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롯데온
사진=롯데온

[미디어SR 김다정 기자]이커머스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은 새로운 수장을 앞세워 새 출발을 예고했다.

롯데온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하이마트, 홈쇼핑, 이커머스 등 7개 계열사의 쇼핑부문을 통합해 지난해 4월 출범한 그룹 공식 온라인 플랫폼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12일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대표로 임명했다. 올해 2월 조영제 전 롯데온 사업부장(대표)이 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지 약 한 달 반만이다.

조 전 대표가 사임할 당시 롯데지주 측은 새 수장 자리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영호 신임 대표는 롯데닷컴 창립 멤버 출신으로 현대차그룹, LG텔레콤 등을 거쳐 2007년부터 이베이코리아에 합류해 G마켓 신규사업실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베이코리아에서는 간편 결제와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끌었다.

특히 이번 롯데그룹의 나 신임 대표 선임 인사는 ‘부사장급’ 파격 인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0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문간 대표이사 체제를 부문장 체제로 바꿨다. 이에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백화점·마트·슈퍼·이커머스 등 4개 부문 대표를 사업부장으로 뒀다.

롯데쇼핑 4개 사업 부문 중 지난해 말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황범석 롯데백화점 부문장만 부사장급이었고 나머지는 전무급이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롯데온 대표를 외부에서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은 그만큼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롯데온이 그룹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롯데온은 야심 찬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온의 지난해 거래 규모는 7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161조원) 대비 비중은 약 4.7%에 불과한 수준이다.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의 거래액이 20조 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관심 있다”…이베이 출신, 롯데온 수장으로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신임 대표를 롯데온 수장으로 영입한 데에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롯데그룹의 의지가 드러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출신을 수장 자리에 앉힘으로써 이커머스 시장에서 전과 다른 혁신 행보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는 해석이다.

앞서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가 지난달 말 선정한 본입찰 적격 후보 명단(숏리스트)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 SK텔레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롯데그룹은 나 대표를 영입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롯데온 입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순간 단숨에 업계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베이코리아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영입한 데에는 이베이코리아를 적정 가격에 인수하려는 노림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영호號’ 출범…“나는 디지털 DNA 가진 사람” 변화 예고

나영호 신임 대표는 굵직한 사업을 이끌었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롯데온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영호 대표는 취임 이후 전 사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롯데온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함께 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 대표는 “롯데그룹은 디지털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것을 저와 우리 이커머스 사업부가 주도해야 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우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는 디지털 방식에 걸맞게 변화하고 강화돼야 한다”며 “저는 대홍·롯데·G마켓·이베이 출신이 아니라 ‘인터넷 출신’이고 ‘디지털 DNA’를 가진 사람이며,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롯데그룹, 그리고 롯데의 이커머스가 처한 상황에 부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여러분들이 도와주신다면 분명히 기존과는 다른 방향, 과정, 결과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