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혁신 쿠팡, 배경에는 택배 노동자와 상생하는 'ESG 경영'

다양한 사업 진출한 쿠팡, 이번엔 경쟁 기업도 ESG 우수기업

이미지. 쿠팡.
이미지. 쿠팡.

[미디어SR 권혁주 기자] 쿠팡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본다. 로켓 배송, 쿠팡 이츠, 쿠팡 플레이로 이어지는 ‘쿠팡 유니버스’다. 식사·여가·쇼핑을 모두 쿠팡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쿠팡은 소비자에게 전에 없던 고객 경험을 선사해 자사 플랫폼에 락인(Lock-in)한다. 아침에 시킨 물건을 저녁 퇴근 무렵 받아들 수 있는 경험, 매장에서 우리집으로 곧바로 오는 따끈한 치킨을 경험을 해보면 다른 플랫폼으로 떠나기가 쉽지 않다.

혁신적인 고객 만족을 위해 쿠팡은 단기 적자를 감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2015년 소프트뱅크, 2018년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으로부터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쿠팡은 전국에 대규모 첨단 물류센터를 지으면서도, 소비자에게는 배송비 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압도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쿠팡은 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인 다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고난도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어지간한 기업은 그런 전략으로는 시장에서 생존 조차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하지만 쿠팡은 이같은 전략에 힘입어 2018년 1조 1107억원에 달했던 적자를 2019년부터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다. 쿠팡이 밝힌 2020년 영업손실은 5500억원이다. 지난해 코로나 방역을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한 상황에서 거둔 실적임을 감안할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지. 쿠팡 제공.
이미지. 쿠팡 제공.

쿠팡, 근로자와 상생하는 ESG 경영도

특히 쿠팡은 현금을 소진하며 소비자 편의만을 제공하는 단기 전략만 추구하지는 않았다. 같은 기간 쿠팡은 ESG 경영에 기반한 물류 업계 혁신을 동시에 일궈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쿠팡은 택배 기사들에게 배송 전 분류 작업를 시키고 이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던 기존 업계 관행을 과감히 깼다. 정당한 임금이나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물류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에따라 쿠팡은 분류 작업을 전담하는 직원을 별도로 채용하고, 택배기사 주 5일·52시간 근무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덕분에 2020년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에도 로켓 배송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어질 수 있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저자 최남수 서정대 교수는 이에 대해 “물류 플랫폼 기업의 수익은 근로자들의 땀이 밴 유통 경쟁력에서 비롯된다”면서 “이들 기업의 ESG 경영에서는 근로자 편익과 소비자 편익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최남수 교수는 “친환경이나 윤리적인 상품을 소싱하는지, 지역 사회에 어떻게 공헌하는지, 축적된 소비자 데이터의 보안문제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지 등도 이들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해 살펴볼 요소”라고 조언했다.

쿠팡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대표적 기업이기도 하다. 뉴욕증권거래소 상장(IPO) 이후, 조달한 투자금으로 가장 먼저 전라북도에 1000억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밝히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다. 2025년까지는 국내에서만 총 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쿠팡이 사업을 확장하며 플랫폼 배달 종사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더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하자 불협화음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작년 법내 노조로 인정받은 배달 종사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월 쿠팡에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 사이에선 ‘타 플랫폼 대비 쿠팡의 판매 대금 정산일이 느리다’는 불편 등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쿠팡이 다른 산업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지도 관심거리다. 쿠팡 유니버스의 경쟁 기업들 역시 파트너와 상생하며 업종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김민영 기자.
이미지. 김민영 기자.

네이버-신세계, '스마트스토어' 소상공인 선호도 높아

지난 3월 2500억 규모의 지분교환을 단행한 네이버-신세계는 쿠팡 커머스 사업의 가장 큰 경쟁자다. ‘입점 사업자 43만명’, ‘오프라인 물류 거점 7300개’ 등 규모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스마트스토어는 소상공인 및 개인창업자가 가장 선호하는 커머스플랫폼이다.

