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순서

1. ESG,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나

2. ESG 경영, 더 이상 권고 권유가 아니다

3. 대응현장, 거버넌스가 문제다

4. ESG와 정부 정책, 적합도를 높여라

2. 선택이 아닌 필수, 가이드 라인을 주목한다

[이종재 PSR(공공기관사회책임연구원) 대표] 기업의 ESG대응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과제로 대두된 이유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 우선 소비자들의 변화다. 소비자들은 사회적으로 평가받는 기업의 제품은 조금 비싸더라도 기꺼이 구매한다. 신뢰하는 기업과 브랜드에 민감하며 불공정, 갑질기업의 제품에 가차없는 불매운동을 벌인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사회의 새로운 중심세력으로 등장한 MZ세대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전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며 향후 20년이상 기업과 사회를 지배할 신인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ESG경영을 상세히 알리는 공시의 의무화는 유럽을 중심으로 속속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산 1조원이상 상장사는 2022년부터 지배구조보고서를 제시해야 하고 2026년부터는 전 상장사로 확대된다. 지속가능보고서 역시 2025년부터 자산 2조원이상 기업에 의무화되고 모든 상장사들의 의무화는 2030년부터다.

공시의 의무화는 ESG를 돌이킬 수 없도록 하는 당국의 대표적 이행규정인데 탄소제로를 위한 각종 세금의 부과와 투자기관의 경영권 관여를 제도화한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ESG경영을 위한 규범들이다. 특히 탄소세와 탄소국경세 탄소배출권 등은 넷제로,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추가 비용부담으로 자리하게 됐다.

돈줄을 통한 ESG 제도화는 기업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각국의 대표 연기금들은 이미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으며 은행들은 ESG등급과 이자율을 연계한다. 환경관련 국제 규정에 가입해야 거래자격을 유지하고 협력사들의 ESG 경영까지 거래기업으로의 자격조건으로 대두됐다. 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제품 서비스 등으로 협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 실행한 ESG경영이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ESG 경영의 제도화

올 1월부터 적용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본격적인 ESG경영에 대한 상징적 의무규정이다. 협약은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기온 대비 상승온도를 1.5도C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매 5년마다 보다 강화된 목표 제시와 이행상황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전세계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해당되는 가장 강력한 국제규범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어지는 각종 ESG 의무화 조항은 ESG경영을 불가역적 현실로 분명히 인식시킨다.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종업원 10인이상 전 기업에게 ESG 규정에 따른 공시를 의무화하는 CSRD(기업지속가능보고지침)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SFDR(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제)의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올부터 탄소배출권 3기 시행을 본격화했고 내년부터 발효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안전에 관한 ESG규정중 하나다.

ESG 관련 제도화 연도별 일정 사진. 기관별 발표 및 언론 종합

다원 고차방정식 ESG 대응

ESG경영을 요약하면 국가별 지역별 의무화 규정과 함께 국제적인 공시규정 및 평가지침에 따르는 활동이다. 공시와 지속가능보고서의 방법으로 제시된 국제적인 표준은 GRI(글로벌보고서규정)와 TCFD(기후변화재무공개정보협의체), SASB(지속가능재무기준위원회), CDP(탄소공개프로젝트)등이 주류이며 UN의 지속가능목표(UNSDGs) 역시 활용된다. 세계경제포럼(WEP)과 IFRS(국제회계표준위원회)도 연내 제시를 목표로 표준화작업을 진행중이다.

ESG대응에 나선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중 하나는 수많은 평가기관의 제각각 평가등급이다.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평가기관은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계열사인 MSCI와 다우존스의 DJSI 등 120개를 넘고 국별로 활동하고 있는 평가기관을 포함하면 전세계 평기기관은 1000개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도 정부차원에서 설립된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민간기관인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등이 활동중인데 최근 일부 언론까지 평가시장에 가세했다.

ESG가 대세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공시표준이나 평가기관 역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특히 국제적인 회계재무보고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IFRS는 비재무분야 보고의 표준화 작업까지 나서 올해말께로 예정된 발표 내용이 주목된다.

하지만 평가기관의 서로 다른 등급산정은 기관마다 중점을 두는 분야의 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행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는 E와 S, G 중에서 가중치를 두어야 할 분야와 따라야 할 기준 등에서 기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기업은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이룬 B2C와 중간재 원자재를 공급하는 B2B기업으로 우선 나뉘고, 제조업과 유통서비스업, 금융업 등으로 대분류된다. 대부분 수출입에 직간접 연관돼 있으나 국제적으로 거래선을 갖고 있는지 여부도 대응방안 수립에는 분명한 고려대상이다.

