더욱 고민이 깊어진 셈이다. 

자동차, 철강, 화학 등 해외 수출 기업은 규제 대응 차원에서 주요국 의무화 기준에 맞춰 ESG 공시를  준비해야하지만, IT·엔터테인먼트·제약 등 내수 위주 기업들은 투자자와 거래처에서 요구가 없음에도 공시에 신경써야 한다는 불만이다.

이들은 특히 ESG 공시 비용 부담, 취약정보 공개에 따른 경쟁력 약화, 부서 간 협업어려움을 토로한다. 

한 IT업계 ESG부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SG 데이터를 담은 보고서 발간에 1억~3억 원의 비용 들어가는데 첫 발간 이후에도 매년 비용이 발생한다"며 "고객사와 투자자 요구도 없는데 구매, 유통 등 여러 부서를 설득해 ESG 데이터를 요구하고 취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이미 주요국보다 늦은 상황이기에 공시시점은 늦추면 안되고, 공시 항목과 기준을 담은 표준화된 ESG 공시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견 화학업체 관계자는 "미국·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 입장에선 국내 공시 시점을 늦추는 건 의미가 없다"며 "시점보다 명확한 ESG 공시 기준이 없어 동종업계서도 공시정보가 제각각이기에, 표준화된 공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무 연관성’ 높은 ESG 정보 관리·데이터 검증 체계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ESG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기업별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ESG 정보를 우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철강업체는 온실가스 배출량, IT업계는 직원 이직률, 건설업계는 산업재해율 등 기업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ESG 정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향후 ESG 공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IFRS 지속가능공시기준에서도 '재무성과에 영향 미치는 ESG 정보'를 강조하고 있다. IFRS 지속가능공시 기준은 이달 말 발표될 전망이다.

또한 내부 ESG 데이터 검증체계 구축도 과제로 지목된다. 의무화 이후 공개된 ESG 정보가 검증되지 않거나 부정확하다면 소송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사업보고서 내 ESG 정보가 기재된다면 소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의사결정 체계’를 뜻하는 기업 거버넌스의 중요성도 언급된다. 거버넌스는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는 프로세스와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맺는 시스템으로 지배 구조보다 넓은 개념이다. E(환경), S(사회) 관련 정보공개 의사결정을 내리고, 투명한 ESG 정보 공시에 있어서도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ESG컨설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SG 정보는 위험과 기회 식별의 도구"라며 "ESG 공시 의무화를 대비해 주도·자발적으로 ESG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ESG 공시 의무화는 기업들에게 자기 구속력이 생기는 셈"이라며, 이 관계자는 "일종의 칭찬과 비판의 '기준'이 만들어지고 공시 내용에 따른 소송 리스크도 발생하기에 이해관계자들에게 소명하고 설명하는 기업의 소통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