네이버는 검색, 파이낸셜, 지도 등 보유한 ICT 인프라를 소상공인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한다. 포털이 수집한 검색 데이터를 소상공인이 사업에 활용하게끔 돕고, 종로에 전용 스튜디오 개설해 소상공인들의 라이브커머스 송출을 무료 지원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글로벌 이커머스 업계서 ‘가장 빠른 대금 정산'을 제공하고, 별도의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해 소상공인의 사업 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경상대 심리학과 부수현 교수는 2020년 '이커머스 플랫폼 현황과 전망' 세미나에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소상공인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을뿐 아니라, 비용까지 저렴해 이들 사이 합리적인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 플랫폼 이용에 있어 판매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것은 '갑질' 행위도 없다는 것으로,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고 평가했다.

경기도 연천군 위치한 9000 제곱미터 규모의 넷플릭스 콘텐츠 스튜디오 'YCDSMC 스튜디오 139'. 사진. 넷플릭스.
경기도 연천군 위치한 9000 제곱미터 규모의 넷플릭스 콘텐츠 스튜디오 'YCDSMC 스튜디오 139'. 사진. 넷플릭스.

1년 5500억, 한국 창작 생태계 키우는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김은희 작가는 지난 2월 콘텐츠 로드쇼에서 “넷플릭스는 한 번도 건네준 텍스트에 대해 'NO'라는 답한 적 없다"며 “의견은 안주고 돈만 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2021년 한국 창작 생태계를 위해 한 해동안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를 비롯한 국내 OTT 투자액의 몇 배에 달하는 규모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직접 투자 외에도, 진출한 국가마다 신예 작가, 특수효과 및 편집전문가, 영화 전공 학생들을 위한 정기적인 지식 공유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최근 발표한 탄소 배출 저감 계획은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라 영화 및 시리즈 제작, 사무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데 그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내부적으로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경우, 자연보호를 위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2021년 말까지 탄소 배출량을 상쇄할 계획이다.

더 이상 넷플릭스의 경제 활동으로 지구 상의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넷 제로(net-zero, 기후 중립)' 선언이다.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친환경 용기와 음식. 이미지. 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이 개발한 친환경 용기와 음식. 이미지. 우아한형제들.

사장님·라이더·환경 챙기는 배달의민족

배달은 더욱 다양한 사업 파트너들과 함께하는 시장이다. 배달 플랫폼은 자영업자와의 상생, 배달라이더의 처우 문제, 급증하는 배달 쓰레기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오랜 기간 타 플랫폼 대비 적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지원책을 유지해왔다. 자영업자들의 높은 선호도는 2019년 이전 배민이 요기요와 벌인 할인 경쟁에서 이기고, 대규모 M&A를 성사시킨 원동력이 됐다.

다만 최근엔 타 플랫폼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하고, 프로모션이나 환급·할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도 눈에 띈다.

작년 7월에는 CEO 직속 가치경영실을 신설했다. ESG·CSV·CSR·사회공헌 등 상생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포장에 쓰일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배달 사고에 대비해 라이더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지역 특산품 판매를 위해 자사 마케팅·디자인 인력을 지원한다.

같은 해 10월 배민라이더스는 '라이더 복지 강화와 처우 개선'을 골자로 민주노총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거의 모든 플랫폼 기업들이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중 어느 하나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 협상을 미루는 와중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체결한 최초 사례다.

플랫폼 기업의 ESG는 어때야 하는가

한국 플랫폼 기업의 ESG 전략은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할까.

최남수 교수는 이에 대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항목이 다 중요하지만, 산업에 따라 그리고 기업에 따라 상대적인 중요성은 달라진다"면서 "예컨데 철강 기업은 '환경(E)'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쿠팡, 네이버 등 유통 플랫폼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항목은 '사회(S)'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수료·정산 측면에서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거래 구조를 갖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들과 동반 성장하기 위한 비전과 소통의 공간이 마련돼 있는 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최 교수는 조언했다.

최 교수는 "친환경이나 윤리적인 상품을 소싱하지는지, 지역 사회에 어떻게 공헌하는지, 축적된 소비자 데이터의 보안 문제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지 등도 이들 기업의 ESG 경영과 관련해 살펴봐야할 요소"라고 지적했다.

물류기업인 만큼 배달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절감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가 3만 5000대에 이르는 수송 차량을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것도 이같은 관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교수는 "페텍스의 경우 현재까지 20% 이상의 차량을 교체해 연료 절감은 물론 환경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교수의 강조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 교수는 "ESG 경영의 본질은 단기 가치보다 장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쿠팡을 비롯한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장기 가치를 어떻게 추구해 나갈지 끊임없이 보여주고 꾸준히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ESG경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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