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발탁 기준으로 “역량·의지” 제시…성과주의 원칙 천명

2030년 3개 사업 세계 1위 달성 위해 해외사업 확장 주문

“아들 이선호 염두한 듯…임원 승진 후 승계 작업 가속화”

CJ 비비고 X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참석한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부장)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경욱호 CJ제일제당 CMO,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팀 해리스 LA레이커스 CEO. 사진. CJ제일제당.
CJ 비비고 X LA레이커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참석한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부장)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경욱호 CJ제일제당 CMO, 지니 버스 LA레이커스 구단주, 이선호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담당, 팀 해리스 LA레이커스 CEO. 사진. CJ제일제당.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새로운 세대들이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

이달 중순경 임원 인사를 앞둔 CJ그룹에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재현 회장이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연차·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공언한 까닭이다. 

특히 이 회장이 리더 발탁의 기준으로 ‘역량’과 ‘의지’를 꼽자, 재계에서는 의미심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룹의 변화 동력은 인재 확보에 있다고 강조했던 만큼 인력 배치를 조정할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이 같은 흐름에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재계는 이 부장의 임원 승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CJ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CJ그룹의 방향성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회장은 ‘준비된 하고잡이들이 파격적인 보상을 받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고잡이’는 능동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인재들을 뜻하는 말이다. 이 회장은 제3의 도약을 위해서는 하고잡이들이 조직에서 보다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봤다. “인재를 키우고 새롭게 도전하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해”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회장은 인사를 포함해 조직문화 쇄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오고 싶어 하고, 일하고 싶어 하고, 같이 성장하는 CJ를 만들겠다” “원하는 사업과 직무에 도전할 기회도 주겠다” “탁월한 성과에 대해 최고의 보상을 하겠다” 등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하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특히 “나이·연차·직급에 관계없이”라는 말을 통해 연공서열을 타파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회장의 발언대로라면 CJ그룹은 꽤 파격적인 인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회장이 인적 쇄신을 강조한 데는 그룹의 방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CJ그룹의 지향점은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식품, 미디어, 바이오, 물류가 주력사업이다. 모두 소비자 접점이 넓어져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군이다. 특히 주 소비층인 MZ세대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수익성과 성장잠재력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들이기도 하다. 

이미 CJ그룹은 조직 혁신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올 하반기 전략기획팀 산하에 SID(Strategic & Innovative Division)를 신설하고 그룹과 계열사 사업 전략을 점검하기로 했다. 조직의 수장을 맡은 이는 이보배 상무, 딜로이트·LEK 등 컨설팅 업체를 거친 인물로, CJ그룹 외부 임원 중 최연소다. 사내 컨설팅 조직을 만들고 외부인사에게 총괄토록 한 것은 조직 혁신에 대한 절실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잡 포스팅, 프로젝트·TF 공모제, 리더 공모제 등을 도입하고, 사내회사(CIC)·사내벤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직무·직급에 얽매이지 않고 디양한 사업에 도전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에 조직 혁신의 효과를 높이고자 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하거나 기존 수장들을 교체해 평균 연령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실력 있는 외부 인사를 깜짝 발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인사의 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NM·CJ CGV· CJ푸드빌 등 계열사의 대표들이 대거 교체한데다 올해 계열사 실적 역시 준수했다. 이번에 또다시 수장을 교체할 경우 조직의 피로감과 내부 구성원들의 박탈감이 높아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성과주의를 강조해놓고 대대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경우 ‘보여주기식 인사’라는 반발을 부를 수 있다”며 “인사의 핵심은 결국 인력 관리와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에 내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핀셋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구체적으로 CJ 오너가(家)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하마평이 파다하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부장은 2013년 그룹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17년 부장에 올랐다. 바이오사업, 식품 전략기획 등을 담당하다가 불미스럽게 물러났다. 1년 4개월만인 지난 1월 복귀, 글로벌 비즈니스를 맡아 CJ제일제당의 해외사업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해외사업 확장은 이 회장이 중기 비전을 공개하면서 강조했던 전략이다. 2030년까지 3개 사업분야에서 세계1위 달성이라는 ‘월드베스트CJ’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레이트 CJ’ 실현에 실패한 만큼, ‘월드베스트CJ’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데, 성패를 좌우할 중책을 이 부장에게 맡긴 것이다. 사실상 이 부장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장에게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기에 그룹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부장은 2019년 9월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직 형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직급을 올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그룹 내 지배력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승진시켜 존재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 부장이 공식석상에 등장한 건 승계를 고려한 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 부장의 임원 승진, 나아가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명분 쌓기가 진행 중이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조직을 신설해 이 부장의 복귀를 도왔다. 이 회장 역시 “준비된 하고잡이” “역량과 의지”라는 표현으로 틀을 깨는 인사를 시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 부장의 승진을 염두한 발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이라는 납득할만한 근거도 생겼다. 3분기 CJ제일제당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4조2243억원으로 집계됐다. CJ제일제당은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장의 승진이 임박했다고 본다. 이 부장의 대외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LA레이커스와의 계약 체결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대회에 실무진으로 참여했다. 

이 부장은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팀 LA레이커스와의 파트너십 체결이 대표적이다. LA레이커스와의 파트너십은 CJ그룹의 스포츠 마케팅 중 최대 규모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LA레이커스가 첫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사로 CJ제일제당을 선택하자,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파트너십 체결 과정에서 이 부장의 역할이 상당했다. 그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계약 체결을 이끌어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미래먹거리 발굴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이 부장은 ‘글로벌 한식 육성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만두의 후속작을 찾는 작업이다. 치킨, 김치, 고추장, 즉석밥, 김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찾는다. 

이 부장이 임원으로 승진하면, 중단됐던 승계 작업이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이 회장이 유전병을 앓고 있어, 이 부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부장이 CJ제일제당에서 정직처분을 받자 차질이 빚어졌다. 누나인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지난해 사실상 경영수업을 밟기 시작한 만큼, 이 부장을 승진시켜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CJ제일제당에서 분사된 건강사업부 CJ웰케어 수장을 맡아 바이오사업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관련, 승계를 대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 부장이 경영권을 넘겨받으려면 지주사인 CJ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이를 염두한 듯 그는 CJ 신형우선주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22.98%였던 우선주 지분은 현재 25.16%까지 늘어났다. 신형우선주는 2029년에 의결권을 가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지주사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단, 승계를 마무리 지으려면 결국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42.07%)을 넘겨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CJ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게 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4조원 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이 부장이 보유 지분(11.09%)을 모두 판다고 가정한다면 약 4500억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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