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메시지 영상 갈무리.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취임 메시지 영상 갈무리.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2020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할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나섰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는 ‘정의선 체제’에 맞춰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부회장단 중 2명이 용퇴하고, 조직문화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세대 교체’도 이뤄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사업과 신기술 역량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로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리더를 주요 그룹사의 신임 대표이사로 전진배치했다. 이를 통해 각 그룹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각 그룹별 미래 기술 및 사업,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 문화 등의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는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에서 발탁했다.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미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선도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엿보이는 수다.

탁월한 성과와 전문성을 갖춘 리더와 신임 임원에 대한 승진 인사로 40대 초·중반 우수인재도 발탁하는 가운데 이번 임원 인사에는 5명의 여성이 포함됐다.

‘정의선 체제’ 구축…정몽구 명예회장 ‘복심’ 2명은 고문으로

신임 대표이사 및 임원 인사와 함께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의 용퇴가 이뤄졌다.

특히 김용환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 시절 자타 공인 그룹 2인자였다. 과거 그룹 기획조정실과 비서실 담당 부회장으로, 정몽구 명예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면서 `복심`이란 평가를 받았다. 정진행 부회장은 2018년 12월 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에서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김용환 부회장도 이때 현대차에서 현대제철로 이동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인사를 발표하면서 “현대제철 김용환 부회장, 현대건설 정진행 부회장, 현대위아 김경배 사장,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현대차 서보신 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정몽구 시대 핵심 임원으로 통하는 만큼 이들의 동반 퇴진에 따라 정의선 회장이 주도하는 세대 교체 작업이 본격화 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향후 ‘정의선 체제’에서는 고령의 부회장단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장단이 주력 경영진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별 책임경영 강화…대표이사 전진 배치

현대차그룹은 각 그룹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현대차 신임 사장단. (우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재훈 현대동차 사장 장재훈,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신재원 현대자동차 사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신임 사장단. (좌측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재훈 현대동차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재욱 현대위아 사장, 신재원 현대자동차 사장.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장재훈 신임 현대자동차 사장은 이번 인사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국내사업본부와 제네시스사업본부를 담당해 괄목할 성과를 거둔 것과 경영지원본부를 맡아 조직 문화 혁신 등을 주도한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전사 차원의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적임자로 꼽혀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원희 사장은 미래 자동차 비즈니스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최적화, 전동화·스마트팩토리 등 밸류체인 혁신, 기술개발 시너지 강화 등의 역할에 집중한다.

현대모비스 R&D 및 전장BU를 담당하는 조성환 부사장도 사장 승진과 함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조성환 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등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현대모비스의 미래 신기술·신사업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윤영준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하고,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윤영준 신임사장은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 및 주요 대형 수주사업에서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해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향후 현대건설의 핵심 경쟁력 확보 및 조직문화 혁신 추진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위아 신임 사장으로는 현대자동차 구매본부장 정재욱 부사장이 승진 임명됐으며, 역시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정재욱 사장은 30년 이상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부품개발 부문을 경험한 부품개발 전문가로, 전동화 핵심부품 등 현대위아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경쟁력 제고를 추진한다.

조성환 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현대오트론 대표이사 등의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현대모비스의 미래 신기술·신사업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UAM,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 분야 리드하겠다”

이번 인사에서는 미래 사업 분야를 추진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도 드러난다. 신규 임원으로 승진하게 된 사람의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이다.

UAM 사업을 총괄하는 신재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UAM 개발과 사업 가속화 및 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체화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 신임 사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출신의 항공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자동차 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제공.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모빌리티 비전 티저 이미지. 제공. 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 제품통합개발담당 이규오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규오 부사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개발을 담당했으며,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주력한다.

연료전지사업부장 김세훈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세훈 부사장은 연료전지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래 전동화 비즈니스의 선도적 경쟁력 향상을 담당한다.

아울러 현대차는 로봇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로보틱스랩의 현동진 실장을 신규 임원에 선임하는 등 미래 신사업·신기술·R&D 부문에서의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높은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초·중반 우수인재에 대한 임원 발탁 인사도 실시됐다. 현대기아차 CVC팀장 신성우 책임매니저, 현대차 경영분석팀장 윤구원 책임매니저, 기아차 외장디자인실장 김택균 책임연구원, 현대캐피탈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실장 이상봉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국내법무담당 이형민 책임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다.

여성 임원도 5명이 신규 선임됐다. 현대차 브랜드커뮤니케이션1팀장 김주미 책임매니저, 기아차 북미권역경영지원팀장 허현숙 책임매니저, 현대커머셜 CDF실장 박민숙 시니어매니저, 현대건설 플랜트영업기획팀장 최문정 책임매니저, 현대건설 일원대우재건축 현장소장 박인주 책임매니저가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미래 사업 비전을 가속화하는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둔 인사”라며 “특히 미래 고객의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 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UAM,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의 임원인사에 대해 기업분석 전문가인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미디어SR에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오 소장은 “정의선 회장 체제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임원 인사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정의선 회장의 경우 ‘젊은 세대’가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오 소장은 ”현대차의 경우 이전에는 숙련된 기술이나 노하우, 경험 등이 중요하게 반영돼 임원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로봇이나 AI, UAM 등의 신기술 및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은 적더라도 기술을 가진 사람, 즉 젊은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져, 외부 환경도 이 같은 ‘세대교체’에 영향을 미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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