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지분 50% 넘는 상장사 '34곳'…이사회 운영은 '극과 극'

와토스코리아·남양유업 50%↑ VS 교촌에프앤비·풀무원 10%↓

남양유업 CI.
남양유업 CI.

[미디어SR 김다정 기자]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곤욕을 치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지만 이로 인한 후유증과 후폭풍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홍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 경영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 지분만 51.68%를 보유한 홍 회장이 그룹 내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회장이라는 직함만 내놓는 것일 뿐 사실상 최대 주주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홍 회장은 회사 지분은 물론 이사회까지 장악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던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소비자를 비롯한 여론이 남양유업에 추가적인 경영쇄신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남양유업은 10일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진행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경영쇄신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향후 구성될 비대위는 경영 쇄신책 마련과 함께 대주주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을 요청키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이광범 대표이사는 후임 경영인 선정 시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한 만큼 공석이 된 대표이사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선 작업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미디어SR에 “홍원식 회장이 현재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면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고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 부분을 어떻게 완화시킬 것이냐는 답은 ‘이사회’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소장은 “이번 경영쇄신책에는 기본적으로 이사회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내용이 분명히 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부분이 없다면 사실상 ‘알맹이’가 빠진 쇄신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개인 지분 50% 넘는 상장사 ‘34곳’…권원강 전 교촌회장, 지분율 가장 높아

국내 2500곳이 넘는 상장사 중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사례처럼 주식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개인주주는 3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사실상 다른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확고부동한 경영권을 갖고 있는 곳이 34곳이나 된다는 얘기다.

특히 개인주주 지분만 50%를 넘어서는 이번 조사 대상 34곳은 이사회 운영 방식에서 극과 극의 차이를 보였다.

이 가운데 오너가(家)의 이사회 진출 비율이 10%대 이하로 낮아 다소나마 독립적이고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6곳에 불과했다.

한국CXO연구소는 10일 ‘국내 상장사 중 50% 넘게 지분 보유한 개인주주 현황 분석’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2500곳이 넘는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법인과 기관을 제외하고 개인주주가 회자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현황을 파악했다. 다만 지주회사에서 50% 넘는 지분을 보유한 개인주주는 제외시켰다. 보유 주식 비율을 이달 6일 기준이다.

국내 상장사 중 50% 넘게 지분 보유한 개인주주 34명 중 지분율이 가장 높은 주인공은 ‘교촌에프앤비’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권원강 전(前) 교촌회장으로 확인됐다.

권원강 전 회장은 교촌에프앤비 지분 73.1%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74.13%로 더 높아져 다른 주주들로부터 경영권 분쟁과 같은 외부 공격을 당한 혹률이 거의 희박한 셈이다.

‘(주)에스티오’ CEO로 활약하고 있는 김흥수 대표이사도 67.73%로 70%에 육박하는 높은 지분을 갖고 있다. 이진희 ‘자이글(주)’ 대표이사 역시 66.17%나 되는 높은 주식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외 장기영 TS트릴리온 대표이사(64.35%), 정용지 케어젠 대표이사(63.55%), 이좌영 유니테크노 대표이사(62.39%), 김진하 린드먼아시아 대표이사(61.85%), 염종학 서산 최대주주(60.02%)도 개인 주식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이들 기업은 다른 주주들의 도움 없이도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셈이다.

국내 상장사 50% 이상 지분 보유한 개인주주 현황.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국내 상장사 50% 이상 지분 보유한 개인주주 현황. 사진제공. 한국CXO연구소

이사회 운영 ‘극과 극’…남양유업, 오너가 견제장치 없어

개인주주 지분이 50% 넘는 34개 상장사 중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작년 매출액이 가장 큰 곳은 ‘남양유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9360억원으로, 조사 대상 34곳 중 유일하게 작년 매출 외형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곧 매출 5000억원이 넘는 상장사 중 개인주주 한 명의 지분이 50%를 넘어선 곳은 남양유업이 유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 교촌에프앤비(4358억원), 일진머티리얼즈(2917억원), 연우(2456억원), 클리오(2110억원), 대양전기공업(16801억원), 푸드나무(1147억원), 풀무원(1085억원), 에스디생명공학(1006억원) 등도 매출 외형이 1000억원 이상 됐다.

