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놓친 '롯데온', 위기 타개할 반전의 카드는?

체질 개선이 우선……‘요기요’ 품고 반격 나설까?

사진=롯데온
사진=롯데온

 

[미디어SR 김다정 기자]‘초대형 연합군’ 신세계와 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또 한번 격변의 시기를 맞아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베이 미국 본사가 15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그룹 이마트를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마트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두고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공룡이 맞붙은 ‘자존심 싸움’에서 신세계가 승기를 잡은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향후 재편될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지난해 기준 거래액만 50조원, 시장점유율로는 32%에 달하는 초대형 연합군이 탄생한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힘을 합쳐 ‘온라인 쇼핑 공룡’이 탄생하면 단순 계산상 쿠팡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61조원 중 3분의 1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신세계만 따로 놓고 보더라도 현재 3%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은 인수 이후 15%까지 올라, 2위인 쿠팡을 단숨에 뛰어넘고 ‘3강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이코리아 놓친 롯데가 숨겨놓은 반전의 카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사실상 신세계의 승리로 막을 내리고 향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롯데가 어떤 ‘반전의 카드’를 꺼내들지도 초유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출범한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이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롯데온 만으론 경쟁사를 압도할 만한 체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베이코리아에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 롯데온의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2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150억원) 같은 기간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처음으로 인수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후 롯데는 본입찰을 앞두고 이미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대표(부사장)로 선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그룹 특유의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롯데온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풀이했다. 동시에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고 봤다.

하지만 롯데는 이번 본입찰에서 신세계 보다 수천억원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를 취했다.

검토 결과 롯데는 당초 기대보다 인수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인수 가격 고평가 논란, 이베이 플랫폼의 최근 트래픽 정체 등으로 인해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던 상황”이라며 “인수 후 시너지 발생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나영호 대표의 무거워진 어깨…‘요기요’ 품고 반격 나서나?

이처럼 이번 인수전에서 다소 소극적이었던 롯데의 태도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에서 단숨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 롯데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온라인 강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올해 4월 롯데온의 수장으로 선임된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나 대표는 2월 사실상 경질된 조영제 대표(e커머스사업부장)의 후임이다. 그는 나영호 신임 대표는 롯데닷컴 창립 멤버 출신으로 현대차그룹, 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해 G마켓 신규사업실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끌었다.

나영호 대표는 취임 이후 전 사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롯데온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함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하고 강화돼야 한다”며 “저는 ‘디지털 DNA’를 가진 사람이며,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나 5대표의 주도하에 롯데온은 기존 사업 경쟁력과 경영효율성 높이기 주력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최근 그로서리(식료품) 품목과 PB(자체 브랜드) 품목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M&A를 비롯한 외부와의 협업 등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 인수전에 다시 등장할지도 주목된다.

롯데는 앞서 지나친 몸값 대비 이점이 적다는 이유로 예비입찰에 불참했지만 이번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실패하면서 다시 요기요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롯데가 요기요를 인수할 경우 롯데GRS, 롯데쇼핑 등 여러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이미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추진하면서 실탄을 빵빵하게 장착한 만큼 요기요를 통해 반격에 나설지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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