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개발본부 역대급 채용으로 IP 개발 공들이는 넥슨

신규 IP 가뭄에도 기업은 지속 성장...'마지막 기회' 아냐

넥슨, 이용자와 시장 함께 사로잡는 '갓겜' 만들어낼까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개발중인 언리얼 엔진 4 기반 캐릭터 수집 RPG 'Project SF2’. 이미지. 넥슨.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메이플스토리(2003년), 카트라이더·마비노기(2004년), 던전앤파이터·서든어택(2005년), 피파온라인(2006년)......

2020년 넥슨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 IP와 해당 게임의 출시 년도다. 넥슨은 파파온라인 출시 이후 지난 15년간 꾸준히 신작 IP를 발표하고 있지만 과거의 영광을 뛰어넘을 정도의 메가 IP 즉 성공작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넥슨 신규개발본부 활동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6일 회사 측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신규개발본부의 대규모 특별 수시 채용 규모는 가히 역대급으로, 600명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개발중인 ‘신규 MMORPG(가제)’에는 넥슨 개발 역사상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돼 넥슨이 이번 개발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짐작케 한다.

넥슨은 올해들어서는 신작 출시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최근 5년과 달리 올 상반기에는 이례적으로 신작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게임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커츠펠’ ‘코노스바 모바일 판타스틱 데이즈’ 등 3개에 불과하다.

넥슨 신규 개발 총괄 김대훤 부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저희 본부에서 신작 9종을 만들고 있는데,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넥슨이란 회사 입장에서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플랫폼·IP에 따른 넥슨 실적 분포도. 'Other Major Franchises'에는 피파온라인,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마비노기 등이 해당된다. 자료. 넥슨 IR.
플랫폼·IP에 따른 넥슨 실적 분포도. 'Other Major Franchises'에는 피파온라인,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서든어택, 마비노기 등이 해당된다. 자료. 넥슨 IR.

앞으로도 잘나갈 듯한 넥슨… ‘마지막 기회’ 라니

오랜 기간 신(新) IP가 부진했던 넥슨이지만 기업 성장세는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연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같은 기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 연’을 잇달아 흥행시키며 IP 다각화와 플랫폼 확장이라는 질적 성장도 함께 일궈냈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 실장은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리니지·아이온 등 IP가 점점 소진되어 간다’는 우려에 “IP는 소진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본다"며 "IP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이다. 이용자가 언제나 신뢰를 주기 때문에 IP를 전략적 자산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성공한 IP는 그 자체로 지속적인 성장동력이 된다는 분석은 지금도 유효하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처럼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가 주력인 게임사 입장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라이엇 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플레이타임은 평균 15분 내외다.
라이엇 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플레이타임은 평균 15분 내외다.

최근 10년간 가장 흥행한 게임으로는 롤(LOL), 포트나이트, 배틀그라운드 등이 꼽힌다. 이들 게임은 10분에서 30분 내외로 게임 한 판이 끝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달리 틱톡·릴스·웹드라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숏폼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에, 수 시간에 걸쳐 보스몬스터를 사냥하고 몇 개월 몇 년에 걸쳐 한 캐릭터를 육성시키는 MMORPG 경험은 이제는 대체불능의 경지에 이르게 됐다. 오랜 시간 이용자들과 함께하며 성장해온 IP는 넥슨만의 자산이자 경쟁우위 요소로 자리매김됐다.

지난 3월 열린 넥슨 마비노기 이용자 간담회에서 이용자 대표들은 '마비노기는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다시 찾는 연어게임’ 이라고 강한 애정을 드러낸바 있다. 이같은 열정 덕인지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도 올해 1분기 넥슨의 한국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하며 그룹 전체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됐다.

따라서 개발 중인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도, 이미 메가 IP와 글로벌 퍼블리싱 노하우를 보유한 넥슨이 '마지막', 즉 최후를 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미지. 넥슨.
이미지. 넥슨.

넥슨의 자체 게임 개발이 마지막일까

게임 기업이 게임을 통해 돈을 벌고, 확보한 현금을 게임 개발에 오롯이 재투자하는 선순환 사례는 사실상 이 업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게임 창작은 산업과 예술을 망라할뿐 아니라 투자한 만큼의 정직한 결과물이 나오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커리어가 화려한 개발진을 모아 충분한 지원을 해줘도 실패하는 게임을 여럿 봤다”면서 “빠듯한 일정에 맞춰 출시하는 바람에 실패한 게임이 있는 반면에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다가 그 사이 메가트렌드가 바뀌어 이용자들에게 외면받는 경우도 있다”고 게임성공 방정식의 해답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대형 게임사들은 이미 성공한 IP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거나, 될성부른 중소개발사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게임 개발 보다는 퍼블리싱(운영)에 주력하는 방식으로, 해당 분야 대표 주자로는 중국 IT기업 텐센트를 꼽을 수 있다. 넷마블·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등 유수의 한국 게임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는 텐센트는 게임 분야 벤처캐피탈(VC)이기도 하다.

넥슨은 그간 위젯·네오플·게임하이 등을 인수하며 텐센트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AOS와 FPS 장르를 융합한 '사이퍼즈'를 비롯해 자유도 높은 생존 게임 '야생의섬: 듀랑고' 등 게임성 갖춘 작품들을 비교적 꾸준히 선보임으로써 차별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현재 개발중인 신작의 성과가 부진할 경우, 넥슨의 대규모 자체 개발 투자는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대형 게임사의 개발 부문 축소는 기업뿐 아니라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와 개발자에게는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가상 세계에서 즐기는 자유도 높은 모험을 비롯해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 △게임 본질적 요소와 무관한 과금 체계 등 이용자들이 원하는 요소를 갖춘 '갓겜'을 추구하는 자본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넥슨 의 이번 신작이 '갓겜'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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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SF2 #IP #MMO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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