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없는 유통업체 '2파전'…SKT, MBK파트너스 불참

인력·실탄 확보 vs 컨소시엄 구성…각양각색 인수전략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국내 이커머스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기 위한 두 유통공룡간 ‘쩐의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7일 실시한 이베이코리아 매각에 관한 본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두 곳이 참여했다.

지난 3월 예비입찰에서는 신세계, 롯데를 비롯해 SK텔레콤과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MBK파트너스’까지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결과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는 만큼 이번 매각전은 사실상 유통업체인 신세계와 롯데의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왔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본 입찰에는 SKT와 MBK파트너스가 입찰을 포기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 여운을 남겼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공식적으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참여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로써 두 유통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는 지난 2019년 11번가 인수전에서 서로 마주한 후 2년 만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다시 맞붙게 됐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시장은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26조8000만원)와 쿠팡(20조9000억원), 이베이코리아(20조원)가 불꽃튀는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시장점유율에서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3위(12%) 수준으로 추산된다.

오프라인 기반인 신세계와 롯데는 지난 2020년 각각 SSG닷컴과 롯데온이라는 이커머스 전문 법인을 출범했지만 후발주자로써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은 미미한 상황이다.

롯데쇼핑의 롯데온(5%), 신세계그룹의 SSG닷컴(3%) 중 누구라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업계 1~3위의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결국 두 회사 중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곳은 시장점유율을 쿠팡 이상으로 높이며 국내 이커머스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온라인 사업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롯데와 신세계가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이미 시장은 선두업체를 중심으로 경쟁구도를 형성한 상태였다”며 “후발주자 입장에는 이변이 없는 한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상위권으로 단번에 올라갈 마지막 기회”라고 내다봤다.

두 라이벌의 전략은?…인력·실탄 확보 vs 컨소시엄 구성

양쪽 다 절박한 상황에서 사활을 건 이번 라이벌전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롯데는 본입찰을 앞두고 이미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대표(부사장)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밑그림으로 해석했다.

롯데가 그룹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로 롯데온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동시에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롯데는 이번 인수전을 위한 실탄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지분 전량인 15%를 8300억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해 기준 롯데쇼핑의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9132억원이다. 이번 자산 매각 금액까지 포함할 경우 2조7000억원대의 실탄을 확보하면서 현재 ‘5조원’으로 추산되는 이베이코리아 몸값의 절반 이상을 확보했다.

이에 맞서는 신세계는 ‘합종연횡’의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3월 2500억원 지분 맞교환을 통해 이미 동맹을 맺은 네이버와의 컨소시엄 구성이 유력하다.

두 회사는 모두 “확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예비입찰 당시 네이버 또한 투자 설명서를 수령하는 등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사실도 있어 컨소시엄에 대한 무게는 더 실리고 있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막대한 자금에 대한 부담을 나눠 갖게 되는, 손해볼 것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과평가 된 몸값 ‘5조원’ 승자의 저주될까?

이베이코리아를 둘러싼 신세계와 롯데 간 자존심 싸움은 사실상 가격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써낸 인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으로 5조원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베이코리아의 가치는 3조원대로 추정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쿠팡 상장 등의 이슈와 맞물리면서 몸값을 5조원대로 추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냉정하다.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의 몸값 5조원은 과하다는 판단아래 3조~4조원대로 산정하고 있다.

인수후보들간 경쟁 속 인수가액이 5조원대로 뛸 가능성도 있지만 무리하게 인수한 후 오히려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베이코리아가 흑자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며 “사실상 코로나 효과로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 이후 별도의 투자비용까지 고려하면 가격적인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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