여기에 제시 표준도 다르고 평가기준마저 달라 ESG풀이에 나선 기업들은 다원 고차방정식 문제를 만난 수험생과 다르지 않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하는지 난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복잡할수록 풀이는 단순하게 접근할 것을 권한다. 다행히 기업마다 스스로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지를 최대한 단순화해서 제시한 표준도 있다. 국제적인 표준으로 급격히 대두되고 있는 SASB다. 물론 기업의 성격과 대응 방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문제를 쉽게 접근해가는 제시 표준인 것만은 분명하다.

SASB는 ESG 이행여부에 대해 각 항목마다 연관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우선 따진다. 그 기준도 단 3가지다. ‘섹터내 산업의 50% 이상에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50%이상과 이하, 그리고 아예 ‘섹터내 어느 산업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없는 이슈’로 나누는 중요성 지도다.

SASB의 중요성 지도 사진. 한국거래소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ESG를 환경과 사회자본 리더십과 지배구조 등 5개분야로 나눠 다른 표준보다 세분화했으나 분야별 이슈를 최대 7개로 구분한 점이 특징이다. 산업별 구분도 소비재와 금융 인프라 등 11개로 나누고 각 항목바다 중요도를 색깔로 나타내도록 했다. 기업마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ESG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차방정식 풀이에 나선 기업들의 우선 고려대상으로 추천되고 있다.

기업들의 ESG대응은 자신의 기업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작업부터 시작돼야 한다. B2B기업으로 지방에서 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수출 제조업체라면 가동 공장 에너지의 효율을 따지고 생산제품이 환경에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국내외 거래선과 ESG대응에 보조를 맞추며 관련 국제기구의 가입과 지역경제에 기여할 방법을 찾는데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협력업체와의 ESG 공동이행과 모니터링은 필수 고려대상이다.

기업마다 특성에 맞게 E와 S, G 중 방점을 둘 분야를 정한 뒤 각 항목에 맞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엄정한 자체 점검, 상황에 따라서는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방식도 필요하다. 지속가능보고서를 준비하고 ‘내게 맞는 평가기관’을 찾아 협의하는 대응도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대응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를 정확히 파악한 뒤 이들의 요구사항 희망사항을 실행에 옮기고 성과를 점검하고 강화해 나가는 이해관계자 경영이다.

E,S,G 분야별 대응전략은 평가기관의 평가지표를 참고해 수립될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평가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최근 ESG 모범규준을 만들어 공개했다. E,S,G 분야별 실천항목을 114쪽 방대한 자료로 적시해 기업들의 ESG경영에 지침중 하나로 활용될 전망이다.

KCGS ESG 평가지표 사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공공기관의 대응은 더욱 달라

공익을 목적으로 정부의 출자 출연, 지원과 관리로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대응은 일반기업과는 또 다른 트랙이다. 일부 의무화 대상 공공기관에 공시와 지속가능보고서 작성은 일반 기업의 대응과 다를 바 없고 국제 거래관행을 반영하는 작업 역시 당연한 대응이다. 협력업체와의 협업이 불가피한 공공기관의 경우 협력업체의 ESG대응 모니터링과 공동대응 방안 수립 및 이행은 주요한 업무로 대두됐다.

태생적으로 기관의 성격과 활동 방향이 결정된 공공기관으로서는 ESG의 영향과 대응방식에서 각각의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ESG경영이 기관별로 같을 수 없는 이유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환경공단과 석탄발전소를 운용하고 있는 서부발전의 ESG대응은 완전히 다르다. 특히 환경문제, E에 대한 대응에서는 공공기관별 큰 편차가 불가피한 것이다.

공공기관은 또 지난 3년간 사회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비재무적 요소의 구현 내용에 대한 정부의 세밀한 평가를 받아왔다. 근로환경과 인권, 안전과 협력업체 관리, 공정경쟁과 지역경제 기여 등을 골자로 한 S부문의 실천항목을 경영관리부문의 일자리 창출과 상생 등 5대 사회가치구현활동이란 이름으로 소숫점 평점까지 받아왔고 지금도 그 규정은 여전히 유효하다. S부문에 대한 대응만큼은 상대적으로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배구조, 거버넌스의 G부분이다. ESG경영에서 G의 핵심은 이사회의 구성과 활동, 감사 등 제도를 통한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이다. 우리 공공기관의 현실에서 G 부분의 기관별 대응은 많은 제약요인을 안고 있다. 기관장 임명에서부터 사내외 이사진의 구성에 사실상 정부가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니 활동 내용은 미루어 판단 가능하다. 공공기관에게 국제적인 기준의 거버넌스 이행은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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