특히 개인주주 지분만 50%를 넘어서는 이번 조사 대상 34곳은 이사회 운영 방식에서 극과 극 차이를 보였다.

이를 구분하는 주요한 기준은 오너 일가의 이사회 참여율이다. 이사회에 오너 일가 참여 비율이 높으면 다소 폐쇄적인 경영을 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높다. 가족 단위로 이사회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오너가 비율이 낮으면 다소나마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외부 도움 없이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최대주주를 견제하고 투명한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전문성 등을 가진 비(非)오너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다수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준으로 살펴보면 남양유업과 와토스코리아는 다소 폐쇄적인 방식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파악된다.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51.58% 지분을 갖고 있는 홍원식 회장이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홍원식 최대주주의 지분은 53%까지 늘어난다.

남양유업의 최근 보고서 기준 이사회에 활동하는 인원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으로 총 6명이다. 이 가운에 오너가는 홍원식 회장을 포함해 지송죽 이사, 홍진석 상무 세 명이다. 지송죽 이사는 홍원식 회장의 모친이고, 홍진석 상무는 홍 회장의 아들이다. 홍 상무는 지난달 보직 해임된 상태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이사회 중 50%인 절반이 가족 구성원으로 채워진 셈이다. 이중 지송죽 이사는 1929년생으로 올해 93세로 고령인데다, 최근 3년간 지송죽 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0%이다. 최근 3년 간 단 한 번도 이사회에서 참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홍 회장의 경우 지난 1977년부터 남양유업에서 근무해 2020년까지 40년 넘게 재직해온 만큼 이번에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퇴직금만 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 대상 34명 주주 중 작년 한 해 급여가 가장 높은 홍원식 회장은 지난해 남양유업에서만 15억원 상당의 보수를 지급 받았다. 등기임원 개인별 급여가 공개되기 시작한 지난 2013년에는 13억1400만원으로 해당 회사에서 가장 높은 보수를 챙겼다.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홍 회장이 챙긴 급여액만 해도 12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이 회사 전문경영인이 5억 원 이상 급여를 받은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오일선 소장은 미디어SR에 “오너가가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아무런 견제장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사실상 현재의 남양유업 이사회 구성은 오너일가의 잘못된 부분을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와토스코리아도 남양유업과 상황이 비슷하다.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 와토스코리아의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으로 총 4명이다. 이중 사내이사 3명은 송공석 대표이사(지분 50.76%)를 비롯해, 송 대표이사의 자녀들인 송태양·송태광 사내이사 2명 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 멤버 4명 중 3명이 아버지와 자녀들로 구성됐다. 이사회 멤버 중 오너가 비율은 75%나 됐다.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칠 경우 송공석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67%나 되는데도, 이사회까지 한 가족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범사례’ 교촌에프앤비·풀무원…비교적 투명한 이사회 구성

위 두 회사와는 달리 교촌에프앤비와 풀무원은 비교적 투명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교촌에프앤비의 경우 권원강 전 회장의 지분은 70%를 넘지만 6명이 활약하는 이사회에서 권 전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한 명도 없었다.

이사회 멤버 구성만 놓고 보면 오너 일가의 전횡을 원천 차단하고, 다소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라는 것이 CXO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풀무원도 오너가의 이사회 참여율은 9.1%로 낮은 편에 속했다.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 풀무원 이사회 멤버 총 11명 중 오너가는 남승우 이사회 의장(지분 51.84%) 한 명뿐이었다.

풀무원 이사회와 관련해 눈여겨 볼 대목은 11명의 이사회 멤버 중 7명이 전문성 등을 갖춘 사외이사로 메워졌다는 점이다. 사외이사 수를 다른 기업들보다 많이 늘린 것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외 클래시스·아모레퍼시픽그룹·케어젠·미스터블루 등도 오너가의 이사회 참여율이 20% 미만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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