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메모리 반도체(D램)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예고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텔이 제안한 위탁생산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시장 모두에서 승기를 잡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 업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PC D램 범용제품 현물가는 작년 말 3.46달러를 기록, 한 달 새 24.9% 급등해 올해 반도체 업황이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에 PC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산업도 ‘호황’을 맞이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5G 등 첨단 기술 시장이 열리면서 글로벌 IT기업들이 자사 제품 및 서비스에 맞는 맞춤형 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기 떄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작년 600억5400만달러(66조2700억원)였던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올해 681억7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옴디아는 2022년엔 738억3400만달러,  2024년엔 1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종합 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은 최근 7나노 공정 전환 지연으로 핵심 반도체 칩 생산을 TSMC 또는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11일 미디어SR에 “고객사와 관련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텔은 이르면 오는 21일 칩 위탁생산(아웃소싱) 계획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최강자인 TSMC와 함께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이용해 초미세화된 7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다.

특히 엔비디아·퀄컴·AMD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들이 최근 7나노 반도체의 탑재 비율을 높이면서 삼성전자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54%와 17%(지난해 기준)로 TSMC가 압도적으로 높지만,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서는 각각 60%대 40% 정도로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는 생산 규모가 더 큰 TSMC가 인텔을 새 고객으로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TSMC의 생산 여력이 빠듯해 삼성전자가 선택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많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이어 세계 5위 파운드리 기업인 중국 SMIC까지 제재에 나서면서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 등 기존 파운드리 업체들의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김세영 KOTRA 기간산업팀 PM(프로젝트매니저)는 미디어SR에 “TSMC의 경우 다른 팹리스 업체인인 AMD의 7나노 반도체 생산을 맡은 상태라 인텔이 전량을 TSMC에만 맡기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단정할 수 없으나 아마도 삼성이 인텔의 물량 일부를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올해 파운드리 시장은 작년 대비 6% 증가한 897억달러(약 97조원)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매출이 2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해까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와 파운드리를 합친 전 세계 종합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지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밀린 데다 인텔 칩의 주요 고객이었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고객이 줄줄이 PC용 반도체 자체 설계를 시작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전기차 충전 과정(기사와는 무관). 사진=픽사베이 
전기차 충전 과정(기사와는 무관). 사진=픽사베이 

‘전기차 시대’에도 경고등...전기차 1대, 전장부품용 반도체의 2배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으로 완성차업체의 반도체 수요도 폭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1대당 들어가는 반도체 양은 내연기관차의 전장부품용 반도체보다 2배 이상 많으며, 자율주행차량은 시스템반도체 300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촉발한 비대면 수요 증가로 고성능컴퓨팅(HPC), 스마트폰, 게임 콘솔 등 각종 IT·전자제품의 수요 증가가 가파른 가운데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등 최신 전자장비(전장) 기술이 적용된 오토모티브(Automotive)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시장은 연말까지 주문이 꽉 차 있을 정도로 ‘공급 부족’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자동차 업계로 번졌다. 지난 10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가 반도체 부품 부족으로 픽업트럭 '툰드라'의 감산에 들어갔다.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도 전장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자동차 생산량이 올해 1분기 유럽·북미·중국 등에서 총 10만대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 등 미국 자동차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보쉬는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공급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주요 부품사인 콘티넨탈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정상화에 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세영 PM(프로젝트매니저)은 미디어SR에 “현재 완성차업체들의 반도체 부품 품귀 현상은 기존 팹리스 업체들이 파운드리업체에 의뢰한 주문량이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중국의 전가치 수요 증대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김 PM은 “팹리스 업체가 기존에 예측한 수요보다 시장 수요가 더 높아 주문량을 늘린 가운데 반도체 자급률이 낮은 중국이 전기차에 주력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한 것”이라면서 “반도체 공정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주문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급 부족 현상은 2~3개월 후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스마트폰과 5G 기지국, 게임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능력이 제한되고 있다"며 "중국의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수급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 수요는 장기적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보다 5.1% 오른 4331억달러로 성장했고, 올해는 전년보다 8.4% 증가한 약 47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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