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사진. 효성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효성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변경을 신청서를 최근 공정위에 제출해 재계의 세대교체가 공식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효성은 동일인 변경을 신청했다"면서도 "다만 현대차와 다른 기업집단의 신청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최근 공정위에 제출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건강상 이유를 들어 동일인 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병원 진단서가 함께 제출됐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매해 공시대상 및 순환출자 제한 기업집단을 선정하고, 기업을 실질적인 지배하는 사람을 꼽아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지정 자료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지므로 공정위가 동일인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특수관계인, 총수 일가 사익편취 제재대상 회사의 범위가 달라진다.

조 명예회장은 1300여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법인세 포탈 혐의 일부를 무죄로, 위법배당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2심에서 그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시 동일인의 건강 상태도 고려한다.

아울러 재계에서는 동일인 지정 여부가 향후 조 명예회장의 형 집행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형사소송법은 수감자가 형 집행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을 때 집행정지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런 정황 탓에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두고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으며 그의 뒤를 이어 첫째 조현준 회장이 효성그룹의 3세대 경영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조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 21.94%, 삼형제의 막내인 조현상 부회장이 21.42%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의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현준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도 공정위에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유 지분이 적어도 회사의 의사결정 시 미치는 영향이 크면 동일인이 될 수 있다. 앞서 2018년 공정위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와병 기간이 길어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동일인으로 변경한 바 있다.

효성은 “조석래 명예회장이 올해 만 85세로 고령인데다 지병인 담낭암이 재발해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경영권은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이 행사하고 있고, 실질적인 경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동일인 지정이 변경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도 차기 동일인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하려 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인 변경이 이뤄지면 21년 만에 현대차 총수가 바뀌게 된다. 지난해 10월 정의선 회장의 취임과 올해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 사임 등에 이어 동일인 변경으로 명실상부한 '정의선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아울러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 등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순환출자 구조를 아직 깨지 못한 곳은 현대차그룹뿐이다.

이와 관련해 LS그룹과 대림그룹도 경영 승계가 가시화돼 동일인 변경이 점쳐진다.

다만 2020년 기준 LS그룹의 동일인은 구자홍에 머물러있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LS 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LS그룹은 10년 주기로 사촌에게 경영권을 넘겨온 가운데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이 2013년부터 ㈜LS 회장직을 이어받아 그룹을 이끌어왔다.

재계는 최근 구자열 현재 LS그룹 회장이 상근직에 가까운 한국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경영 승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겸 LS그룹 미래혁신단장은 ㈜LS의 지분 3.6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이며, 이르면 올해 지주사인 ㈜LS의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정위는 2019년 1월 이해욱 대림그룹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했지만 대림그룹의 동일인을 이준용 명예회장으로 고수했다. 이해욱 회장은 이미 대림그룹 지주사의 최대주주를 차지한 데 이어 그룹의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등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고 있다.

이밖에 현대중공업지주, 신세계그룹, CJ그룹, 코오롱그룹도 경영 승계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그동안 공정위가 동일인 변경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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