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마그나 합작법인이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 LG전자 제공
LG전자와 마그나 합작법인이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 LG전자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애플이 완성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각에서는 삼성과 LG의 완성차 사업 진출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양사는 진출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 일명 ‘아이카(iCar)’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독주를 애플이 따라잡고 모빌리티 시장의 구도 재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자동차 전장(전기장치부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삼성과 LG의 완성차 사업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전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 모두 미디어SR에 “향후 완성차 진출 계획이 전혀 없으며 현재 하고 있는 전장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관련이 깊다. 전기자동차와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기술 등의 결합으로 자율주행차가 곧 하나의 ‘모바일 기기’로 자리잡게 되면서 자동차가 모바일 플랫폼으로서의 성장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어서다.

삼성과 LG도 우수한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장사업에도 진출해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전장사업에 돌입했으며,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며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어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LG도 세계에서 손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LG전자의 전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캐나다 마그마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설립계획을 발표하면서 전장사업의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충전 과정(기사와는 무관). 사진. 픽사베이 
전기차. 사진. 픽사베이 

전기차는 엔진이 필요 없기 때문에 배터리와 IT솔루션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때문에 당장에라도 삼성과 LG가 완성차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완성차 진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업계와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전기차 제조에 뛰어들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IT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장사업에 진출한 업체가 직접 완성차 제조에 뛰어들게 될 경우 고객사의 경쟁사가 되는데, 고객사는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예전에도 완성차 사업 진출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지만 아무리 전기차라 하더라도 부품과 완성차의 제조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제조의 핵심 기술이 엔진에서 배터리 및 IT솔루션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현재 전장·배터리사업의 확장은 사실상 현재의 전기차 제조 업체들을 위협하게 된다. 하지만 전장과 배터리 사업의 확대는 거래선 확보가 관건이므로 다수의 전기차 업체들과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일각에서는 조립만 하면 완성차 제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현재의 부품 사업만으로도 충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 셈이라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소부장 사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으로 선두 지위를 쉽게 내주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부품 사업의 성장잠재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즉 관련 업계에서는 전기차 관련 부품 시장의 성장세가 곧 전기차 성장과 궤를 같이 하므로 지금도 충분한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지난 7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전 세계 차량용 전장(전자기기) 시장 전체 규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7.4%씩 증가해 2024년에는 약 477조7600억원(40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LG전자가 12년 만에 상한가를 기록한 것으로도 방증된다. LG전자와 마그마의 합작법인이 생산하는 전기차 모터와 인버터(전력 변환 장치)가 애플 전기차에 탑재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장의 높은 기대치가 반영된 결과다.

또한 LG는 그룹 차원에서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서의 시너지 효과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LG전자의 전장사업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이노텍의 차량 통신용 부품 등 계열사 간 시너지가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화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전장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각종 회의 때 임원들에게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 꼼꼼히 물어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0월 이 부회장이 직접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네덜란드 업체인 NXP 경영진들과 미팅을 가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도 글로벌 1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미래 자동차가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과 이를 연결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등의 기술과 결합하면서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전자기기이자 활동공간으로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거대 IT기업으로서 변화하는 모빌리티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이 각 사의 경쟁력과 수익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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